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 개는 태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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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민 댓글 4건 조회 1,891회 작성일 13-12-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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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의 시대다.
 
불통을 이야기하면 권력자를 비롯한 집권세력은 '원칙을 지키는 자랑스런 불통'이라 최면을 걸거나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뭉개버린다. 권력자의 독선은 원칙이고, 비판하는 국민은 원칙을 모르는 자로 만든다. 비판 목소리는 개가 짖는 '멍멍'이 된다.
 
권력자가 귀만 닫는 게 아니다. 법도 무시한다. 경남에서 올해 벌어진 큰일 중 하나가 진주의료원 사태다. 1년 내내 시끄럽다. 경남도는 비판 목소리를 무시하고 끝내 해산에 이어 청산 중이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사태는 '진행형'이고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법원은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재개원 찬반 주민투표 청구인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경남도는 지난 7월 증명서 교부를 거부하면서 이런 이유를 댔다. '진주의료원 해산은 노조의 인사·경영권 개입 및 법을 무시한 단체협약 체결, 만성적자 등 이유로 추진됐다'며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재개원 자체가 불가능하고, 주민투표에 과다한 예산이 들어간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법과 조례로 정한 '다수 주민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주요 공공시설의 설치·관리에 관한 사항'이자 '주민의 복리·안전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사항'이어서 주민투표 대상이라고 했다. 주민투표는 주민이 지방자치의 주체가 되도록 보장한 제도이다. 그런데 경남도가 법을 어기고 주민 직접참여를 막은 것이다.
    
그래놓고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최근 트위터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나는 나의 길을 간다"고 했다. 기차이야기는 처음이 아니다. 진주의료원 폐업방침에 반발이 거세지자 홍 지사는 지난 4월 1일 정례조회에서 "어떠한 잡음이 들리고 어떠한 비난이 있어도 그래도 기차는 간다"고 했었다. 비판 목소리는 '잡음'과 '비난'에서 홍 지사 당선 1년 시점에 '개 짖는 소리'가 됐다.
 
그런데 여쭙고 싶다. 어디로 가는 기차인가. 그 기차엔 누가 타고 있는가. 멍멍 짖어대는 개도 기차에 태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