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공무원 명예퇴직 러시…'공무원연금법 개정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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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금공단 댓글 0건 조회 1,509회 작성일 14-08-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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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난해 총 106명서 올 상반기 162명으로 늘어
하반기 법 개정 가시화되면 명퇴자 더 늘어날 전망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을 몰아붙이고 있는 정부의 공무원연금법 개정 추진이 급물살을 타면서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의 명예퇴직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14일 뉴스1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전국 주요 지자체의 올해 상반기 명예퇴직자 수는 이미 지난해 명예퇴직자 총수를 넘어선 곳도 생기는 등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한해 명예퇴직자는 106명이었지만, 올해는 지난 7월 기준으로 벌써 162명의 공무원이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올해 명퇴한 서울시 직원을 직급별로 보면 5~7급에 집중돼 각각 32명, 84명, 32명이 명예퇴직했다. 직급별 분포에서는 예년과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치구도 사정은 비슷해 서울에서 주민수가 가장 많은 자치구인 송파구의 경우 지난해 4명이었지만, 올해는 이미 9명이 명예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공무원 중에서는 상반기에만 36명이 명예퇴직해 지난해 전체 명퇴 인원 27명을 훌쩍 넘어섰다.

부산시 공무원들의 올해 상반기 명예퇴직자는 4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달에도 2명이 신청하는 등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남도도 마찬가지다. 경남도 공무원의 올해 상반기 명예퇴직한 공무원은 34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명퇴한 공무원 18명의 두배에 달한다. 직급별로 보면 3급 이상 10명, 4급 9명, 5급 이하 15명이다. 7월에도 4명이 명예퇴직을 하는 등 연말까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올해 상반기 각각 16명이 명예퇴직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광주 5개 구청 공무원들 가운데도 명예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4급 서기관 4명을 비롯해 모두 21명에 달한다. 북구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광산구 6명, 남구 4명, 동구 3명, 서구 1명 등이다. 이들 외에 추가로 명예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공무원들이 각 구별로 30~6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청은 올해 상반기 63명 퇴직자 중 32명이 명예퇴직을 했다. 이 역시 지난해 총 명퇴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강원 '빅3' 지역도 명퇴 바람이 거세다. 춘천, 원주, 강릉은 상반기에만 56명이 명퇴해 지난 1년 동안의 49명보다 많았다. 다른 시·군도 사정은 비슷하다.

◇"연금보고 살아왔는데…정년채울 필요 못느껴"
이처럼 공무원들의 명퇴가 급증하는 것은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되면 현재보다 수급액이 20% 이상 줄고 연금 수령시기도 1년가량 늦춰질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다는 의견이 많다.

심지어 공무원 연금 개정 법안을 국회에 상정할 경우 추가 집단 명예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명퇴를 했거나 고려중인 공무원들은 가장 중요한 노후대책 수단인 공무원연금이 대폭 줄어들 경우 굳이 정년을 채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깊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연금산정 기준 퇴직 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접근했을 때 명퇴가 공로연수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셈법도 한몫을 하고 있다.

광주 서구청 한 공무원은 “정부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이뤄지면 연금 수급액이 감소할 것이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나돌면서 퇴직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며 "대다수 공무원들의 경우 연금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왔는데 혜택마저 사라진다면 굳이 정년퇴직 때까지 일할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이같은 명예퇴직자 급증에 대해 "공무원연금법 개정 추진 영향에 따른 불안이 큰 요인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국회에서 개정이 더 가시화되면 정년이 임박한 직원들의 명예퇴직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 역시 “내년부터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연말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 연말에는 더 몰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외에 지방선거 출마자, 세월호 참사에 따른 ‘관피아’ 문제가 불거지며 공무원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서 명퇴 러시가 일고 있다는 등의 다양한 주장도 나온다.

공무원노조 반발…"명퇴가 해법 아니다"
이에 따라 공무원 사회의 반발도 일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본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와 새누리당이 구상 중인 방안에 강하게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전공노 광주본부, 광주시공무원노동조합, 시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회원 30여 명은 12일 오전시 광주 북구 중흥동 새누리당 광주시당 앞에서 '공무원ㆍ군인연금 개악시도' 새누리당 규탄집회를 가졌다.

전공노 강원지부 이성운 위원장은 “공무원 명퇴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때문이지만 명퇴가 해법은 아니다”라며 “퇴직자수는 시간이 지날 수록 증가하고 공무원 재직자수는 정원이 정해져 있어 당연히 연금으로 나가는 돈이 늘어난다. 정부는 이런 재원구조의 문제를 정확히 살피고 선진국처럼 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영향보다는 베이비붐 세대(1956~59년생)의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국적으로 명예퇴직한 공무원들을 근수연수로 보면 30년 이상, 연령별로는 베이비붐 세대에 몰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시 명퇴자 대부분은 30년 이상 공무원 생활을 했던 사람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도도 대부분 1955년 상반기 이후 출생자이다. 광주시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이들은 모두 베이비붐 세대로 행정경험이 최소 30년에서 35년 이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 관계자는 “명퇴자를 보면 모두 1955년 이후 출생자들로 그 당시 많은 인원이 공무원으로 들어와 현재 퇴직 인원 자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도 많은 인원이 명예퇴직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연금법 때문은 아닌 듯하다”고 진단했다.

◇"직업공무원제 안정 측면에서 법 개정 바라봐야"
이같은 공무원 사회의 동요를 무작정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은 정년과 연금 보장인데, 이것이 흔들릴 경우 ‘엽관주의’(spoils system)가 판을 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직업적 안정성이 깨지면 공무원이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기 보다는 정책을 좌우하는 선거나 인사권을 가진 상급자만 바라보게 되는 폐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한 지방자치 행정 전문가는 “명퇴자가 늘어나도 결국 국고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지자체 재정 부담은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직업공무원제의 필요성과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장우성(서울)·송용환(경기)·홍성우(강원)·김호(광주전남)·조원진(부산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