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투표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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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투표 댓글 0건 조회 750회 작성일 10-04-06 10:53본문
최근 우리지역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오는 6.2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20대들의 선거참여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조명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나를 포함해 총 세명의 20대와 한 명의 정치학박사분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적극적인 주장과 의지를 가진 분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토론은 열띠게 진행됐고, 방송은 무리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방송이 끝난 뒤, 몇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남았다.
20대는 선거와 정치에 무관심하다.
지난 2006년 치러진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51.6%를 기록했던 반면, 20대의 투표율은 29.6%에 그쳤다.
기성세대들은 "이렇게까지 관심이 없을 수 있느냐"며 혀를 찰정도다.
이미 언론과 시민사회, 선관위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대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효과는 의문스럽다.
"20대들이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20대들이 관심을 가질 요인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취업과 진로,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당장 자신앞에 놓인 현실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민주시민의 기본 권리'인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따분한 훈계에 불과하다.
신체의 욕구가 채워져야 정신적인, 사회적인 욕구들을 채울 수 있다는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들이지 않은가.
왜 20대가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가?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 20대를 투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가장 중요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는 20대에게 정치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20대들은 정치와 선거를 통해 개인과 조직의 삶이 바뀌는 '경험'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그들에겐 4·19도, 6월혁명도 없었다.
단지 그들을 '먹고사니즘'의 문제에만 몰두하게 만드는 어려운 경제상황만 있었다.
20대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은 허공에 사라진지 오래고,
시장·군수·도지사·교육감·기초의원을 뽑고 나서도 '달라지는 그 무엇'을 경험하지 못했다. 삶에 묻어나는 '일상정치'의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정치에 대한 20대의 신뢰가 '당연히' 없을 수 밖에.
한번의 투표로, 한번의 권한행사로 우리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어느 누가 투표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 삶이 더 나아지고, 좋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투표권 행사는 너무나 쉬운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 20대의 정치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지역정치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선거는 1인 8표라는, 한 유권자가 가장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되는 거대 선거다.
이는 유권자에게 8명이나 되는 지지후보를 선택해야 되는 번거로움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다양한 선택권을 통해 그들의 요구를 실현시킬 수 있게 만드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치를 통한 '유쾌한 경험'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이는 '가장 정치에 무관심한' 20대마저 바꿔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중요하다.
민간씽크탱크로 활약중인 희망제작소는 '호민관클럽'이라는 국회의원 모임을 조직해 연구소에서 만들어내는 각종 아이디어 및 제안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삶과 정치를 연결시키는 매우 좋은 사례다.
비록 우리가 희망제작소처럼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제대로 된 일꾼을 선출하고 그들에게 우리의 요구와 의견, 바람을 전달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들은 주민의 의견을 실제 조례나 제도로 돌아올 수 있게 해야한다.
이것이 선거가 가지는 기본적인 지향점이자 제대로 된 운영방식이다.
너무나 쉽지만 그동안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일이기도 하다. 선거가 얼마남지 않았다.
쉽지만 어려운,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변화를 이제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