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짧고 인생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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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거 댓글 0건 조회 739회 작성일 10-06-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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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지난번 선거에도 출마했었다. 가산을 다 쏟고 빚까지 끌어대어 선거에 임했으나 결과는 낙선이었다.
 
득표율도 저조해 선거 경비도 돌려받지 못했다. 낙선의 충격에다가 빚 독촉에 시달리던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선거에 그는 다시 출마했다. 출마를 결심하던 그의 눈앞에 죽은 아내의 모습이 어른거렸으리라.
 
그는 기필코 당선해 사랑하는 아내의 한을 풀어주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낙선했다. 득표율은 지난번보다 더 낮았다.

9천803명 후보마다의 제각각 드라마

# 그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작곡도 했다. 그의 아내는 공부를 하고 싶어 했다.
 
아내의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그는 직장을 사직하고 유학에 나선 아내를 따라 외국으로 나갔다.
 
그러나 결과는 이혼이었다. 가정과 직장을 모두 잃은 그는 홀로 귀국해 동네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 활동으로 명망을 쌓아가던 그는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그리고 당선했다. 인생 대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9천803명이 출마해 3천991명이 뽑힌 6·2지방 선거. 여기에는 9천803가지의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 가운데는 행복한 드라마보다는 비극적인 드라마가 훨씬 더 많다.
 
그것이 선거고, 그것이 인생이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 참패의 원인을 나는 권력의 오만에서 찾는다. 오만한 권력은 언제나 실패했다.

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6·25는 공산당에 대한 증오를 깊이 심어주었다.
 
이 결과 이승만 정권은 극우적이었고, 잠깐 동안의 민주당 정권에 뒤이은 박정희 정권도 반공을 국시의 첫 번째로 한 극우정권이었다.
 
10·26 사건에 뒤이은 전두환 정권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지배해 온 이데올로기는 극우였다. 그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인권 탄압이 저질러졌던가?

노태우 정권 때부터 우파의 벽이 허물어진다. 군 출신이면서도 군인 같지 않았던 노태우 정권 시절 민주화가 대세처럼 되었다.
 
그 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에 이르는 진보 정치인들의 잇따른 집권으로 한국 사회는 좌선회했다.
 
이는 오만했던 우파 정권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집권한 좌파 정권도 오만해지기 시작했다.
 
나라를 이념적으로 동강내고 아군과 적군의 편 가르기를 자행했다. 국민적 공감대 없이 자행한 대북 퍼주기는 부작용을 낳았다.

좌파 정권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것이 이명박(MB)정권이다. 그러나 MB 정권도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기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빨리 경직화됐다. 많은 사람들은 MB 정권의 좁은 인재 풀에 실망한다.
 
대통령 선거 때 그의 캠프에 몸담지 않았던 사람들은 접근조차 힘든 편협한 인사가 이번 선거의 공천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역의 민심 읽기에 실패한 낙하산 공천은 상당 부분 낙선으로 나타났다.

오만한 우파는 분열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교육감 선거다. 궁지에 몰린 진보 진영은 단일 후보로 속속 결집했는데 보수 진영은 단일화에 실패했다.
 
진보 후보 한 명에 보수 후보 4~5 명이 난립해 승리하리라고 생각했다면 그 얼마나 오만한 독선인가.
 
그 결과 우리는 서울을 비롯한 여섯 개 지역의 아이들 교육을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에게 맡기게 되었다.
 
오만하면 실패한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좌절과 성공도 삶의 한 부분이거늘

또 한 가지, 이번 지방 선거는 후보를 모른 채 투표하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로또 선거라는 말이 생기면서 선거 자체를 희화화했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선거에 있다. 선거가 희화화되는 현상은 막아야 한다. 이번 선거의 후유증은 상당히 크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인책 사퇴했고, 이 대통령은 세종시와 4대강 살리기 등 핵심 정책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해졌다.
 
사사건건 이 대통령과 대립해오던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군수마저도 당선시키지 못함으로써 입지가 좁아졌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한 사람들에게는 축하를 보내며 오만에는 반드시 반작용이 따랐다는 역사의 가르침을 선물한다.
 
또한 실의에 빠져 있을 실패한 사람들에게 당부한다. 선거는 짧다. 삶의 한 부분이다. 더 길고 더 본질적인 것은 인생이다.
 
 삶의 최종 목적은 인생에서의 성공이다. 결코 좌절하지 말고 스스로의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