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 '소통과 화합의 아이콘' 아니면 '아바타'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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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작교 댓글 1건 조회 1,466회 작성일 10-08-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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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들의 절친을 데리고 물놀이를 갔는데 아내가 전화하고 대뜸 "누가 국무총리가 된 줄 아느냐?"라며 다소 생뚱맞은 질문을 던졌다. 아내의 이유 있는 물음이라는 직감에 "김태호…"라고 하니 그렇다 한다.

 

'최연소'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사람. 관운이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국무총리에 내정되었다는 소식은 내게 그리 큰 충격을 주지 못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중앙으로 무대를 옮긴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충분히 선택될 수 있는 조건이 있다고 봤기에….

 

일부 언론에서 이번 8.8 개각에 대해 '40대 젊은 피'로 보기 좋게 치장하고 한나라당도 '소통과 화합'의 개각이라 평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노골적 친위개각, 반성 없는 개각, MB식 오만과 독선 개각으로 혹평하고 있기에 8월 24~25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가 격돌의 장이 될 전망이다.

 

 기억 속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는 "소통과 화합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라며 "소 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돈도 권력도 배경도 없는 내가 오로지 용기와 도전으로 바닥부터 도의원, 군수, 도지사를 했다. 대한민국이 기회의 땅이며 '하면 된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20~30대에게 주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듣기 좋은 말이다. 하지만, 김 내정자가 경남도지사를 지냈던 시절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던 경우를 허다하게 지켜보았기에 신뢰하지는 못하겠다.

 

김 내정자는 보궐선거에서 도지사가 된 직후 2004년 7월 3일 공무원노조와 '도와 시·군간의 인사교류 협약서'를 체결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주간조선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당시 협약은 김 내정자의 말대로 진일보한 것이다.

 

직원들의 98%가 가입된 단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특별인터뷰] 김태호 경남지사 

인터뷰=김민배 주간조선 편집장 baibai@chosun.com 정리=정장열 주간조선 기자 jrchung@chosun.com


입력 : 2004.07.31 10:31 16' / 수정 : 2004.07.31 10:58 49'

 

 

기자 : 공무원 인사 때 노조 대표의 동의를 받겠다고 약속했는데 노조와 타협한 겁니까.


김태호지사 : “제가 동의를 구하겠다고 한 것은 공무원들의 시도간 교류의 경우입니다. 도 자체 인사는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직원들의 98%가 가입된 단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점입니다. 또 이번에 합의한 내용을 보면 인사정책을 펼 때 전향적으로 노조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것이고, ‘자치단체장의 인사권 침해를 하지 않는 범위 내’라고 못박았습니다. 앞으로는 공무원들도 서로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번 조치를 한 단계 진일보 하는 것으로 봐야지 법외단체를 불법적으로 인정한 것처럼 보는 시각이 문제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만큼 큰 법이라고 했던가? 협약 체결 이후 경남도의 인사가 있을 때마다 시끄러웠다. 공무원노조의 뜻이 반영되어 시끄러웠던 것이 아니다. 공무원노조와 약속한 인사협약은 지켜지지도 않았고, 자기 사람을 심는 정실인사와 낙하산인사로 얼룩졌기 때문이다. 임기내내 김 지사의 인사는 문제가 되었다. 3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퇴임하기 직전에도 '정실인사' 지적을 받은 김 지사는 말과 행동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떠날 준비하는 경남도지사, 작별인사 대신 '정실인사'? 부산일보 2010. 3. 9 (화) 

경남지사 고향사람 챙기기인사 물의 국민일보 2007. 5. 20 (일) 

[부산/경남]경남 출자기관은 낙하산 부대? 동아일보 2006. 7. 25 (화) 

경남FC 대표 해임에 축구계 반발 연합뉴스 2006. 7. 7 (금)

 

2006년 공무원노조와 김태호 도지사 사이 갈등은 폭발하고 말았다. 공무원노조는 재선에 성공한 김 지사를 향해 "인사교류 협약을 이행하라."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지사는 '노조 설립신고를 하지 않고 활동하는 공무원 단체는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단체교섭은 물론 일체의 대화를 거부할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하고 사무실 폐쇄, 공무원노조 간부 중징계 등의 강공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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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낙하산인사 자행, 공무원노조 탄압하는 김태호 도지사를 규탄하고 있다. ⓒ 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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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8월 30일 사무실 폐쇄 등 공무원노조를 탄압하는 도지사에 맞서 노조 지부장단 삭발이 있었다. ⓒ 공무원노조 

 

2004년 보궐로 당선된 이후 말했던 진일보한 내용은 온데간데없고 직원 98% 이상이 가입된 단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그동안 제공했던 공무원노조 사무실을 폐쇄하고, 노조 간부를 파면 해임하는 중징계를 실행하는 것으로  끝나버렸다. 오죽했으면 공무원노조가 김 지사를 말 꾸기의 달인, 거짓말쟁이라고 했겠는가?

