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하현종 기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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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연금대책위 댓글 2건 조회 1,773회 작성일 14-08-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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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SBS 하현종기자가 보도한 [취재파일] "언론이 공적 연금을 다루는 어떤 방식에 대해"라는 기사는 최근 수많은 언론들의 보도와는 눈에 띄게 달랐다.

언론이 마치 짠 듯이 "공무원 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많이 받는다", "개혁하라!!"는 식의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면, 오늘 자로 보도된 SBS 하현종 기자의 보도는 매우 '이례(異例])'적이다. 사실 '이례'적이라는 단어 자체에 언론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억울해서도 아니고,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막연히 많이 달라면서 생때를 쓴 공무원들이 하현종 기사를 보고 무턱대고 응원하는 것이 아니다.

팩트에 기초에 보도했다는 그 자체에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하다.

하현종 기자를 검색해 보니 SBS기자협회(한국기자협회 SBS지회) 회장이다. 기자 전화번호도 모르고 검색해 보니 메일 주소는 찾았다. 하현종 기자의 메일(mesonit@sbs.co.kr)로 "팩트에 기초해 보도해 주신 점 감사하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려고 한다.

아래, 하현종 기자가 보도한 기사의 일부 내용을 다시 올려본다.

공적 연금 관련 기사가 말하지 않는 것

하지만 그것이 온당한 것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저런 류의 기사는 공적연금과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액을 단순 비교할 뿐, 공적연금과 국민연금의 차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국민연금 납부액은 월급의 9%입니다. (본인부담금 4.5%+회사기여금 4.5%) 이에 반해 공적연금은 14%입니다.(본인부담금 7%+정부기여금7%) 또한 국민연금은 10년만 가입하면 연금 수령대상이 되는데 비해 공무원 연금은 최소 20년 이상 가입해야 합니다. 게다가 1988년도에 시작된 국민연금은 가입자 전체의 평균 가입연수가 아직 11년에 불과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가입연수는 길어지게 됩니다) 언론에서 인용하는 공무원 연금 수령액 평균액수는 33년 가입을 기준으로 합니다. 즉 공적연금 가입자는 '덜 내는'게 아니라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있는 겁니다. 이런 차이를 정확히 언급하지 않고 단순 액수 즉 국민연금 수령액 평균 87만원과 공무원 연금 수령액 평균 217만원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차이는 또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민간기업처럼 퇴직금이 따로 없습니다. 민간기업의 40% 수준인 퇴직수당이 연금에 포함된 개념입니다. 거기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혜택 역시 없습니다. 더불어 파업권등 기본적인 노동3권도 보장받지 못합니다. 임금이나 처우 개선을 위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굳이 비교를 해야 한다면 <국민연금 VS 공적연금>이 아니라 <국민연금+퇴직금+고용보험+산재보험+노동3권을 통한 협상력 vs 공적연금 + 상대적 직업 안정성> 정도의 관점으로 봐야겠죠. 하지만 사실 성격도 다르고 설계방식도 전혀 다른 두 연금을 마치 양팔 저울에 올려놓듯 비교하는 게 가능한 건지, 의미있는 건지 강한 의문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 봐야 할 것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면을 들어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국민연금도 과거에는 수익비가 2배 이상으로 꽤 짭짤(?)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2008년도에 개혁(악?)을 한 이후에 수익비가 해년마다 조금씩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민연금은 점차 노후 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어가거나 최소한 약화되는 중입니다. 반대로 공무원연금이 노후보장 효과가 크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연금이 연금다운거죠. 여기서 아마 이런 말씀 하시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연금이야 많이 돌려받을 수록 좋은게 당연하지, 그렇지만 매년 적자 폭이 커지고 그걸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데 그건 어쩌라는거냐' 전적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적자의 원인이 이런 높은 수익비 때문이라고 할 수 만은 없습니다.

지난 1997년 IMF 사태 이후 약 3년동안 공공부문에서 약 10만명 안팎의 공무원들이 구조조정됐습니다. 96년도에 약 99만명이던 공무원 규모는 99년도에 90만명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공무원 규모가 1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대량해고 이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더디고 지지부진했던 겁니다. 거기다 96년도에 약 6조원에 달했던 공적연금 운용기금은 2000년도에는 1조 7천억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당시 정부가 시행령까지 바꿔가며 적립된 기금을 꺼내 써버렸기 때문입니다. 연금의 재정안정성은 가입자 규모가 많을 수록, 운용하는 기금이 크고 수익률이 좋을 수록 높아집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공적 연금의 재정안정성을 크게 훼손해 버렸습니다. 현재 공적연금의 적립금은 약 7조원 입니다. 당시 정부가 꺼내 쓴 돈이 6조 9천억원인데 지금 가치로 따져보면 약 13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공적연금은 적자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IMF는 국가적 비상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공적연금 적자의 원인이 오롯하게 '공무원들이 적게 내고 많이 받아서' 는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연금 그리고 언론의 역할

공무원 편들자는게 아닙니다.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현재' 적자가 나고 심지어 그 폭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연금 납부액을 늘리는 방식이건, 수익비를 낮추는 방식이건 어떻게든 연금 제도를 손질해야 합니다. 연금은 혜택 못지 않게 지속가능성 즉 재정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논의할 땐 재원 고갈 시점, 인구구조, 예상 경제 성장률, 가입자 저항감 등을 놓고 수준 높고 밀도있는 논의가 치열하게 이뤄집니다. 누군가 "공적 연금은 많이 주니까 국민연금도 그에 맞춰 많이 달라"고 주장한다면, 아마 '저 사람은 누구지?' 하는 취급을 받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수익비가 낮으니 공적연금도 낮추라는 식의 주장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국민연금도, 공적연금도 제도 정비를 위해선 원인과 현 실태에 대한 정밀한 분석, 이해관계자들의 타협과 양보, 합리적인 대안 도출과 사회적 합의 과정등 이 필요합니다. 언론은 그런 과정 과정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확한 팩트와 시각을 제공하고 합리적인 공론장을 펼쳐줘야 합니다. 한마디로 좀 수준이 되는 논의가 진행되도록 여론을 형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앞 뒤 맥락 툭툭 잘라내고 말초적인 팩트를 교묘하게 전면에 배치해 악감정을 자극하는 행태는 여론 형성이 아니라 여론 몰이일 뿐입니다. 공적연금 개혁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기자가 알면서도 그렇게 기사를 쓴다면 불공정한 것이고, 모르고 쓴다면 기자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입니다.

 

고민없이 쉽게 써도 되는 기사는 없습니다. 하지만 연금과 관련된 기사는 특히 더 고민하고 숙고해서 써야 합니다. 보도자료 인용해 편히 쓰기에는 연금이 너무나도 중요한 주제입니다. 연금은 저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노후가 걸린, 복지 정책의 기본이자 뼈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