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VS 이병하 '7월의 마지막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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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작교 댓글 3건 조회 1,997회 작성일 10-08-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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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VS 이병하 '7월의 마지막 약속'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오는 24일 시작된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대상자의 전매특허처럼 보이던 위장전입 문제, 병역기피 논란에서 벗어나 있다. 평생 꼬리표처럼 달고 다닐 박연차 게이트 문제에 대한 야권의 날 선 공격도 법원의 '무혐의' 판결을 근거로 방어하면 국무총리가 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김 후보자의 자질문제, 의혹 등이 불거지고 있다.

 

청문회 위원들은 김태호 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며 '자질 없는 총리'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려 한다. '김 후보자 = 말 바꾸기 달인'이라는 등식을 제기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오래전부터 김 후보자에 대해 '말 바꾸기의 달인', '거짓말쟁이'로 규정하며 경남도지사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느낀 공무원노조가 청문회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98년 경상남도의원으로 시작해 거창군수, 경남도지사를 거쳐 40대 후반에 총리 후보에 오른 김태호 후보자 그리고 공직사회 개혁·부정부패 추방을 위해 활동하다 파면이 되어 공직사회를 떠나야만 했던 이병하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 2004년 당시 조직을 대표했던 두 사람의 운명 같은 만남이 인사청문회 기간에 (청문회 특위에서 시.군간 인사교류협약 체결 후 협약 파기와 관련하여 이병하 전 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 이루어질 예정이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04년으로 돌아가 당시 도지사 보궐선거로 당선된 김태호 도지사와 공무원노조 사이에 있었던 일을 살피는 것으로 시작해 두 사람의 삶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젊은 도지사의 선택 그리고 갈등  

 

2004년 7월 3일 김태호 경남도지사와 이병하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이 '도와 시·군간 인사교류 협약서'에 합의하고 서명을 했다. 협약서에 서명한 이후 김 지사는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공무원 인사 때 노조 대표의 동의를 받겠다고 약속했는데 노조와 타협한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에 김 지사는 "분명한 것은 직원들의 98%가 가입된 단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점"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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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교류의 불균형에 따른 불만을 치유하고, 행정의 효율적 수행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마련된 협약서는 김혁규 도지사 시절부터 준비되어 2004년 7월 3일에 이르러 빛을 보게 되었다.

 

협약서는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시절 협약서의 초안은 마련되었다. 공무원노조 경남본부는 2003년 7월 31일 도지사와 단체교섭을 통하여 도와 시, 군간 인사교류 문제를 개선하기로 합의하고, 2003년 10월 21일 도청, 시·군 인사담당, 노조 대표들이 모여 첫 모임을 했다. 이후 수차례의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였다. 2004년 협약서 서명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김혁규 도지사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여 공백 기간이 생겨 협약서는 미루어진 것이다.

 

과정은 임종만의 참세상 블로그 글 '내가 생각이 짧았다' 위기탈출에 능한  김태호(http://blog.daum.net/gabinne/12376420)에 잘 나와 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김혁규 전 지사 재직시인 2003년 7월에 도청과 각 시·군 인사실무자, 공무원노조로 인사제도개선팀을 구성하였다. 여기서 향후 인사 때 본인의 동의와 각 시·군 직원 대표의 동의를 받아 인사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합의서를 도출하여 발표되고 있던 때였다.

 

도지사가 없던 그해 5월, 이를 무시하고 행정부지사가 한차례 인사를 하였는데 낙하산인사에 파행인사로 곤혹을 치렀다. 그 원흉은 자치행정국장 오원석이었다. 김채용 행정부지사는 잘못된 인사임을 시인하고 신임도지사가 취임하면 오원석을 문책인사 하겠다는 합의서를 쓰고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신임도지사인 김태호는 한술 더 떠 오원석을 기획실장으로 승진 발탁하는 모순을 범하였다. 공무원노조는 다음날인 7월 2일 즉각 성명을 내고 일방적인 승진인사를 철회하고 인사제도개선팀에서 만든 합의서를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하게 된다. 그날 밤 김태호는 진주 출장 중 다급히 달려와서는 "내가 생각이 짧았다. 잘못된 인사임을 시인한다. 한 번만 참아주면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도지사실에서 사정을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겠다."고 한 말을 증표로 남기기 위해 문서에 담으라고 요구했다. 김태호는 이를 흔쾌히 승낙하여 다음날인 7월 3일 "도와 시군간 인사교류 협약서"가 탄생하게 된다.  

 

[ 임종만 씨는 2006년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부본부장을 했던 분이다. 2006년 공무원노조 경남본부는 김태호 경남지사가 '인사교류협약'을 지키지 않는다며 반발하면서 갈등관계에 있었고 임종만 씨는 '집단행위 금지와 복종의 의무' 등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파면 처분을 받았다. 그 뒤 임씨는 법원에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2008년 12월 항소심에서 승소하여 복직하여 현재 창원시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다. ]

 

김태호 지사는 장의 자격까지 언급하며 자신의 선택을 당당히 밝혔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그해 8월 말 노조 본부와 1차 본교섭 때 ‘교섭 불가’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당시 노조 본부는 "도지사가 노조의 실체를 인정하기로 약속한 만큼 관련법에 따른 단체교섭과 협약체결에 성실히 임해줄 것"을 요청했고, 김 지사는 "행정자치부에서 불법노조와 단체교섭에 응하지 말라 하고, 7월 3일 인사교류협약서 서명에 따른 특별교부세 불이익을 준다고 하니 교섭은 불가하다."라고 한 것이다.

 

공무원노조와 약속을 파기하고 갈등을 스스로 선택한 김태호 도지사는 이후 공무원노조를 탄압하는 데 가장 앞장서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른 길을 걷다.  

 

2004년 7월 3일 조직을 대표하여 협약서에 서명한 김태호 도지사와 이병하 본부장. 6년이 지난 지금 한 사람은 국무총리 후보자가 되어 자질을 검증받아야 하고, 한 사람은 '7월의 마지막 약속'을 떠올려 청문회에 출석해야 한다.

 

두 사람은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의 도전은 세상이 지켜보고 있다.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경남 지역에서 순탄한 길을 걸었던 사람인 김태호 후보자가 더 높은 자리를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세상이 관심두진 않았지만 이병하 본부장은 이미 도전에 성공했다. 지난 8월 중순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에 출마하여 당선(재선)되었다. 4기에 이어 5기 위원장을 맡게 된 이병하 위원장은 경남도청 공무원 출신이다. 신분과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으로서 편하게 사는 길을 버리고 더 평등한 세상, 더 민주화된 세상을 위해 고난의 길을 선택한 이병하 위원장의 도전에 대해 세상은 잘 모른다.

 

공직사회가 부패와 부정으로 썩어 있을 때 관료사회를 바꾸기 위해 공무원노조를 선택하고, 국민이 모두 잘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그는 파면되어 공직사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독식구조의 경남에서 민주노동당의 길을 선택해 경남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뛰어든 것이다. 4기 위원장을 맡으면서 낸 성과는 지난 6.2선거 결과 그대로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라는 한나라당의 오만에 맞서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이루어내고 김두관 도지사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대거 의회에 진출하는 약진을 이루어내었다. 

 

공직사회 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일을 세상을 바꾸는데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고자 하는 이병하 위원장의 도전이 꼭 성공하기 바란다.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도전을 하는 이병하 위원장의 성공이 경남도민의 성공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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