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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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일보 댓글 0건 조회 1,620회 작성일 13-02-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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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앞둔 女공무원, 갑자기 자살한 까닭
사회복지직 공무원들 과도한 업무량에 신음
"너무 힘들다" 한달새 경기도서만 2명 자살
현장방문·대면 업무 많아… 위험한 상황도 자주 겪어

  • 한국일보 김기중기자 남보라기자
입력시간 : 2013.02.27 14: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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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량이 얼마나 많으면 '조사(調査)하다 조사(早死)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겠습니까."

'복지국가'달성을 위해 일선 현장에서 발로 뛰며 기초생활수급 등 각종 복지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직 행정공무원들이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급기야 결혼을 3개월 앞둔 30대 여직원이 업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아파트 14층에서 투신하는 등 한달 사이에 경기도에서만 2명의 사회복지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한 아파트 화단에 성남시청 사회복지 9급 여직원 A(32)씨가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아파트 자택에서 "근무하기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된 점 등을 미뤄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해 4월 성남시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임용돼 5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한 병원에서도 용인시청 사회복지직 공무원 B(29)씨가 투신해 숨졌다. 두 사람 모두 숨지기 전 부모나 동료에게 "업무가 힘들다"거나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A씨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업무량을 설명할 때 '살인적'이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부터 5년간 복지정책 재정은 45%, 복지제도 대상자는 157.6%가 늘었지만 정작 복지담당 공무원은 4.4% 느는데 그쳤다. A씨도 만0~5세 보육료 양육수당 신청대상자 2,659명, 기초노령연금 신청대상자 800명,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290명, 장애인 1,020명 등의 업무를 임용 한 달도 되지 않은 공무원과 둘이서 맡아왔다.

수급자 자격을 박탈하거나 지원을 끊어야 할 경우 현장 방문을 하거나 당사자를 대면하다 보니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성남시 중원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사무실에서 30대 민원인이 흉기를 휘둘러 사회복지 7급 공무원 김모(45)씨가 손과 얼굴을 다치기도 했다. 수원시의 한 복지담당 공무원은 "과거엔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에 대한 선택적 복지업무만 처리했지만 이젠 보편적 복지 형태가 되면서 업무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은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현장 공무원은 더 힘들어지고 정부는 필요한 만큼 성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