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위기, 도시농업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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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농업의 위기 댓글 0건 조회 828회 작성일 14-11-1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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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위기, 도시농업의 의미


 

1. 세계식량의 위기




 2008년 초 세계 곡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여기저기에서 식량부족으로 폭동이 일어났고,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지난 2000년 이전의 식량문제는 전체 수요량에 대한 공급량의 부족에서 온 문제가 아니라 빈곤국가, 빈곤층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문제였다면, 2000년 이후부터 발생한 식량문제는 절대공급량의 감소로부터 기인하게 된다.

 2000년 이후로 세계 곡물재고량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 USDA의 2008년 전망 세계곡물 재고율은 14.9%로 적정재고율(16~17%)를 밑돌게 된다. 즉 소비량의 증가를 생산량이 못 따라와 주는 것이다.

 이로써 이제 세계 각국은 식량확보 전쟁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량위기를 느낀 러시아, 중국, 인도, 우크라이나, 브라질 등 식량 수출국들이 수출관세, 수출할당량, 심지어 수출금지 등 각종 수출규제로 문을 닫기 시작했다. 폭등하는 원유가와 마찬가지로 수출국의 통제는 가뜩이나 폭등하는 식량가격의 고삐를 풀어준 셈이다. 그야말로 식량의 무기화가 현실로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2. 한국농업의 위기




 그러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아직 쌀은 자급하고 있지만, 이 또한 개방을 해놓은 상태이고 2014년까지 8%의 의무수입을 해야 하는 상태이다. 그나마 쌀을 포함한 식량자급율이 2006년 통계로 25.3%이다. 쌀을 제외한 옥수수, 콩, 밀 등을 포함한 나머지 자급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약 50% 수준이었던 것이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심각한 위기는 바로 한국농업을 지탱하던 농촌의 위기에 있다. 2007년 농촌경제통계를 보면 가구당 소득은 10년 전에 비해 39%만 증가한데 비해 전년에 대비해 오히려 1%가 감소하였다. 평균 농가부채는 29,946천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140%가 증가했고 전년대비 16%가 증가했다. 특히 가장 많은 농가인 벼농사농가의 소득은 평균농가소득의 75%수준으로 나타났다.

 1990년 700만 명 정도이던 농가인구는 2006년 절반 넘게 줄어 300만 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60세 이상 인구가 60%정도를 차지할 정도이고, 40세 이하 인구가 1970년 35%에서 2003년 3.5%로 줄었고 이런 추세라면 2013년에는 1%이하가 될 것이라는 추정이다.




3. 농업붕괴 시나리오




 우리나라 연간 농업부문 부가가치는 2006년 18조원이다. 이는 삼성 등의 대기업 매출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농업은 경쟁력있는 기업농 형태로 일부 살아남게 하고, IT나 자동차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에 훨씬 득이 되지 않을까?

 혹자는 지금 농업에 들어가는 정부지원이 막대하니, 이것은 오히려 육성해야 될 중점산업에 투자하는 비용의 손실이라 오히려 농업이 받고 있는 여러 가지 혜택이 시정원리에 벗어한 특혜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럼 정부가 항상 교과서로 삼고있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어떨까?

 선진국들은 농가소득을 국가재정에서 직접 보상하는 직접지불제를 서두르고 있다. 전체농가소득에서 직접지불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28%, 유럽연합35%, 캐나다38%에 이르며 갈 수로 그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통상협상에서 자국의 농업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협상대상에서 예외로 삼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선진국 일수록 농업을 중시하고 국가차원에서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선진국은 평균 2% 정도로 우리나라 4%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선진국들이 농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까지 농업을 보호 육성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농업이 붕괴했을 때 지불해야할 대가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4. 식량안보의 위기




 한국농업이 해체 되었을 때를 가정해보자.

 떠올릴 수 있는 첫 번째 장면은 심각한 식량안보의 위기일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미 세계적인 식량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공산품이나 에너지는 소비를 억제할 수 있지만 식량의 경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중국은 식량증산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2004년 곡물최저수매가제 실시와 2006년 농업세 폐지를 단행했다. 일본 또한 식량안보를 현실적 위기로 판단하고 자급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4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추진하면서 유사시 휴경지 100만ha를 경장하여 위기를 극복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2000년 이후 오르기 시작한 세계 곡물가는 2000~2007년 사이 쌀이 77%(미국산), 밀 59%, 옥수수 71%, 콩 53%가 올랐고, 최근 일년(2007년 3월~2008년 3월) 사이에는 급격한 폭등으로 쌀 58%, 옥수수 36%, 콩 82%, 밀 170%가 올랐다.

