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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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 댓글 6건 조회 4,087회 작성일 13-01-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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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매일 : 2013. 1. 28(월)

 

경남도의 풍경이 달라졌다. 풍경의 변모는 경남도정이 변했다는 증거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권력 사용 스타일이 낳은 결과다. 그는 극히 제한된 일 외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저녁은 자신의 절제된 행동에서부터 곧 바로 귀가하는 것을 일상으로 한다.

 

부패와의 전쟁을 위해서다. 그는 공무원들의 사익을 용납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비리가 드러나면 곧 바로 고발한다. 전국 꼴찌인 경남도의 청렴도 향상을 위해서지만 홍 지사가 후보시절 밝힌 토착비리 근절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권력운용의 절제된 행동은 역설적이지만 위엄을 높인다. 초연함으로 냉정해지고 도청 내부에는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그의 절제는 대 도민 및 공직자에 대한 것인가, 용인술에는 그러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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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무직의 경우는 코드인사가 다반사지만 선거캠프 등 측근 중심이다. 논공행상, 권력서열 순으로 보여 화려함도 안정감도 없다, 정무부지사, 서울사무소장, 특보 등 실세의 처세는 낮춤과 잠수이고 인연자랑도 금기사항이지만 호가호위하려는 것으로 비친다. 정무직도 전문성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이에다 경남발전연구원장, 남해대학 총장 등 출자출연기관장은 물론,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거창대학 총장, 경남개발공사 사장 등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능력에 우선하고, 소임을 다하지 못할 땐 퇴출시킨다고 하지만 정무직과 출연출자기관장에 대한 임명이 논공행상으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청은 ‘얼음 땡땡’이다. 날씨 탓이 아니라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얼어 있다. 측근은 물론, 도청 공무원들도 바짝 얼어 있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홍 지사를 쳐다보는 듯, 역동성이 없다. 직언이 없고, 귀가 닫혀있다는 징조다. 잘못 나서면 다친다는 그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초기에 강력한 개혁 정치를 추구했다. 관료 사회의 눌어붙은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사정을 실시했다. 바로 나타난 부작용은 공무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복지부동이었다. 납작 엎드려 사정의 칼바람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를 관료주의의 상징처럼 지적하며 그것을 뽑아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그의 임기 동안 ‘관료주의 전봇대’가 웬만큼이라도 뽑아졌다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무리 강한 대통령도 임기 5년의 개혁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개혁인사란 게 바람이나 다를 바 없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재선을 포함 임기 5년 6개월을 두고 도정의 밑그림을 그렸다지만 현 임기는 1년 6개월이다. 또 재선을 합한 그 바람이 매섭다 해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취임 후 30일이 지난 현재, 경남도에 부는 바람은 내부비리 고발, 징계, 닦달과 지시만 있을 뿐이다. 이로 인해 경남도청은 ‘고요와 침묵’이 흐르고 복지부동(伏地不動)’의 자세다. 바람이 지나간 뒤 다시 털고 일어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다. 일하는 경남도정으로 변화시키려면 공무원들의 의식과 행태가 바뀌도록 해야 한다. 도의 조직개편과 인사라인 교체ㆍ국장 책임제ㆍ공모제 폐지 등 선행 조치도 답이 없는 곁가지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경우가 되지 않으려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법으로 강제하고 징계로만 다스린다면 누구도 복종시킬 수 없다.

 

 

강제와 법에 의한 복종은 무늬만 복종일 뿐이다. 제도를 바꾸고 상벌체계 정비도 결코 지속적이거나 효과적이지 않다. 또 부패는 척결돼야 하지만 조직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옳지 않다. 긍정적 사고에 우선, 기(氣)를 살려야 한다. 도민과 공무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리더와 함께하는 ‘소란과 격론’속에서 역동적 경남을 기대해야한다. 논어에 리더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덕이라 했다. 배려, 존중, 따스함으로 감싸줄 때 마음이 움직일 것이란 믿음이 덕의 리더십이다. 경남지사의 말 한마디가 전능이어서는 안 된다. ‘얼음, 땡’ 한마디에 도정이 앞으로 나아가고, 서는 시대가 아니다. 시스템이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경남도민을 보고 일을 한다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얼음 땡땡’인 경남도청에 박수치고 밝게 말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경남지사의 몫이다.훈풍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