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비리 어디까지…지역 개발이 비리 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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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리 댓글 0건 조회 835회 작성일 10-03-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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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비리 어디까지…지역 개발이 비리 온상

골프장 인허가 늘면서 골프장서 돈 받은 혐의도

“내가 공무원이 맞나? 건설업자한테 꾸중이나 듣고….”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지난 2007년 당시 이연수 경기 시흥시장의 수뢰사건 조사 과정에서 시흥시 한 공무원한테서 압수한 수첩에 적혀 있던 내용이다. 검찰은 “당시 한 건설업자가 이 시장이 있는 자리에서 이 공무원에게 ‘너 이렇게 큰 게 누구 때문인데 이런 허가 하나 내주지 않냐’고 질책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선거비 변제 명목으로 1억~1억5000만원씩을 업체로부터 받은 선거 참모 등 7명과 함께 구속돼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지방선거마다 격전지로 분류되는 경기도에서 민선 4기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비리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전체 31명 가운데 10명. 이 가운데 6명이 3000만~10억원 수뢰 혐의로 기소됐다.

■ 지역개발 비리가 온상 수뢰 혐의로 기소된 단체장들의 행위는 개발사업과 관련이 깊다. 이연수 시흥시장은 업체 인허가권 문제로 처벌받았고, 지난 2일 구속된 박주원 안산시장은 4조원이 들어가는 안산시 사동 복합개발사업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1억2000만원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시장직에서 물러난 이동희 안성시장은 골프장 개발에 덜미를 잡혔다. 이동희 시장이 경제를 활성화한다며 골프장 유치에 나서면서 2004년 7개였던 안성지역 골프장은 4년 만에 사업승인을 받은 경우를 포함해 22개로 늘었다. 하지만 골프장 개발은 결국 이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 시장은 안성 스테이트월셔 골프장에서 선거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고, 골프장 등 지역 기업들로부터 대북사업 지원기금으로 9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다.
 
박완기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사무처장은 “최근 경기도처럼 개발사업이 많은 곳에서 자치단체장들의 인허가 비리가 많았다”며 “수도권의 대형 개발사업이 지방정부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 공천 및 선거자금의 덫 특정 정당의 ‘지역 맹주화’는 자치단체장들에게는 치명적인 ‘양날의 칼’과도 같다.
 
‘공천=당선’인 경북지역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김희문 전 경북 봉화군수가 지방선거를 앞둔 2006년 4월 말 한나라당 공천 대가로 지역구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현금 5000만원을 건넸다가 구속돼 2007년 1월 징역 1년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결국 군수직을 내놓았다.
 
 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병학 전북 부안군수 역시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과 관련해 민주당 당직자에게 1000만원을 건넸다가 2007년 10월 군수직을 잃었다.
 
하지만 정당들은 비리로 단체장이 구속되면 다른 후보를 공천해 당선시키는 ‘회전식 공천’으로 지역기반을 더욱 다져간다.

김동렬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면서 공천 경쟁이 과열돼왔고,
 
지연·학연·혈연으로 갈라진 지역구조나 돈선거에 길들여진 유권자들의 풍토도 우리 지방자치를 일그러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천자금 외에 ‘돈 드는 선거’도 문제다. 4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법정구속된 노재영 군포시장이 수뢰액에 대해 선거비용 변제를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은 후원회를 열어놓고 정작 기초단체장은 소액기부 규정은 고사하고 아예 개미후원회도 막아 놓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혁재 한국엔지오학회 회장은 “자질이 부족한 후보를 걸러내는 공정한 공천 과정 확보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비리로 물러난 단체장의 소속 정당은 재보궐선거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