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슴에 담고 생각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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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도 댓글 2건 조회 1,521회 작성일 10-07-1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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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위한 기도

          글 /  이해인


내가 이 세상에 태여나
수 없이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 주렁 달렸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 매일 돌같이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이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여 하나의 말을 잘 탄생
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품위있는
한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를 닦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내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지껄이지 않게 도와 주시어
좀 더 겸손하고 좀 더 인내롭고
좀 더 분별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내가 어려서 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린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용서 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여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소서
해 처럼 휜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은총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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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질러진 물도 다시 담을 수 없듯이

입 밖으로 한 번 내 뱉은 말은 다시 주어 넣을 수도 없고

일 순간에 천리를 갑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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