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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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떠날 때 댓글 0건 조회 957회 작성일 10-07-3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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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론에 불을 지폈던 정운찬 총리가 취임 10개월 만에 웃으면서 떠난다.
 
정총리는 29일 퇴임의 변을 통해 “10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은 너무 험난했다”고 말했다.
 
총리직을 떠나는 아쉬움과 당리당략으로 얼룩진 정치 현실을 함축성 있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으로 정치적 승부를 걸었으나 두터운 벽을 넘지 못했다.
 
세종시를 행정중심에서 경제과학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충청권을 무려 13번이나 방문하고 설득전을 폈지만 수정안은 국회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무척이나 아쉬웠을 것이다.
 
정 총리는 6·2지방선거에서 참패해 물러날 시기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7·28재보선에서 여당이 승리하자 퇴진키로 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이 국가의 책임 있는 공복으로서 사임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큰 기대 속에 등장해 세종시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떠날 때를 아는 총리였다.

그는 한 때 박근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차기 대선주자의 물망에 오르는 등 좋은 출발을 했으나 학자 출신으로 당리당략과 갈등과 싸움이 판치는 정치판에서 스스로의 입지를 세우지 못했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기반이 있어야 하고, 파벌을 만들고, 권모술수가 있어야 하는 데 이런 것을 하지 못했다. 국정 2인자의 힘을 가진 총리의 모습이라기보다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으로 솔직했다.
 
짧은 10개월 이었지만 정 총리는 용산사태, 천안함 사태, 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파문, 6.2지방선거와 7.28보선 등 큰일을 많이 겪었다.
 
 이중에 정 총리가 용산 사태 희생자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고, 문제를 해결한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정부 관리나 정치인 모두가 껄끄러워하는 용산사태 해결에 총리가 직접 나선 것은 큰 결단이었다.

정 총리는 공교육 개혁, 출산율 제고, 사회갈등 해소 및 일자리 창출 등의 과제를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문제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의 퇴진으로 이들 과제가 어떻게 추진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후임자가 누가 되든 연속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정 총리의 사퇴로 이 명박 대통령은 총리와 청와대 비서진, 정부 등 큰 폭의 인사를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실무형 총리를 두어 국정을 챙기게 할지, 정치성 총리를 두어 당과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게 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
 
새 총리를 잘 세워야 이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수행이 힘을 받는다. 한 가지 더 주문한다면 총리에게는 총리에 걸맞는 힘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