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여성구청장의 아름다운 `용단'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용단' 댓글 0건 조회 1,379회 작성일 10-03-03 08:37

본문

최초 여성구청장의 아름다운 `용단'

후배여성 위해 길 터준 김영순 송파구청장

연합뉴스 | 입력 2010.03.02 15:23 | 수정 2010.03.02 15:33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4년 동안 송파를 위해서 온 힘을 다했습니다. 어떤 아쉬움도, 후회도 없습니다"

2006년 서울 최초의 여성 구청장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취임한 김영순(61) 송파구청장이 지방선거를 정확히 석 달 남겨둔 2일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성으로서 4년간 성공적으로 구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김 구청장의 불출마 선언에 한나라당은 물론 송파구청 공무원들도 당혹스러워 했다.




한 구청 공무원은 "당연히 다음 선거에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구민의 지지나 지금까지 이룬 업적을 고려할 때 솔직히 재선은 떼어 놓은 당상으로 생각했는데 정말 의외다"라고 속마음을 밝혔다.

그러나 김 구청장은 "처음부터 한 번만 할 생각이었다"며 갑자기 내린 결정이 아니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4년간의 구정 수행이 미흡했다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한번 도전할 수도 있었으나 내·외부에서 구정을 잘 이끌었다고 평가하는 만큼 처음 결심대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는 것.

그는 "내 역할은 여성도 지방행정의 수장 역할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다"며 "할 일을 다했으니 후배 여성 지도자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발탁된 여성계 인사로 1988년 통일민주당 여성국장을 시작으로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그는 정무제2장관실 보좌관으로 관계에 입문했으며 1995년에는 정무제2차관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차관직을 마친 뒤에는 민자당·신한국당 중앙연수원 부원장을 맡아 활발한 정당 활동을 펼쳐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정치력을 다졌다.

그러나 1997년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회창 현 자유선진당 총재가 당권을 장악한 이후 `YS계'로 분류된 김 구청장은 한나라당 부대변인이라는 직함만 유지한 채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본 유학길에 오르는 등 10년 가까이 정·관계 외곽을 떠돌았다.

그에게 송파구청장 당선은 주변인으로 머문 세월을 청산하고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정치 역경을 극복하고 재기의 발판이 된 송파구청장직을 내놓은 김 구청장의 결단이 더욱 높게 평가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