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기자실폐쇄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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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자 댓글 0건 조회 1,624회 작성일 11-08-03 07:56본문
▲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22일 오후 세종로 정부합동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설명하는 가운데 수십명의 기자들이 국정홍보처의 발표를 기록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기자실(정부에서는 '기사송고실'이라고 한다)과 브리핑 시스템에 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각 부처의 기자실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대신 2003년 도입한 개방형 브리핑 시스템을 정부 청사 단위로 통합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 통합 브리핑 룸에 기자들의 송고 편의를 위한 '기사송고실'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청사 안에서의 공무원 현장 접촉은 공무원 업무 편의 등을 고려해 더 제한하겠다는 구상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취지를 글로벌 스탠다드의 적용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보편적 관행과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의 제도와 관행 하나를 정상화시키는 일"이라는 설명도 보탰다. 일본을 제외하곤 이런 기자실을 운영하는 곳이 없다는 국정홍보처 관계자의 설명도 뒤따랐다.
정부는 대신 전자브리핑 시스템을 도입하고, 정보공개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법을 개정하는 한편 공무원들이 기자들의 취재에 적극 협조할 수 있도록 '취재지원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언론사·언론단체들이 반발하는 3가지 이유
이에 대해 언론사들과 언론단체들은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언론의 취재 기회를 크게 좁혀 결과적으로 정부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몇 가지가 거론된다.
먼저 브리핑 제도가 그렇게 내실 있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알맹이 없는 브리핑과 핵심적인 쟁점에 대한 답변 회피 등으로 건질 게 별로 없는 형식적인 브리핑이 많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로는 각 부처 기자실 폐쇄는 각 부처 차원에서 그나마 대면 취재의 근거지를 없애겠다는 발상이라고 보고 있다. 기자실 운영의 폐해가 없지 않았지만 그 순기능 까지를 도외시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언론사와 기자들로서는 취재활동의 거점이 돼왔던 '근거지'가 없어지는 데 대한 정서적 거부감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추진상의 문제점이다. 언론의 취재 관행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언론계의 의견 수렴 등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였다는 지적이다.
기자실 폐해, 언론계 자정 노력이 먼저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05년 4월28일 저녁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룸에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남북화해협력 유지 등 통일부가 정한 올해의 3대 역점 추진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실 문제는 그동안 언론계에서도 논란이 돼 온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폐쇄적인 운영과 엠바고의 남발 등 취재 및 기사 담합 문제, 취재원과의 유착 관계 등이 주로 문제가 돼 왔다. 과거에는 촌지의 온상이라는 오명도 있었다.
하지만 87년 민주화 이후 기자실의 이 같은 부정적인 행태들은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언론계 자체적인 자정 운동도 있었고, 언론사간 취재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사 담합 행위 등은 자연스럽게 사라진 측면도 있다. 또 정부 차원의 혁신 조치들도 있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개방형 브리핑제도는 기자실의 폐쇄성을 크게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점은 미디어 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이나 <기자협회보> 등에서 기자실 문제를 다룬 기사가 크게 준 데에서도 확인된다. 이들 미디어비평지의 주된 관심이 '언론의 당파성' 등 다른 현안으로 이동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기자실 문제가 과거처럼 불거지지 않은 데 따른 자연스런 관심이동의 측면이 더 크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찰 기자실을 비롯해 상당수 기자실은 여전히 인터넷신문 등 신생 매체나 소규모 언론에 대해서는 배타적이다.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으로 그 문호가 크게 확대되고, 기자실도 '기사송고실'로 그 개념이 바뀌었지만 과거와 같은 폐쇄적 '기자실 문화'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 조치에 대해 인터넷 신문 기자들 같은 경우에는 '공정한 경쟁의 환경'이 조성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또 기자실이 정보 유통을 가로막거나 왜곡하는 사례들도 없지는 않다. 검찰 등 일부 기자실에서 남용되고 있는 엠바고나 기자단의 적절치 못한 '오프더레코드' 같은 게 대표적이다. 또 많이 줄었기는 하지만 출입처 제공 외유성 해외 취재 관행 같은 것도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폐해는 언론계의 자체적인 자정 노력이나 개방조치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의 적절한 관계 설정으로 풀어나갈 문제라는 지적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는 언론계 차원의 자율적인 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많다. 무엇보다 폐쇄적인 기자단 운영 등에 대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언론계의 전향적 자세가 요구된다는 지적들이다.
