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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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혹시 댓글 0건 조회 936회 작성일 10-04-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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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6·2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정당들의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마치 예정됐던 양 요동치고 있다.
 
보수계열의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는 서청원 전 대표의 '한나라당과의 통합 당부' 하루 만에 이규택 대표의 '심대평 국민중심연합과의 통합'으로 급선회하더니, 다시 하루 만에 국민중심연합과의 통합론은 '없던 일'로 공식화됐다. 한마디로 코미디성 해프닝이다.

국민중심연합의 전신인 국민중심당은 지난 2005년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에서 창당돼 자민련과 통합했다. 그 자민련은 이듬해 2월 한나라당과 당 대 당 통합을 했다.
 
2008년 4월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국민중심당은 이번에는 자유선진당과 합당했다. 극보수임을 자처한 이회창의 그 자유선진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계열의 4+4에 합류해 있다.

야권이라고 다를 게 없다. 민주당·창조한국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이 시민단체들과의 연합을 통해 마치 5+4를 시대정신처럼 부르짖다 진보신당이 뛰쳐 나가니까 4+4로 선회한다.
 
앞서 민주당은 꼬마 민주당과 평민당으로 나눠졌다가 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으로 가다가 분당됐다.
 
이어 다시 민주당에서 이제는 민주당, 국민참여당으로 쪼개졌다. 친노계열은 창당, 분당, 합당을 거듭하더니,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반노무현' 세력과 혼합돼 후보단일화를 통한 연합공천을 하자고 한다.

우리나라의 정당이란 게 정치적 지향성과 정체성이 있고 정강·정책이 있어 민의의 대표역할을 하는 것인지, 몇몇 사람들끼리 '수틀리면' 정당설립이란 명목으로 마구 흩어졌다 때 되면 다시 모이는 '동호인 집단'인지 그저 한숨만 나온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라는 궤변에다 '뜻이 맞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덧붙이면 그만이다.

이대로라면 유권자들은 보수합당을 통해 공천자가 확정되는 시점이 돼서야, 진보계열의 극적인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법한 시점이 지나서야 어느 후보들이 어떤 배경을 갖고 나섰는지 파악이 가능해진다.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는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울 뿐이고, 정당·후보를 이미 결정한 유권자들은 불편하고 불쾌하기 짝이 없는 선거판이 될 듯하다.
 
이 모두가 선거를 '게임'으로만 생각하는 기성정치인들의 잘못된 사고와 관행 때문이요, 정치적 가치가 당선지상주의에 매몰된 데서 오는 악습 때문이다.

이런 식의 당선지상주의라면, 앞으로 정당별로 진행될 공천작업 결과 역시 불보듯 뻔한 결과를 양산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비리를 저질렀거나 도덕적으로 결함있는 단체장들의 공천배제를 위해 교체지수를 조사했다.
 
공천심사에서 얼마만큼의 비율이 반영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당선지상주의에 집착할 경우 교체지수는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현 시점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당선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면, 이는 현역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차별화된 적용기준이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인재영입 역시 마찬가지다.
 
새 판을 짠다며 해당 선거구와 협의 없이 인재를 영입해 놓고는, 선거구 사정상 경선이 불가피하다고 한다면 영입된 인재는 선거도구로 이용되다 '팽' 당하는 꼴이다. 후진적 선거시스템 때문에 불거지는 '따로 국밥'이다.

야권은 어떤가. 가장 많은 선거구에 후보를 낼 수 있는 민주당이, 후보 기근에 시달리는 여타 군소 정당들과 후보단일화를 하겠다고 한다. 이유는 '한나라당 독주를 막기 위해서'다.
 
당의 승리가 아닌, 한나라당의 패배가 목적이라면 민주당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반면 군소정당들은 말 그대로 '꽃놀이 패'다.
 
 자신들의 텃밭에서, 또는 당선가능성이 높은 인물이 후보로 나서 당선되면 그만큼의 지분을 요구할 수 있고, 후보로 나서지 못하거나 당선이 안 되더라도 잃을 게 없다.

이런 연유로 유권자들은 선거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조차 없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당 저당이 또 합쳐지고 쪼개질 테니까.
 
내가 뽑은 당선자들도 또 이당, 저당을 왔다갔다 할 테니까.
 
그게 너무나 가벼운 일회성 정치를 이제껏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익숙해진, 그래서 복장 터지는 한국정치의 현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