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취임했다. 김 지사는 취임사를 통해 "저는 부지런히 민생현장에서 도민을 만나겠습니다. 도민의 말씀을 많이 듣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습니다. 도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언제나 가까이 할 수 있는 열린 도정을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경남도는 도민이 믿고 신뢰할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설 것입니다."라며 열린 도정으로 신뢰받는 공직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도지사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는 김 지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도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최대한 시행착오 없이 성공해야 한다. 취임사에서 밝힌 열린 도정은 듣기 좋은 말이어서는 안된다. 도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말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학교가 뭐지? 거기서 뭘 배울까?
아침 출근길 아내가 누군가와 통화한다. 주고받는 말에 '혁신학교'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내는 차에서 내리면서도 계속 통화를 한다. 출근하고 잠시 잊고 있었던 '혁신학교'가 가끔 방문하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http://www.saesayon.org)의 최신보고서에 실려 있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혁신학교'에 대해 생각 좀 하고 살라는 것 같다.
새사연의 보고서에는 교사와 학부모의 노력으로 학생들의 변화가 묻어나 있다. 새사연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 '관료 주도의 수직, 하향의 교유개혁은 학교서열화, 교육내용의 획일성, 사교육 폭발, 교육 양극화를 가져와 교육의 수월성과 형평성에서 실패한다.'라는 기본 전제를 두고 학교를 기본 단위로 하는 교육운동(민주로 열린교실, 교육 주체들이 함께 배우는 협력관계, 아래로부터 새로운 교육원리 세움)으로 능동성과 창조성으로 학교를 재구조화해야 한다.
▶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개방 ↔ 교사, 부모, 학생의 소통, 참여, 개방이 이루어지는 혁신학교 ↔ 행정당국의 참여와 지원으로 학교, 지역, 교육이 모두 살아나는 새로운 시스템의 전국 확산.
새로운 학교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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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서 공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가 어릴 적 왜 국어사전에서 낱말 찾기, 받아쓰기, 경필쓰기를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모르지만 많이 했습니다. 어느 순간 왜 그런지 모르지만 낱말 찾기, 경필 쓰기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에 대형 멀티비전, 컴퓨터 등이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칠판에 필기하는 것도, 아이들이 공책을 정리하는 것도 모습을 많이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거꾸로 공책을 강조하고, 선생과 아이의 대면, 체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아이들과 만나며 요즘 드는 생각'에서
혁신학교가 되려면 무엇보다 자기를 찬찬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동료들과 이를 나누어야 한다. 공유가 되면 자연스럽게, 새롭게 할 일들이 보인다. 이를 풀기 위해 다른 다라 사례든, 다른 학교 선생님의 실천이든, 어떤 학자의 이론이든 필요한 것이다. 나를 되돌아보고 이를 풀기 위해 탐구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나를 돌아보지 않고 남의 것이 좋아서 가져와서는 안 된다.
-'혁신에 대해서'에서
주당 3시간씩 있는 체육시간 중 한 시간은 꼭 전래놀이를 한다. 작년부터 해오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토요 순환수업을 이용해 전래놀이 수업을 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놀이를 하다니. 교과부 장관이 들으면 큰일 날 일이지만 놀이도 공부다. 정말 중요한 공부다. 특히 또래와의 자발적인 놀이는 성장의 중요한 요소다. 놀이하면서 알게 모르게 크는 것이다. 관계를 맺고, 규칙을 만들고, 새롭게 다듬고, 끼고 빠지고... 바로 사회성, 창의성, 자발성, 능동성의 요소가 다 들어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수업시간에 전래놀이를 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놀이의 자발성 요소에 위배된다. 스스로 좋아서 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수업시간에까지 놀이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이런 현실이 슬프다.(놀이를 가르쳐 주는 학원도 있단다.)
- '얘들아 노올자'에서
우리학교는 기존의 사고 방식이나 실천만으로 앞을 열 수 없다. 늘 새로운 길이기에 자기를 버리는 삶이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어렵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누구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먼저 하는 길이어야 한다. 새로움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실천 속에서 열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대안 제시 혹은 대안적 실천'에서
혁신과 대안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혁신학교'를 혁신학교답게 만들기 위해 열정을 다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은 선생님들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학보모도 마찬가지다.