기자실 순기능 살리는 방안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
정부 차원에서도 기자실의 부정적인 측면 이외에도 언론의 취재 활동이나 정부 기관과의 정보 교류 차원에서 '순기능'이 없지 않은 기자실을 굳이 없애려 할 게 아니라, 그 순기능을 더욱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기자실을 개방하는 것이나, 그 운영을 개선하는 방안은 많다는 의견들이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가 왜 기자들에게 '기자실'이라는 공간을 굳이 내줄 이유가 있는가 하는 문제 제기도 있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내세운 명분의 배경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기자실의 '부정적인 측면'만 주목했다면 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기자실 운영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취재편의시설'의 제공이란 점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미국 등과 언론환경이 다른 마당에 굳이 기자실 제공 측면에서만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다 붙일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 부처 차원에서도 사실 기자실은 언론의 협조를 구하는 '주된 창구'라는 점에서 이번 기자실이나 브리핑룸 통폐합에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과천 중앙부처의 한 언론 담당자는 "이번 조치는 청와대나 국정홍보처가 각 부처의 언론담당자들을 신뢰하지 않고, 통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공무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일사불란한 정책 홍보를 강조하다 보니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 정부가 어떤 정부가 될지 모르지만, 노무현 정부의 이같은 '정보통제'를 답습한다면 정부의 성격에 따라 민주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이기도 했다.
언론의 '재갈' 될 수도 있는 '브리핑제도'
▲ 안재경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장이 지난 2005년 4월25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브리핑룸에서 허준영 경찰청장의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방지 대책' 발표 뒤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른바 '조·중·동' 등 노무현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해왔던 언론들 이외에도 노무현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서는 그래도 관대한 평가를 해주었던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같은 신문까지 이번 조치에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기도 하다.
한미FTA 등 비판적 보도에 대한 '신경질적인 대응', 국민 여론 수렴이 필요한 쟁점 사안에 대한 범부처 차원의 극단적인 '동원 시스템' 등에서 확인된 '여론몰이형 정책 홍보'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조치가 기획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돌출된 이번 기자실과 브리핑 룸 통폐합 조치 논란을 두고 정부나 언론 모두 원점에서 이 문제를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바람직한 기자실 제도 등에 대해 언론계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정부의 기본 원칙은 가능한 한 정부의 정보를 공개하고 개방하는 데 있다는 점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람직한 언론환경의 조성을 위해, 또 정부와 언론의 관계에서 진정 선진적인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브리핑 제도는 정부 입장에서는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언론의 편에서는 '재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브리핑제도, 공무원 사회 폐쇄성 강화시킬 것
브리핑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입'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직무상의 비밀이나 정책 추진을 위해 불가피하게 보안이 요구되는 사안이 아닌 이상 공무원들이 자신의 맡은 일 등에 대해서 소신껏 언론 취재에 응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야말로 정부 차원에서 가장 확실한 대언론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공무원 접촉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제약'이다. 특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옷을 벗기 십상인 우리 사회의 공무원 문화를 고려할 때 모든 언론의 취재는 '대변인실'을 통하도록 하는 것은 공무원 사회의 폐쇄성을 더욱 강화시킬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전방위적인 '반대여론'에 직면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무원의 입은 입대로 단속하고, 게다가 그 나마의 대면 취재 창구까지 좁히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은 "정부가 방침을 정했다고 해서 그대로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다면 고치는 것이 민주정부의 태도"라는 지적이기도 했다.
'언론탄압'으로 몰고가는 것, 공허한 주장이다
언론 또한 이 문제를 '언론탄압'으로까지 몰고 갈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번 조치의 의도나 문제점, 정책추진 방식의 난맥상을 정확하게 짚는 것은 필요하다. 또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는 언론으로서 정부에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언론탄압'으로까지 몰아가는 것은 정부의 주장만큼이나 공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언론의 취재활동은 결코 정부의 편의 제공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언론은 '관급기사'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 이는 본질적으로 기자실이나 브리핑룸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은 기자들이 먼저 기자실 문을 박차고 나설 일이라는 지적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백병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