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데도 시군순방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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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민대표 댓글 7건 조회 2,005회 작성일 14-02-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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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가 어제 거제시를 출발점으로 삼아 다음달 초순까지 도내 18개 시군 순방길에 오른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우선 같은 새누리당 경선 경쟁자인 박완수 도지사 예비후보 측은 꼼수로 혹평했고 민주당 경남도당은 당장 계획을 취소하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물론 속내는 정치적 공세일 가능성이 크지만 타당성의 정도가 전혀 배척되는 것은 아니다. 도청의 해명대로 이해하자면 이번 순방이 연례행사로 간주돼 나쁠 것은 없다.
 
지방자치제 이후 연두순시라는 이름으로 군림하던 임명제 시절의 악습은 사라졌지만 선출직 지사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자신의 판단에 따라 현지에서 지역별 시정을 보고듣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은 시기적인 불투명성에 있는것이 확실하다. 지사의 새해 순방은 대체로 회계연도가 바뀌는 새해 벽두, 다시 말해 1월 중에 세워지는 게 보통인데 이번에는 늦게 일정을 잡으면서 없던 계획이 급조된 게 아닌가 의심을 키웠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적 사정을 고려하자면 시군 순방과 선거의 연결고리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상당한 친분관계를 맺고 있다는 인식은 불변이다. 일러서 현직의 이점으로 일컬어지는 것들이다.
 
지사가 가진 조건을 유리하게 활용하면 좋은 위치로 유권자를 만나 스스로의 권위를 강화할 수 있다. 그것뿐이 아니다. 부여된 지방 재정권자의 자율적 권한으로 지역 숙원에 대한 예비 선심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배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했지만 공공연한 지역 순방이 그같은 격언의 본뜻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선거 상대 당사자들이 일제히 그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사정이 그렇다.
 
선거를 의식한 지역 순방은 아니라는 경남도 공무원들의 변론을 물리칠 마땅한 반대 증언은 갖다대기 어렵다. 또 홍 지사의 그동안의 독단적 언행으로 미루어 추측건대 언론이나 여론 조장기관이 비판한다 해서 거기에 귀를 기울일 스타일도 아니다. 따라서 시작한 순방을 멈추거나 변경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게 보약이 되겠는가. 순방 시 의중에도 없던 돌발 행동이 나올 수 있고 예상치 못했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오해를 살 수 있는 선거 직전 순방은 안 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