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를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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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애정남 댓글 5건 조회 2,426회 작성일 12-09-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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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 동화에서 거북이가 이긴 이유가 초과수당에 있다는 비밀을 알고서 그 충격으로 16년간 오직 부정부패 척결 연구에만 전념해 오신 청렴의 달인 ‘삥땅’ 김병만 선생님을 모시고 애정남과 함께 지난시간에 이어 이번에는 초과근무수당의 해결방안에 대한 얘기를 진지하게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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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옛날부터 구전되어 온 토끼와 거북이 경주 동화 속에는 우리 공직자들의 슬픈 자화상이 그려져 있는데요...

토끼와 거북이의 승자는 왜 거북이 입니까?

매일 똑같은 거리를 토끼는 6시까지 마쳤고, 거북이는 12시에 마쳤으니, 당연히 거북이가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똑같은 조건에서 시작했다면 거북이가 시간외 수당으로 훨씬 좋은 차에, 큰 집에, 당연히 여자도 잘 꼬셨으니 인생에서 승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초과근무 수당제도는 공직자를 거북이로 만들고, 거북의 형상인 복지부동은 어느새 공직자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6시 안에 마칠 수 있는 걸 12시까지 끌기 위해선 당연히 업무나 민원처리에 있어 최대한 비효율을 추구해야 합니다. 남들보다 일찍 오고 남들보다 늦게 가는 것이 업무의 고단함과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성실의 척도가 되었고,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쓸데 없는 걸 자꾸 만들어 냅니다. 쓸데 없는 일을 자꾸 만들어 내다 보니 이제는 ‘불필요한 일 없애기’ 라는 일을 또 만들어 내고, 실과별로 하나씩 제출하라 하니 과에서는 담당별로 쓸데 없는 일을 하나씩 발굴하라며 또 일을 만들어 내고, 쓸데없는 일 없애기 대책회의, 쓸데없는 일 없애기 종합보고회, 쓸데없는 일 없애기 사후관리... 쓸데없는 일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이게 모두 다 초과근무 때문입니다.

반면에 토끼는 어떠합니까?

전래동화에서 나쁜 호랑이로부터 나무꾼을 구해주던 영리하고 인정많던 우리의 친구 스마트한 토끼는 첫날밤 신랑이 토끼면 신부가 절망하여 죽을 지경이 된다는 어느새 여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고 피해야 하는 끔찍한 괴담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이런 천인공노할... 아니 천묘공노할...

빨리 일을 마치고 쉬는 토끼의 능률이 공직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고 피해야 하는 가치였다면... 이제는 빠름도 세 번이나 반복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인식도 바뀌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초과를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해결방안은 초과를 없애는 것입니다.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최대 인정시간을 기본시간 대비 20시간 정도 더 주면 됩니다.

여기서 분노하시는 분들은 초과근무를 위해서 일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존경하는 본 직원도 소시적에는 저녁에 소주 한잔 하고 들어와 새벽 1~2시에 자료요청 메일이나 쪽지 보내곤 했습니다. 이미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이렇게 새벽까지 일하며 고생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나는 꼼수다 였습니다.

어쨌거나 실제로 일을 더 많이 하시는 분들이 더 많이 받아가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하면 초과를 위해 오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국과장님 초과를 없애니 아무도 저녁에 남지 않습니다.

연가보상비를 반토막 내니 국과장님들도 연가를 많이 내면서 이제는 직원들도 자기 연가 쓰는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초과를 없애면 굳이 가정의 날이니 청사 소등의 날이니 안해도 다들 일찍 퇴근합니다.

일찍 퇴근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구성원들 사기가 오르고, 일의 능률이 향상되어 조직에 활력이 생깁니다. 많이 자고 운동하니 직원과 조직이 건강해 집니다.

 

초과를 없애면 조직진단과 인사가 쉬워집니다.

조직진단 시 일이 많은 부서나 업무에 직원을 더 많이 배치할수 있게 됩니다.

똑같은 업무량이고 똑같이 처리하는데, 시간외가 많은 사람은 좀 무능한 것입니다.

똑같은 시간에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많이 유능한 것입니다.

당연히 무능한 인간으로 찍히지 않기 위해선 근무시간 내 업무를 처리하려 합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일을 생각해 내지 않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사람은 근무시간 내 더 많은 일을 맡아서 해내는 조직문화가 됩니다.

 

초과가 없으면 연계된 다른 문제들도 없어집니다.

각자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자기계발을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회식의 잡음이 사라집니다.

왜 지금 회식이라는 단어는 설렘을 주지 못하고 긴장을 주는 걸까요?

자연스럽게 계비도 없어지게 되고, 공동경비에 따른 각종 폐단도 줄어듭니다.

계별로 분담해야 할 일이 생길 때만 출장내고 컴퓨터 안켜면 됩니다.

직접 볼일 보러 가서 영수증 만들어 오든지, 부탁을 하든지... 암튼 컴퓨터 켜면 안됩니다.

입체적으로 감사하면 다 걸립니다.

그리고 서무님들 열심히 사람수 대로 편의점 영수증 붙이시는데 그거 다 소용없습니다.

개인별로 자동차 운행 관련 영수증만 인정되니까, 승차권, 톨게이트, 주유소 이런 것만 챙기세요.

 

초과가 없어지는 대신 노조에서는 기본시간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공무원 관련 전국노조와 연대하여 매년 행안부와 일종의 임금협상을 해야 합니다.

현재 10시간 책정된 초과수당의 기본시간은 행안부지침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공직자들을 도둑으로 만들지 않고, 공직업무를 효율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기본시간은 늘리되 최대시간은 줄여 나가야 합니다. 최대시간 줄이는건 각 지자체별로 알아서 하면 됩니다.

기본시간 확대는 매년 노조의 중요한 역할이고 핵심적인 역량이 될 것입니다.

 

다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6년간 오직 초과근무만을 연구해 오신 청렴의 달인 ‘삥땅’ 김병만 선생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토끼가 낮잠을 자게 된 것도 밤에 달리기 위한 초과근무 때문이었던 것으로 판명되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달리기 시합에서 똑같은 거리를 더 빨리 달린 사람이 승자가 되는게 정상적인 세상인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비정상적인 세상 속에 갇혀 있었던 건 아닐까요?

 

권한대행께서 효율적 업무를 언급하셨고, 내부적으로도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어 있어, 지금이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초과를 바꾸면 세상이 바뀝니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반전있는 경남스타일의 공직문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