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연금개편 우수인재 공직유입 막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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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독단적 댓글 1건 조회 774회 작성일 14-10-1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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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하는 공무원 준비생들
" 연금운용 잘못은 언급않고 신규 공무원들만 희생양으로 "
"공직 명예까지 훼손될 수 있어"
 
 
올해 ‘5급 공채’(옛 행정고시) 준비생들은 ‘채용 축소’ 소식에 밤잠을 설치고 ‘공무원연금 개편’ 소식에 맥이 빠졌다. 첫 충격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민간과 유착한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 이른바 ‘관피아’문제를 지목하며 기존 5급 공채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공무원연금 제도를 손보겠다는 발표도 이들의 의욕을 꺾었다. 공무원 시험에 뛰어든 지 1년된 ㄱ아무개(24·고려대 행정학)씨는 1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사명감과 미래 보장성 때문에 공무원 시험을 보려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공무원의 혜택이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는 소식에 주변에 그만둘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더러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5급 공채 2차 시험 합격자 발표(15일)를 코앞에 둔 이들의 우선 관심사는 연금보다는 합격 여부다. 서울대 앞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하는 최아무개(25·고려대 행정학)씨는 “연금만 보고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또 연금은 먼 미래의 일로 느껴져서 그런지 채용을 줄인다고 했을 때에 비하면 동요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도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이 신규 공무원의 희생을 요구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준비생 신승헌(23·연세대 행정학)씨는 “공무원연금의 적자 폭이 커지고 있어 개편이 필요하다는 건 공감하지만 정부가 공무원연금에서 무이자로 돈을 빼서 쓰거나 연금 운용을 잘못해서 생긴 적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신규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은 연금 개편 과정에서 ‘연금액’뿐만 아니라 공직의 ‘명예’까지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준비생 김아무개(24·연세대 행정학)씨는 “민간보다 더 나은 인재를 끌어들이려고 정년을 보장하고 연금 혜택을 주는 게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이다. 그런데 지금 같은 방식으로 공무원을 ‘공공의 적’으로 돌리는 분위기는 인재들이 아무리 국가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커도 공무원 시험에 지원할 동기를 갉아먹을 거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일방적인 방식의 공무원 연금 개편이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데 악영향을 끼치리라고 내다봤다.
 

진재구 한국인사행정학회장(청주대 행정학과 교수)은 “지금 같은 방식으로 ‘미래의 공무원들은 낮은 급여와 연금으로 버텨야 한다’는 신호를 주면 우수한 인재들이 공직에 들어오는 유인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민간 부문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정책 결정을 내리는 공무원의 수준이 낮아지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한테 돌아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