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 부대끼며 지냈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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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승과 제자 댓글 1건 조회 1,137회 작성일 14-11-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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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 부대끼며 지냈던 아름다운 학창시절

지금의 '왕따니… 자살이니' 어디서 나온 말인지
선생님도 학생도 어떤 마음으로 학교로 향할까

시월로 접어들기 무섭게 올해도 어김없이 휴대전화 화면에 익숙한 문자가 떴다. '부족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초등학교 동문체육잔치를 선후배 동문님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오랜 불경기와 침체된 사회분위기, 또 어떤 이유로 마음이 무거우시다면 오셔서 고향과 동문의 정을 함께 나누며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을 하다가, 푸른 하늘을 쳐다보다가,
올해는 유난히 붉은 저녁 노을을 훔쳐보다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문자가 바로 초등학교 동문회에서 온 소식이다. 오래 전에 졸업한 학교로 놀러오라는 소식.

학교는 왜 자꾸만 우리를 부르는 것일까. 학교는 대체 무엇일까. 떠나온 학교를 떠올리면 마음이 따스해지는가, 아련해지는가, 얼굴이 화끈거리는가.
 
당신은 어떤 경우인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가, 아니면 학교 따윈 두 번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가. 떠나온 학교를 생각하면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선생님인가, 친구인가, 좋아했지만 한 번도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던 그 누구인가. 학교는 왜 우리들 각자의 기억속에 애증으로 자리 잡은 채 틈이 날 때마다 부르는 것일까.
 
마치 당시에 마무리하지 못한 오래된 숙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듯이.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인생에서 학교는 많고도 많다. 네 개의 학교를 모두 지나오려면 16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학교는 우리들의 또 다른 고향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그러하기에 지나온 학교에서 부르면 그때마다 만감이 교차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철수는 왜 거의 매일 지각을 한 것일까. 그 선생님은 풍금도 칠 줄 모르면서 어떻게 매번 음악시간을 진행했을까. 길동이는 나머지수업을 하면서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 선생님은 왜 그렇게 무뚝뚝했을까. 만동이는 힘이 약한 친구를 괴롭히고 때리면서 기분이 좋았을까.
 
그 어여쁜 처녀선생님은 산골마을에 부임해와 살면서 동네의 시커먼 총각들이 득실거리는 밤이 두렵지 않았을까. 지린내가 진동하던 화장실은 왜 그리 무서웠을까. 학교는 어떤 이유로 대부분 공동묘지 자리에 지어서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을까.

초등학교 시절은 그래도 아름다웠다. 중학생이 된 남학생들은 나이를 조금 먹었다고 점점 거칠어졌고 여학생들은 말이 없어졌다.
 
선생님들도 초등학교 때완 판이하게 달랐다. 여러 초등학교에서 모인 남학생들은 힘을 겨루려고 툭하면 싸웠다. 가출을 했다가 잡혀왔다. 선생님들의 몽둥이 굵기는 초등학교 시절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저 이가 과연 선생인가 의심이 갈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때렸다.
그 와중에도 사춘기로 접어든 남학생들은 젊은 여선생의 치마와 가슴을 훔쳐보며 여드름을 키우고 짰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셨는지 자습시키는 선생이 허다했다.
 
물론 모든 선생님이 그렇고 모든 학생이 그랬었다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다. 학창시절의 기억이란 건 늘 어느 한쪽에 편중돼 있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중학교보다 초등학교의 기억이 그나마 아름다운 편에 속한다. 고등학교와 대학은 슬슬 세상의 전쟁터로 발을 들이미는 것일 테니 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어떤 철수·길동이·만동이들이 있고 어떤 선생님들이 교단을 지키고 있을까. 왕따니 자살이니 하는 말들은 어디서 흘러나오는 것일까.
 
우리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어떤 당부의 말을 호주머니에 넣어주는 것일까. 선생님들은 어떤 마음을 보듬으며 학교로 가는 것일까.
 
 지금의 학교는 어디에 있을까. 혹시 마음아픈 한 아이를 교정의 울타리 밖에서 홀로 울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 옛날의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도 모른다.
 
깊어가는 가을의 동문체육대회에 가면서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미안하다는 말을 호주머니에 준비해야겠다. 그런데 정녕 학교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