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법 개혁안 더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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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댓글 0건 조회 617회 작성일 14-10-3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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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당론으로 공무원연금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행정부가 주도하면 ‘셀프 개혁’ 비판을 받을 수 있고, 국회의원이 발의하면 정치적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에 당론 발의는 적절한 선택인 것 같다. 정부 법안 발의에 비해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는 점에서 법안처리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정부안(안전행정부 안)에 비해 여당 안은 적자 보전액을 100조원 줄였다. 공무원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여당이 재정절감을 위해 공을 들였다는 증거다. 언급 자체를 꺼렸던 소득 재분배 기능을 도입한 것도 큰 성과다. 연금과 퇴직금을 분리해 공무원연금의 성격을 명확히 한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공무원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재정안정화 방안에다 하후상박(下厚上薄)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개혁의 기본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

 방향이 옳더라도 세부내용에 있어 몇 가지 문제점이 눈에 띈다. 과거 몇 차례 공무원연금 개혁을 할 때 당초에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으나 몇 년도 못 가서 재정적자가 늘어났다. 어렵게 개혁하는 마당에 개혁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해외의 연금 개혁 사례 중에서는 이탈리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연금개혁 횟수에 관한 한 세계 챔피언 감이다. 1992~2012년 20여 년 동안 일곱 차례 개혁을 했다. 여러 차례 개혁했으니 재정안정을 달성했을 것 같은데 상황은 딴판이다. 한두 차례 개혁으로 재정안정을 달성한 북유럽 국가와 달리 아직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해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근본에 메스를 대지 않아서다. 개혁을 했어도 이행과정이 길어 개혁효과가 상쇄됐다.

2009년 우리 공무원연금 개혁이 비판받는 이유는 재정 안정 효과가 큰 부분에 손을 대지 않아서다. 당시 2009년 이전에 공무원이 된 사람에게 적용하지 않아 효과를 약화시켰다. 또 보험료와 연금을 산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소득을 과세소득으로 바꿨다. 이로 인해 기준소득이 종전보다 54% 올라갔다. 이 덕분에 기존 재직자, 특히 장기 재직자의 연금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번 개혁안 역시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개혁안의 골자는 보험료는 최대 43% 늘리고 연금은 최대 34% 덜 받는 것이다. 개혁안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재정 절감 효과와 개혁 이후 공무원 사회의 형평성을 분석해 봐야 한다. 개혁을 시행하면 정부의 적자 보전액이 442조원 절감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836조원을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연간 12조9000억원이 들어간다.

 보험료를 7%에서 10%로 3%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정부 부담이 그만큼 추가된다.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107만 명이고 평균월급이 447만원이니 3%포인트 보험료 인상만으로 정부부담이 연간 1조7000억원 증가한다. 연금을 깎되 퇴직수당을 인상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지금보다 최소 2.6배 증가한다. 여기에 연간 4조8000억원이 소요된다. 연금 삭감을 월급 인상으로 보상하면 정부 부담금과 퇴직금이 그만큼 또 증가한다. 이래저래 재정절감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재정 부담을 더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2015년 이전 공무원이 된 사람은 개혁 이후에도 2016년 이후 신규 공무원보다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의 비율)이 10%포인트 높다. 퇴직금을 민간과 같게 맞추면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도 국민연금과 맞춰야 한다. 그런데 개혁 이후에도 소득대체율이 10%포인트 높다. 그렇다면 퇴직금도 그만큼 적게 지급하는 게 맞다.

 또 2000년 이전 공무원이 된 사람의 낸 돈 대비 연금 지급액, 즉 수익비가 2010년 이후 신규 공무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 차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정안의 틀을 바꾸지 않고 이런 효과를 내려면 연금수령 연령을 61세로 늦추는 시기를 2023년에서 2016년으로 당겨야 한다. 연금 삭감 적용 시기를 2026년이 아니라 2016년으로 당겨야 한다. 공무원 퇴직수당을 100%로 현실화하는 것도 재고가 필요하다. 국민의 50% 정도만이 퇴직금을 받는다. 국민연금의 강한 소득재분배 기능에다 보험료 부과 상한 소득의 차이(국민연금 408만원, 공무원연금 새누리당 안 671만원) 때문에 연금에 큰 차이가 난다. 연금적용소득 상한이 국민연금과 같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금을 민간과 동일하게 맞출 경우 총 노후소득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연금개혁을 미룰수록 연금충당부채가 그만큼 늘어나 지속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하루라도 빨리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지적한 부분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반영하길 기대한다. 그래야 개혁의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다. 연금개혁 횟수에서는 세계 챔피언이면서도 정작 재정안정은 달성하지 못한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개혁의 시급성만큼이나 개혁에 따른 재정절감의 효과성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