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결심해야 전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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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쟁 댓글 1건 조회 832회 작성일 10-04-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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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두운 바닷속에서 북한 소행의 물증이 떠오르면, 국가와 국민은 깊은 고뇌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유엔헌장 51조는 명백히 자위(自衛)권을 인정하고 있다.
 
무장단체 하마스가 로켓공격을 계속하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으로 쳐들어가 하마스 근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미국은 테러로 무너진 건물마다 정확히 한 개씩 정권을 무너뜨렸다.
 
과다(過多)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도발에 응징하지 않고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한국이 제대로 된 나라라면 원칙적으로는 북한의 잠수함 기지를 부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 미국이나 이스라엘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방적으로 강하고 이스라엘은 전면전에 익숙하다. 반면 압도적으로 강하지 못한 한국은 고민거리가 많다.
 
 제한적 보복이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 커지지는 않을지, 전면전은 감당할 수 있을지, 한국이 각오한다고 미국이 동의할지, 북한 핵무기에 대한 국민의 각오는 어떤지,
 
60년 전처럼 중국이 참전할지, 통일은 어떻게 될지… 한국은 숙고(熟考)해야 할 게 많다. 참으로 어렵고 실존적이며 두려운 문제다. 두렵다고 피할 수 없어 더 고민스럽다.

많은 역사가 보여주듯 인간이나 국가는 미래를 도면(圖面)처럼 그려놓고 현재에 대처할 수는 없다.
 
원칙과 정도(正道)로 현재를 대처하면 대개 그리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미래가 만들어지곤 한다.
 
 ‘적’의 공격으로 군함이 침몰하고 장병 4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그런데 이런 도발이 한두 번이 아니며 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의식이 있는 국가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군은 정치적인 고려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
 
그들의 임무는 잠수함 기지를 어떻게 폭격하며 북한이 확전(擴戰)으로 도발하면 한·미 연합군이 어떻게 제압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선택은 대통령의 몫이다.
 
 한·미 간 작전권 합의에 따라 한국군의 대북 무력사용은 미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대통령은 군의 건의를 수용해 미국을 설득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선에서 무력응징 대신 유엔안보리 회부를 택할 것인지, 고뇌해야 한다.
 
어떤 선택이든 대통령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종 선택이 무엇이든 대통령과 국민에게는 ‘한국은 전쟁을 결심할 수 있는 나라’라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무력도발이나 테러에 대해 국가가 전쟁을 결심한 후 행동에 옮긴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1976년 8월 18일 판문점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유엔군을 북한군이 공격했다.
 
북한군은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찍어 죽였다. 다음날 새벽 김일성은 북한군에 전투태세 돌입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개성을 탈환하고 연백평야까지 진군하자고 미군과 합의했다.
 
 그러고는 21일 미루나무 완전 절단 작전을 감행했다. 북한은 도발하지 못했다. 김일성은 휴전 이후 처음으로 사태에 유감을 표명하는 굴욕적인 메시지를 유엔군사령관에게 보내왔다.

혹자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핵 사용은 북한정권의 종말을 뜻하므로 북한이 쉽게 핵을 쓰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남한이 언제까지나 ‘핵 인질’로 살아갈 수는 없다. 눈알 찌르기가 특기인 깡패가 있다고 치자.
 
그가 아름다운 애인을 빼앗으려는데 눈알 잃을 게 두려워 한강백사장 결투를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피해를 각오하고라도 결심해야 할 전쟁이 있다. 전쟁을 결심해야 전쟁이 없다. 34년 전 판문점에서 벌어진 일이 웅변하고 있질 않는가.
 
 설사 응징을 포기해도 대통령은 국민적 고뇌와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전쟁을 결심하지 못하는 나라여서가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위해서라는 고통스러운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영혼이 있는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