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은 돈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방선거 댓글 0건 조회 826회 작성일 10-05-30 11:51

본문


<? include "/home/jnilbo/public_html/banner_include.php3"; ?>해남군수 연봉은 7500만원이다. 한 달에 625만원이니 적지 않은 녹봉이다. 자녀학비에 급식비까지 받는다. 연봉의 몇 배가 되는 업무추진비는 별도다.

군수가 되는 데는 얼마가 들까. 해남군수 법정선거비용은 1억3400만원이다. 군수를 뽑기 위한 선거관리 비용은 11억7600만원이다. 해남처럼 군수가 자주 사고를 치면 보궐선거도 해야 하니 그 비용도 7억 원(2007년 기준) 쯤 된다. 해남군수를 선출하고, 4년간 급여 주는데 자그마치 23억 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면 4년 계약기간의 해남군수 연봉은 7500만원이 아니라, 5억7500만원이라고 봐야 한다. KIA 타이거즈의 간판, 최희섭 선수의 연봉 보다 2억 여 원이나 많다.

연봉 5~6억짜리 군수를 뽑았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다. 프로야구 FA(자유계약) 선수처럼 '먹튀'(먹고 튄다)도 있다. 전남 기초단체 중 해남, 화순, 담양은 군수 잘못 뽑아 수 백 억원을 날린 동네라고 감히 단언한다.

해남에는 단 하나 뿐인 '땅끝'에 그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남도음식의 성찬이 있다. 아름다운 절 미황사, 손에 잡힐듯 한 다도해, 울돌목의 이순신 유적, 마로해역의 풍성한 수산물, 황토가 키워낸 겨울배추 등 등. 해남은 없는 게 없는 동네다.

하지만 민선 3, 4기 들어 해남이 잘살게 됐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지난 8년 동안 군수선거 4번에 군수 중도 사퇴만 3명에 달했다. 2년, 짧으면 1년 만에 군수가 바뀌는 판이니 무슨 지역발전이 가능했겠는가.

냉정하게 따져보자. 해남에 내세울 만한 유명 지역축제 하나 있는가. 맨날 군수가 감옥가고, 공무원이 돈 빼먹었다는 뉴스만 해남을 알릴뿐 이다.

화순도 마찬가지다. 온천, 골프장, 대기업 리조트, 거대한 호수(주암호), 남도 유일의 석탄 광산, 세계문화유산(고인돌)같은 문화관광자원이 널려있다.

여기에 20분 거리에 인구 140만 명의 대형 소비도시도 끼고 있다. 부족한 게 없다. 경남, 전남ㆍ북에 유일한 석탄광산을 체험학습장으로 꾸며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만 유치했어도 먹고 살만했을 법하다. 부부 군수에 형제 군수, 그도 모자라 형제가 모두 감옥에 가는 형국이니 화순이 지닌 향토자산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전ㆍ현직 군수끼리 치고받는 난투극에 지역이 멍들고 있다.

담양은 일 좀 한다는 군수를 내치고 군수 밑에서 과장하던 후보를 뽑았다가 쓴 맛을 봤다. 2년 남짓 군정을 수행하다가 구속되면서 장장 1년 6월 개월 동안 군수 없는 권한대행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민선 3기 때 만든 죽녹원이 그나마 담양을 먹여 살리고 있다. 대나무의 산업화는 여전히 더딘 편이다.

담양 떡갈비, 암뽕 순대, 장터국수 등 별미음식에 문향이 묻어나는 가사문학, 푸른 댓잎의 사각거림이 멋지게 조화를 이뤘다면 담양은 정말 돈이 넘쳐났을 것이다.

담양을 보노라면 다산 정약용이 37살(1798년)때 목민관으로 일했던 황해도 곡산을 떠올린다. 다산은 곡산부사로 재임하면서 '거북 등에서 어떻게 털을 뽑을 것이며, 토끼 머리에서 어떻게 풀을 뽑을 것이냐'고 벼슬아치의 학정을 통탄했다. 그는 조정 대신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백성을 위한 선정을 베풀었다. 곡산 백성들에게 진정, 좋은 세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다산이 곡산을 떠난 뒤 폭정은 다시 시작됐다. 좋은 세상을 경험한 백성들은 달랐다. 13년 후인 1811년 곡산 백성들은 학정에 저항했다. 민란을 일으켰다. 백성을 위한 단체장, 부사 정약용을 떠 올렸을 테다. 담양군민들은 또 어떤 선택을 할까.

지방선거는 자치단체장을 뽑는 게 아니다. 시장, 군수, 구청장을 내가 낸 혈세로 사는 정치행위다. 군수 한 명 뽑고 월급 주는데 23억 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10만 원 짜리 옷 한 벌을 사더라도 얼마나 이리저리 살피고 묻고 챙기는가. 지방선거를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치단체장은 정말 돈이다. 잘못 뽑아 4년 연봉만 날리는 게 아니다. 지역을 통째로 부도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