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압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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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창소리 댓글 1건 조회 1,501회 작성일 14-09-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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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세평> 도청 마산 이전 약속은 유효한가
 
나는 언론에 종사해온 직업인이기도 하고 사적으로는 옛 마산시에 살고 있는 시민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불과 2년도 지나지않은 지난 2012년 12월 치른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생생히 기억한다. 현 홍준표 지사가 애용하는 표현방식을 잠깐 빌려와서 말한다면 선거 자체는 총론이고 살피고자하는 각론은 홍 지사의 선거공약이다. 대표적인 공약이 무엇이었느냐하면 하나는 진주에 도청 제2청사를 설치해서 서부지역 발전의 계기로 삼고 다른 하나는 도청을 마산지역에 이전하겠다는 것이었다. 호언대로 서부청사는 일사천리로 추진됨으로써 홍 지사 특유의 저돌성을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율사 출신 덕택으로 법의 맹점을 잘 짚어 의료복지 시설인 진주의료원을 문닫게한 후 그 건물의 용도를 서부청사가 들어갈 수 있게 공공청사로 바꾸어 놓았다.
무서운 추진력이요 놀랄만한 뱃심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또 한개의 약속 도청 마산이전은 어디까지 와있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그와 연관해 진전된 정보는 아예 없다.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 한달이 지났을 즈음 창원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피력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도청 이전은 청사 소재지 갈등으로 창원시가 시끄럽기때문에 그 문제가 해결된 후 검토하겠다는 석연치 않은 일보 후퇴론을 꺼내든 것이다.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이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전방위 압박을 가해오고있던 터라 코멘트가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이것은 지독한 건망증이자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재작년 10월 새누리당 경남지사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나선 홍 지사는 통합 창원시의 갈등이 청사문제로 최고조에 달했다면서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100만 인구의 창원에 도청과 시청이 모두 옛 창원지역에 있을 필요가 없다. 마산에 가보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너무 피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창원의 구청으로 전락한 채 상대적 박탈감이 많은 마산에 도청을 옮기는 것이 맞다.' 토씨나 일부 어휘를 다듬었지만 문맥은 다르지않다. 가히 폭탄발언이라 할 만하다.
시청 소재지가 어디로 결정날 것인가를 기다린 후 도청이전을 거론하겠다는 홍 지사의 입장변화는 약속을 뒤집거나 아니면 지키지 못하겠다는 의미로 읽히기 십상이다. 왜 그런지는 본인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중앙 예산 지원의 불투명성과 지역주의로 똘똘 뭉친 시민정서로는 시청이 지금의 임시청사를 벗어나 마산행을 택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취임 1주년 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구성해 갈등 조정방안을 만들자는 복심을 보이면서 지사의 의중은 비로소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났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진주의료원 폐쇄와 서부청사 만들기는 주저치 않고 밀어붙이면서 도청 마산이전은 주민자율이란 외적 명분에 의존하겠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스스로는 도청 마산시대를 열 의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고백한 것이다. 비용문제는 총론이 아닌 각론이란 유명한 말을 남긴 것도 홍 지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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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을 마산으로 옮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이전비용은 곁가지일 뿐으로 그것 때문에 도청을 못옮기란 법은 없다는 소신찬 발언이었다. 그러나 말잔치로 끝났다. 도청 마산이전 공약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다. 언론에 종사해온 직업인으로서는 갈 때 다르고 올 때 다른 정치인들의 양면성을 모른다 할 수 없고 선거를 매개체로 하는 정치적 속성을 이해못할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사적으로는 한명의 소시민이자 유권자의 입장에서 솔직히 배신당한 기분이 드는 것은 숨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