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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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패 신화 댓글 0건 조회 692회 작성일 10-04-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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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패 신화를 역사적으로 들여다 보면서 이순신을 비켜갈 수는 없다. 임진왜란 때 12척의 전선(戰船)으로 200여척의 적을 물리친 명량대첩을 비롯해 숨을 거둔 노량진 해전까지 단 한 차례도 패한 적이 없다.
 
 23전 23승, 불패 신화라는 수식어가 전혀 무색하지 않다. 백제 멸망 후 당나라 장군이 된 흑치상지도 불패 신화를 기록한 장수(將帥)에 속한다.

현 시대에는 불패하면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 따위가 먼저 떠오른다. 얼마 전부터는 재건축 불패라는 용어까지 더해졌다.
 
실제 지난 10여년간 부동산, 특히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그 중에서도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급등했으니 불패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것이다.

최근들어서는 불패 신화라는 말이 더 폭넓게 사용된다. 애플은 아이팟에 이어 아이폰, 아이패드까지 신제품을 계속 히트 시키면서 불패 신화의 주인공이 됐고, 삼성 불패라는 말도 보편화돼가고 있는 모양이다.
 
삼성 불패는 반도체, TV, 휴대폰의 세계시장 석권을 고무(鼓舞)하는의미도 있지만, 법정에 서고도 다시 건재함을 과시하는 이건희 회장의 무소불위를 비아냥대는 뜻도 담겨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안방 불패란 말을 쓰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영남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을, 호남에서는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등식(等式)을 빗댄 것이다.
 
안방 불패란 말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텃밭에서는 감히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는 넘볼 수 없다는 독선과 유권자의 표심마저 무시하려 드는 오만이 엿보인다. 고루한 지역주의의 냄새도 묻어난다.

그러고 보면 불패라도 부정적인 의미의 불패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 안방 불패다.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가 계속되면 서민들의 박탈감만 커지고, 안방 불패가 지속되면 정치가 실종된다. 이런 불패 신화는 반드시 깨져야 한다.

반대로, 천안함 침몰로 시련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해군이야말로 이순신의 후예로 거듭나 불패 신화를 이루어야 할 장본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