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무원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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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금 댓글 0건 조회 972회 작성일 14-10-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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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첫 월급이 4만몇천원이었습니다. 쌀 한가마니 살 때도 벌벌 떨었고 먹고살기 힘들어서 와이프는 식당일부터 파출부까지 안 해본 일이 없어요. 그 박봉을 받으면서도 오로지 연금 하나 믿고 30년 넘게 묵묵히 버틴 건데 이제 와서 깎는다? 이건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고요….”

7일 김아무개씨(61)는 정부의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 방침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1978년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2012년 6월 서울의 한 구청에서 6급으로 퇴직한 김씨는 “연금학회인지 뭔지”가 내놓은 연금 개편안만 생각하면 분한 마음을 참을 길이 없다.

한국연금학회 개편안은 재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김씨와 같은 퇴직자한테도 ‘고통 분담’을 요구한다. 연금 수령액의 최대 3%를 재정안정화 기여금 명목으로 다시 뱉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상 연금액을 그만큼 깎겠다는 뜻이다. 김씨는 이를 가리켜 “국가가 우리한테 한 약속을 어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매달 250만원 수준의 연금을 받는데, 그걸로는 부족해서 아파트 경비일을 하고 있어요. 가족 생활비와 아직 대학 3학년인 막내아들(25) 학비, 여기에 미혼인 딸(33) 출가도 준비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연금을 깎으면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2007년 5급으로 퇴직한 남아무개씨(63)의 하소연이다.

안전행정부는 최근 마련한 ‘공무원연금제도 설명자료’에서 이 제도를 “장기간 성실 근무한 공무원 및 유족의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재직 중 직무 전념 여건 마련을 위한 인사정책적 요소가 가미된 제도”라고 소개했다. 남씨는 최근 정부의 태도가 공무원연금의 이런 본질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남씨는 “우리같은 말단 공무원들이 재직 기간에 온갖 스트레스를 견뎌가며 그래도 깨끗하게 공무원 생활을 하고 국가에 충성할 수 있었던 것도 연금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제도를 고칠 때 이런 사실도 고려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 논의에 당사자인 공무원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공무원이면 모두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큰 사람들 아닙니까. 저도 서울 종로구청에서 일할 때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잘 치러보겠다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새벽부터 청계천에 나가 거리 정비 작업에 매달리고 그랬어요. 정부가 그걸 알면, 공무원한테 ‘공무원연금 제도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으니 손 좀 보자’고 나왔어야죠. 정작 공무원은 따돌리고 저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면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