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개편 졸속으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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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겨레사설 댓글 0건 조회 665회 작성일 14-10-1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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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정부가 17일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안 초안을 내놓았다. 앞서 새누리당의 의뢰로 한국연금학회가 마련한 방안과 큰 방향에서 달라진 게 없다. 공무원연금 적자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에 대한 정서적 반감에 기초해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개편을 좀더 강화한 내용이다. 연금학회 방안이 공무원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닥쳤던 것을 상기하면, 이번 정부안도 당사자 설득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나마 새로운 것은 고액 수급자의 연금 액수를 줄이는 조처가 일부 추가된 점이다. 지난 한 달여에 걸친 사회적 토론 과정에서 지적돼온 공무원연금 내부의 ‘상후하박’식 격차 문제를 일부나마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물론 공무원 단체 쪽은 ‘하박상박’이라며 여전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편의 큰 방향을 두고 그동안 제기됐던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가 사적 연금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무원연금 조이기에 나섰다거나 공무원연금 개편이 국민연금 등 다른 공적 연금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정부가 뚝딱 만들어낸 이런저런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최종안을 만드는 데 급급하기보다 좀더 본질적인 문제부터 차근차근 논의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연금 적자 개선이란 목표가 지상과제처럼 다른 모든 논점을 지배하는 것은 바람직한 논의 구조가 아니다. 이번 정부안처럼 몇가지 앙상한 수치로 모든 게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 민간부문과 성격이 다른 공무원의 보수 및 노후보장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게 맞는지, 여기에 공직사회의 특수한 근무 환경이나 취업 제한, 청렴 의무 등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 그 적정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확충할 방안은 무엇인지, 고통 분담을 피할 수 없다면 누가 얼마만큼 나누는 게 바람직한지 등 증명과 설득과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는 이번 개편 초안을 말 그대로 향후 논의를 위한 ‘초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여당 사이에도 이견이 상당한 분위기다. 더구나 당사자들인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협의도 없이 밀실에서 만든 안’이라며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논의를 주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과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낼 사회적 논의기구나 국회 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백년대계를 짜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