“기호 (몇)번 (아무개)군을 국회로 보냅시다”라고 했다. 그 무렵은 국회의원 후보자를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겸손하게 불러 ‘군’이라고 지칭했다.
지프에 확성기를 달고 다니면서 확성기에 대고 그런 길거리 선거운동을 했다.
여기서 기호는 선거구별로 갖는 입후보자 고유의 막대기 수다. 입후보자 이름위의 ‘I·II·III·IIII…’ 같은 막대기 수에 따라 기호 몇 번이라고 했다. 1948년 5월10일 제헌국회의원 총선부터 시작된 이 막대기 기호는 문맹자를 위한 것이다.
당시엔 한글도 모르는 유권자들이 너무 많았다. 후보자 이름을 몰라보는 유권자에게 기호 몇 개로 알아보도록 하기위해 나온 것이 막대기 기호다. 막대기 기호는 총선은 물론이고 1956년, 1960년 정·부통령 직선에서도 사용됐다.
지금은 투표용지에 적히는 입후보자 이름 순위 기호가 아라비아 숫자인 ‘1·2·3·4…’ 등이다. 정당별 원내의석 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같다.
다만 무소속 입후보자들은 추첨에 의해 원내 의석수가 가장 적은 정당의 순위 뒤로 결정된다.
그런데 입후보자 순위 결정이 문제가 된 선거직이 교육감 선거다. 교육감은 정당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원내의석 비율이 적용되지 못해 ‘가나다’ 순으로 순위를 정했다. 그러나 이에 의한 ‘1·2·3·4’ 등 기호가 일부 유권자들에게 정당 기호로 오인되어 1·2번이 유리한 ‘로또선거’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이에 지난 18일 국회를 통과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 따라 이번 6·2 지방동시선거에서는 교육감 후보자에게 ‘1·2·3·4…’ 등 기호 부여가 사라진다.
대신, 투표용지에 교육감 후보자 명단을 게재하는 순서를 추첨으로 정하게 된다. 즉 아라비아 숫자 기호 없이 후보자 이름만 게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맨 앞부터 적힌 순서를 정당별로 보는 오인의 우려가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일부의 의구심이 없지 않다. 유권자의 의식 문제다.
막대기 기호 시대가 아닌 터에, 아직도 막대기 기호 때 같은 유권자가 있다는 것은 진정한 민의의 반영을 해친다.
지금은 한글 이름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아라비아 숫자 기호가 없는 교육감 선거는 입후보자 게재 순서에 상관없이 후보자 이름을 잘 보고 투표를 해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