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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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약이 무효 댓글 0건 조회 1,180회 작성일 10-02-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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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불신 '백약이 무효'
반목·상처 아물기전 재추진 감정대립
newsdaybox_top.gif 2010년 02월 21일 (일) 한인섭 기자 btn_sendmail.gifccunion@ccilbo.com newsdaybox_dn.gif
   
 
  ◈ 청원군의회 통합안 부결 '희비'
지난 19일 청원군의회가 임시회에서 청원·청주통합 반대의 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하자 청원포럼 회원들이 군청 앞에서 통합반대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만세를(위쪽), 청주·청원통합 찬성단체 회원들은 청원군의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배훈식기자
 
 
청원 주류층 기득권 약화 우려도 한몫

'세종시' 정부 불신정서 反단체에 호재


청원군의회의 만장일치 반대 의결은 청주·청원통합을 둘러싼 양 지역의 '뿌리깊은 불신'을 또 한 번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청주시의회 만장일치 찬성 의결에 정반대되는 결과를 내놓아 양 지역은 적어도 '통합'만큼은 움직일수록 간극이 벌어지는'가위 날'과 같은 구조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과연 원인이 뭐냐'는 의문도 낳았다.

세 번이나 반대 결과가 나온 배경을 보는 시각은 여러갈래지만, 정부주도 추진과 불신, 청주시 편향의 찬성운동, 정당·정치인의 접근법이 달랐던 점을 우선 꼽을 수 있겠다.

지방자치 출범 직전 정부의 시·군 통폐합 방침에 따라 세대주 투표로 부결됐던 1994년 상황은 당시 관선군수였던 오건영씨의 군수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가 '불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2005년 역시 한대수 시장과 오효진 군수가 막판 합의를 이끌어 내 '로드맵'까지 제시됐지만, 군의회와 이장단협의회의 반발을 사 주민투표 끝에 무산됐다.

이번 역시 군의회, 이장단, 직능단체와의 접점이 없었던 '통합운동'은 만장일치 부결이라는 결과로 이어져 이들과 타협없는 추진은 무의미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런 배경엔 민선 이후 공고하게 형성된 청원지역 기득권층 자기방어와 거듭된 일방적 추진 반감, 농촌 소외 우려를 속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했던 문제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대통령과 정부까지 나선 공세에 갈등을 거듭했던 청원군의회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던 배경엔 이장단과 직능단체 등 주류세력들이 '미동'도 하지 않았던 게 가장 이유였다 할 수 있다.

이들은 각종 선거 때마다 '포스트'역할을 하고 있는 데다 단체장, 지방의원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틀을 형성하고 있다. 농업부문 보조금 집행, 각종지역개발사업에 직간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통합될 경우 기득권은 유지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64만 청주시와 15만 청원군이 합치는 것 자체가 '흡수'라는 단순논리도 부정적 요인이었다.

재정자립도 35%의 '우량郡'인데다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는 여건도 한몫했다.

세종시 수정으로 야기된 정부 불신정서 역시 반대단체에 좋은 '호재'였다. 4개 구청 청원 설치, 재정인센티브 약속은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부정적 시각을 낳는 빌미가 됐다.

정부지원의 공언과 달리 이미 통합된 시·군지역의 부정적 현실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2005년 8월 청원군의회 통합여부 특별대책위원회는 제천, 충주, 안동, 여수시 등 통합지역을 방문 조사한 후 "읍·면지역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주민의견이 지배적"이라는 골자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같은 시각은 이번에도 변하지 않았다.

청원군의 한 공무원은 최근 "통합전 군지역 공무원을 만났더니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려야 한다'는 소릴 하더라"며 이같은 정서를 대변했다.

이번 추진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여졌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94년 4월 정부의 행정구역 통·폐합 추진에 따라 실시된 주민의견조사(세대별 투표)에서 군민 65.7%가 반대했다. 11년만인 2005년 9월 29일 실시된 주민투표 결과 청원군민 53.5%가 반대(청주시 91.3% 찬성)했다.

주민투표로 노출된 반목과 상처가 아물기 전이었던 2006년 7월 취임한 남상우 시장과 김재욱 군수의 대립은 이미 결과를 예고했다.

남 시장은 취임 직후 '2009년 하반기 통합'을 공언했다. 2005년 반대운동의 '배후'라는 의심을 받기도 했던 김 군수는 '불씨'가 되살아나자 "그 소리 그만하자"며 처음부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결국 김 군수는 2008년 9월~10월 통합 반대 취지로 새마을부녀회원 등 주민들을 참여시키는'주민 알권리 충족을 위한 1박2일 버스투어'를 기획했고, 선거법위반으로 지난해 12월 군수직을 상실했다.

김 군수의 낙마는 지역을 지키려다 희생한 것으로 비쳐져 반대단체와 지지자들은 "정치적 타살"이라며 오히려 결집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도당 행사에서 통합에 찬성했다는 남 시장의 발언 역시 군의원들의 고소와 감정대립으로 치닫게 하는 요인이 됐다.

양측의 뿌리깊은 불신의 벽은 대통령의 통합 주문, 정부의 수천억 인센티브 제공, 청주시의 무조건적인 양보 등 처방에도 불구하고 '백약이 무효'였던 셈이다.

지난 1946년 청주읍이라는 하나의 행정구역에서 청주부와 청원군으로 갈라진 양 지역 통합은 국회의 판단이 남았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