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欺自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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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不欺自心 댓글 0건 조회 1,246회 작성일 07-04-04 09:03본문
"어제 뭐라 했노. 좌우명 달라 했제. 너거들 낯짝 보니 좌우명 줘 봤자 지킬 놈들이 아이다. 그러니 그만 가봐라!"
무슨 청천에 벽력인가. 그렇게 힘든 절을 시켜 놓고는 "그만 가봐라" 라니. 황당하다 못해 어이도 없었다.
"큰스님, 그래도 지키고 안지키고는 다음 문제고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절 돈을 냈는데 좌우명을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기에 애원을 보태 말씀을 올리니
큰스님이 다시 지긋이 바라본다. "절돈 낸다고 애는 썼으니, 좌우명을 주기는 주지."
잠시 침묵하던 성철스님이 말했다. "속이지 마라! 이 한마디 주고 싶다."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큰스님이 주는 좌우명이라면 무슨 거창한, 정말 평생 실행하려고 해도 힘든 어떤 굉장한 말씀을 주실 줄 알았는데.
기껏 '속이지 마라' 정도인가. 너무 쉬운 좌우명이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앉아 있으니 큰스님이 다시 묻는다.
"와(왜 그러니), 좌우명이 그래 무겁나. 무겁거든 내려놓고 가거라.
아까도 너거들은 좌우명 못지킬 거라 안했나."
걷다가 쉬다가 다시 바닥을 기다시피 하면서 백련암을 떠났다.
친구에게 "괜히 백련암 오자고 해가지고 몸만 작살났다" 며 투덜거렸다.
당시 큰스님이 주신 '속이지 마라' 는 좌우명은 어른이면 누구나 흔히 하는 말이었다.
내가 '너무 쉽다' 고 생각한 것은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오며 남을 속이고 살아오지는 않았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실망할 수밖에.
그로부터 석달쯤 지났다. 몸도 풀리고 백련암 다녀온 일도 잊어버리고 살아가던 중 문득
"속이지 마라" 는 큰스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렇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남을 속이고 산 일은 없지만,
나 자신을 속이고 산 날은 너무도 많지 않은가.
큰스님의 말씀을 "남을 속이지 마라" 로 해석하면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자기를 속이지 마라" 고 해석하면 정말 평생 지키기 힘든 좌우명이 아닌가.
갑자기 큰스님을 다시 찾아 뵙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해 7월, 이번에는 혼자서 백련암을 찾았다. .....
[성철스님 시봉이야기중에서 '不欺自心' 원택스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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