학부모 사랑방에 올라 있는 '혁신'을 주제로 한 글을 통해 '혁신학교'를 느껴보자.
혁신학교 희망서가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혁신의 대의에 공감하는 학교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 혁신학교가 잘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먼저 지난 월요일에 있었던, 학교운영위의 ‘혁신학교’ 논의에 대한 회의록을 보고, 과격한 표현의 글을 올렸던 것에 사과드립니다.
의견수렴의 절차와 과정이 지켜지는 토대 위에서, 혁신의 의미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운영위 회의록에 나타나 있는 상황들을 납득하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작년 전원학교와 pd수첩으로, 남한산이 치룬 한바탕 홍역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지 못한 채 반복되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컸습니다.
언젠가 꽃마을 어느 아빠께서 이렇게 묻더군요.
“공동체, 남한산 정신을 많이 이야기들 하시는데 그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웃고 말았지요. 다시 그 분을 만나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저도 모르지만, 구성원들이 서로의 의견을 묻고 존중하며 소통하는 관계속에, 공동의 문제들에 합심하여 대처해나가는 것이 남한산의 정신이 아닐지요.”
그동안, 남한산 정신대로 살지 못한 스스로를 돌아보며 혁신학교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 거듭 사과 드립니다.
스스로를 혼내며, 제 자신부터 혁신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글에 대한 덧글이 달려있다.
'너무 많이 자신을 혼내지는 마십시요... 글을 읽고 있자니 진정 혼나야 할 사람은 우리 모두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누가 진정한 소통을 위해 애썼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혁신학교를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호간의 불신이겠지요. 힘 내십시요. 편안한 얼굴로 뵙기를 바래봅니다...'
남한산 초등학교의 힘은 다른 것에 있지 않았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을 (아이들의 꿈을 키우고 행복을 느끼게 하는) 창조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참여와 소통, 개방의 노력과 열정을 다하는 선생님과 학부모, 참여하는 학생에게 있었다.
PD수첩 동영상
혁신행정은 가능한가?
혁신학교를 행정에 적용하면 관료 주도의 수직, 하향의 공직사회 개혁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지역민의 소통, 개방, 참여가 이루어지고 수평, 상향·하향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그림일 것이다.
김두관 도지사의 강점은 독단과 독선이 아닌 대화와 협의를 존중하는 것이다. 김 지사의 강점이 표현되기도 하고 행정을 대하는 자세와 인식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예가 '민관도정협의회' 구성이다.
지역민들은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제왕의 권리를 누리며 온갖 비리에 얼룩진 단체장과 공직자의 세계를 보면서 공직사회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2005년 공무원노조와 경남도민일보가 공동 기획한 '공직사회, 개혁과제와 방향'에도 공직사회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당시 지적된 내용 중 서로의 노력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2010년 공직사회는 또 다른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경남도민일보-공무원노조 경남본부 공동기획 '공직사회 개혁과제와 방향' 중 일부 내용입니다.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추방을 걸고 출범한 공무원노조가 공직사회 내부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 공무원노조를 향해 독단과 독선을 일삼는 이명박 정부는 '묻지 마 탄압'으로 공무원노조 활동을 무력화하고 있다. 공직사회 양심을 차단하는 이유는 관료 주도의 수직, 하향의 공직사회를 통해 국민을 통제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그래서 불순해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공무원을 홍보의 수단으로 동원하여 국민 여론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다행히 김두관 도지사는 공무원노조를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인식하고 있다. 나아가 공공성 강화, 투명성 강화, 주민참여를 통한 지방자치 완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상대로 생각한다. '국민을 위한 공무원이 되겠다.'라는 공무원노조와 상생의 길을 가겠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다.
혁신학교의 성공조건인 소통, 참여, 개방으로 혁신행정의 성공하여 김두관 도지사가 추구하는 '번영 1번지' 경남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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