 

 김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분신이거나 돌쇠? 

 

이명박 대통령과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의 성장 과정이나 사고가 닮았다고 한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맞는 말이다. 

[MB "김태호, 내 분신 같다" 했는데…]어려운 형편·실업高·잘나가는 兄… 자치단체장·보수성향까지 '닮은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8/10/2010081000091.html

 

그러나 많은 사람은 오래전부터 김 내정자를 '작은 이명박'으로 직시하고 있었다. 내용을 살피면 확실히 맞는 말이다. 

경남에는 '작은 이명박'이 있습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08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작은 이명박'이라는 것을.
 
그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재선한 직후 엄연히 임기가 남아 있는 경남FC와 경남발전연구원 등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장들의 사표를 종용했다. 그리곤 이사회의 선출권을 무시하고 자신의 측근을 임명하는 등 인사권 전횡을 일삼았다. 대통령선거가 끝나자 김태호 지사는 또 경남FC 대표이사를 자르고 이명박 당선자의 언론특보를 지낸 김영만 전 스포츠서울 발행인을 대표이사에 앉혔다. 최근에는 이강두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자 고향 후배인 안상근씨를 정무부지사로 임명했다. 그것도 기존 부지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하자마자 호주로 해외출장을 가는 공항에서 전화로 내정사실을 공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각종 정부투자기관이나 국영기업에 대표, KBS 사장과 이사들의 사퇴압력을 넣었거나 넣고 있는 것과 어쩜 이리도 똑같을까.
 
김태호 지사는 또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경부운하의 전도사가 되겠다" "경남에서 먼저 대운하를 시범건설하고 싶다" "경남 단독으로라도 운하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외치고 다녔다. 3·15의거 48주년을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서는 뜬금없이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에 동참하자"고 외쳤다.
 
대운하가 국민의 반대에 부딪혀 정부에서도 포기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워터웨이'로 고쳐부르며 계속 추진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지금도 '대운하 TF팀'을 해체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그야말로 '이명박 대통령의 돌쇠'다.
 
이명박 정부의 '예산 10% 절감'을 따라하면서 노인과 장애인·여성 결혼이민자·여성농업인 등에 대한 사회복지분야 국고보조금 68억 원을 깍아버렸다.

 

지금껏 인사청문회의 경험을 비춰보면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는 박연차 게이트에 오른 인물인 만큼 도덕성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국정운영능력과 경륜부족 문제로 집중 공격을 받겠지만 '인사청문회'라는 형식적 관문을 거쳐 국무총리가 되리라 본다. 정운찬 전 총리도 인사청문회에서 자질과 적격성, 정책 비전과 역량, 세종시 수정발언, 병역 의혹을 비롯한 도덕성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야 사이 격돌이 있었지만 결국 총리가 되지 않았는가?

 

장차 국무총리가 대통령과 닮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소통을 이야기하며 더 불통하는 대통령의 독단을 닮아서는 안 될 일이다. '소통과 화합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자신의 말을 실천으로 검증해야만 대한민국은 신뢰의 땅이 될 수 있으며 '약속은 지킨다'라는 도덕과 신뢰의 사회에서 20~30대가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김 내정자가 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갈등으로 첨예한 대립의 아픔을 가진 공무원노조가 논평 (내용 모두 보시려면 http://www.kgeu.org/board/view.asp?bID=Ncomment&number=7105)을 냈다. 여기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허수아비 역할이 아니라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경계하여 국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진심 어린 당부가 담겨있다. 

 

김태호 신임 국무총리가 경남도지사로 재임기간중 경남도정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취임 직후 호화관사 문제, 에쿠스 리무진 사건, 진해 신항 쟁취 빙자 관제데모 사건, 남강물 부산공급 논란, 낙동강 개발 발언, 돈만 퍼부은 이순신 프로젝트, 도정소식지의 사유화와 재임기간 내내 공무원노조와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인사권을 남용한 낙하산 인사 문제 등 갈등의 연속이었다.

특히,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활동하던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사무실을 전국 최초로 대못을 박아 강제 폐쇄시켜 공무원노조와 단절을 선언하였던 과오를 돌이켜볼 때 국민과 소통을 하겠다는 내정자의 발언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허수아비 역할이 아니라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경계하여 후반기의 국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경남지사로 재임기간중 공무원노조와 불미스러웠던 과거에서 벗어나 현정부가 밝힌 ‘젊음과 소통’의 내각답게 격의 없는 대화와 관계 개선에 나서 소통과 통합의 큰 길로 나가야 할 것이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논평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공무원노조 입장'에서 

 

많은 이들의 바람처럼 국민과 나라를 위한 국무총리가 되느냐? 지역에서 우려하는 대로 김두관 도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정략적 총리가 되느냐? 갈림길에서 김태호 내정자는 민심을 따라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제발 이명박 대통령의 아바타가 아니라 '소통과 화합의 아이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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