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은 '질투'-국민연금 수령액을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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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질투의화신 댓글 0건 조회 1,478회 작성일 14-10-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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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 계 탔네.” 교사와 선 봤다는 처녀총각을 놓고 이런 농담 해봤을 거다. 당신이 월급쟁이라면 말이다. 이건 어떤가. “와이프가 공무원(여기엔 교사를 넣어도 완벽히 성립한다)이에요? 노후 걱정 없겠어요.” 20∼30대에 실감 없던 농은 40대에 부러움, 50대엔 질투로 바뀐다. 전직 공무원과 사기업체 퇴직자. 은퇴 전후 두 집단의 엇갈리는 희비를 보여주는 증언이라면 주변에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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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에 서울 강남 40평대 아파트와 4억원 넘는 현금을 쥐고 퇴직한 은행 지점장이 있다. 지금은 서울 외곽 30평대 전세에 산다. 동창회비도 부담스러워하는 걸 보면 현금도 바닥난 모양이다. 지난 10년간 그에게는 그 시기 가장에게 있을 법한 일들이 일어났다. 두 아이가 대학을 졸업했고, 동네에 음식점을 열었다가 한번 실패했고, 병원신세를 한 차례 졌다. 현재 수입은 월 50만원 안팎 국민연금뿐이다. 얼마 전 만난 전직 교사는 때깔부터 달랐다. 월 300만원 사학연금 수혜자인 그는 테니스 치고 아내와 여행을 다녔다. 그가 학교 나올 때 가진 자산은 은평구의 집 한 채 뿐이었다. 은행잔고 얘기를 하며 그가 웃던 기억이 난다. “학교 나올 때 가진 돈이 몇 달치 월급이 전부였던가?”

 

현직에 있을 때 둘의 연봉 격차는 컸을 것이다. 퇴직 무렵 부동산·주식·은행잔고 같은 보유 자산 규모도 크게 달랐다. 하지만 수십 년 애써 쌓은 자산은 놀랄 만큼 쉽게 사라졌다. ‘교사 와이프’를 부러워할 때 우리 본능은 알고 있었듯, 노년의 길을 가른 건 연금 액수였다.

 

지난해 나온 연구보고서는 국민연금 수혜자가 빛의 속도로 가난해진다는 사실을 수치로 확인해줬다. 민간의 은퇴자는 평균 2억8000만원쯤 손에 쥔 채 직장을 떠난다. 공무원보다 8400만원쯤 많다. 이런 우위는 정확히 4년 만에 800만원 차이로 뒤집힌다. 미래는 더 암울하다. 자산이 뚝뚝 떨어지는 추세는 이어질 테고 민간 퇴직자는 결국 70대 중반 이후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따져보면 당연한 결말이다. 요즘 유행하는 경제학 책도 설파하듯 부(富)와 소득은 다른 것이다. 월급쟁이들은 노후 준비를 한다며 악착 같이 아파트 평수를 늘리고 펀드에 투자한다. 하지만 일정 규모 이하 ‘부’란 생계유지가 가능한 수익(소득)을 내지 못해 결국 소진된다. 답은 연금일 수밖에 없다.

 

최근 적자덩어리 공무원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개혁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동력은 두 가지다. 모자란 돈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납세자의 분노와 덜 받아 열 받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질투다. 공무원연금에 손댈 데가 많은 건 사실이다.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월급 많은 고위직 공무원이 많이 받고 쥐꼬리 월급의 하위직은 덜 가져가는 구조다. 상한액이 지나치게 높은데다 소득분배 기능이 없는 탓이다. 연금 받는 시기도 너무 이르다.

 

고칠 건 고쳐야 한다. 하지만 질투에 눈에 멀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비극은 ‘그들’의 행복이 아니라 ‘우리’의 비참에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연금은 40년을 가입해도 150만원(현 물가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는다. 40년은 군대미필의 대졸자가 24살에 취업해 60세 은퇴할 때까지 일해도 채우지 못하는 기간이다. 절대 다수는 100만원 미만의 빈곤한 은퇴 생활자를 일찌감치 예약해뒀단 얘기다.

 

늙어 돈 못 버니 가난한 건 당연하지, 체념이 들 때는 공무원연금을 바라보면 된다.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노년에 가난하지 않은 여유를 우리는 그들을 보며 대리체험했다. 국민연금이라고 못할 건 없다. “더 주면 좋겠지만 돈이 없다”는 정부 협박에 미리 주눅 들 필요도 없다. “가능하다”고 자신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우린 더 받아야 한다는 얘기조차 못해봤다.

 

이영미 종합편집부 차장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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