 2000년 이후 곡물가 상승은 만성적인 공급부족 현상에 오는 상승효과였다고 하면, 최근 일년 사이에 기록적인 곡물가 상승은 이와는 다른 양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즉 식량의 무기화, 투기화가 본격적으로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식량의 위기가 닥치자 각 나라들은 자국의 식량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국제 곡물가는 치솟을 수밖에 없으며, 식량수입국들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일례로 필리핀의 경우 쌀 수입이 막혀버리자 국민들에게 쌀 배급을 통제하고 심지어 교도소를 논으로 바꾸어 쌀을 생산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이다.

 만성적인 공급부족으로 식량위기가 현실로 나타나자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투기자본들이다. 더 이상 투기대상을 찾지 못한 자본들이 이제 석유, 곡물, 금, 철강 등을 먹잇감으로 사냥에 나선 것이다. 국제거래 물량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곡물메이저는 이 같은 위기 사태를 유례없는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식량은 투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식량안보에 안전지대인가? 우리나라 식량 자급율은 25.3%로 OECD 국가 중 포르투갈, 일본, 네덜란드와 함께 최하위그룹에 속한다. 최근 국제 곡물가 폭등에도 소요사태나 사재기 같은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 밀, 옥수수, 콩을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의 가격이 올라 물가가 상승하였지만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치닫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쌀에 있다. 주식인 쌀의 국내 자급기반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가격폭등에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14년까지 8% 의무수입과 그 이후 사실상 완전개방이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5. 농업의 가치




 농업이 붕괴되었을 때 야기되는 것은 이것뿐만 아니다. 농업은 식량생산 이외에도 생물 다양성 유지, 홍수조절, 온도 및 습도 조절, 대기정화, 토양보존, 공동체 유지, 전통문화 계승, 정서 함양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FAO는 이것을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고 보고 있다. 농업이 붕괴되어 논밭이 황폐화된다면 홍수조절 기능의 약화와 함께 용수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농업의 가치를 화폐로 환산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이가치를 농업생산물 가치의 최대 10배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농업이 붕괴되면 미래산업 발전에서의 선도적 기능이 상실할 것이다. 농업이 사향산업이라고 하지만, 여기에는 멀리보지 못하는 시각에서 비롯된 잘못이 있다. 오늘날 미래산업으로 나노기술, 생명공학을 빼놓을 수 없다. 농업은 오랜 세월 동안 자연 생태계와 교감하면서 생명을 기르는 고도의 기술을 축적해온 산업이다.

 현대사회의 가치가 건축미학의 시대에서 생명미학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고, 물리학에서 생물학으로 그 비중이 옮겨가고 있는 시대에 농업은 핵심산업이며 미래산업을 이끌 중요한 산업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농업의 경시는 미래를 보지 못하는 우둔함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6. 국민농업




 점차 붕괴되는 농촌사회와 함께 우리농업의 사활이 기로에 서있다. 앞서 말했듯이 농업의 중요성은 어느 산업보다 중요하고, 국가의 중대한 해결 과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농업의 회생 전략은 무엇일까?

 농업이 붕괴되었을 때 미칠 파급은 비단 농민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즉 모든 국민이 그 부담을 함께 안게 될 것이기에 농업의 이해당사자는 전국민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농업의 육성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고, 국민 전체가 먹을거리 문제를 함께 책임지는 국민농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첫째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식량자급을 포함해서 먹을 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농업의 일차적 기능이라면 이와 더불어 양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중요하다. 최근 안전한 먹을거리는 전국민의 화두가 되었다. 미국산쇠고기로 촉발된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가축뿐 아니라, GMO식품의 위험성과 더불어 심각한 먹을거리 불신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한 먹을거리의 공급은 농민의 몫일 것이다.

 둘째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국민모두의 이해와 직결된다.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시키고 정화하며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은 국민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셋째 농민의 생존을 국민 모두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농민의 생존은 농업의 목적이면서도 전제 조건이기도 한다. 농업이 국가기간산업으로 간주하면서 농민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선진국의 징표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농민의 몫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민농업이라는 추상적인 상을 구체적으로 해결해 만들어나가는 것은 앞으로 함께 고려해야할 중요한 문제이다. 그중 한 가지 대안으로 도시농업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7. 왜 도시농업인가?




 도시농업이란 말이 아직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사례들이 많으며, 특히 쿠바의 아바나는 전세계 도시농업의 수도라고 말 할 만큼 중요하게 여겨진다.

 사실 농업은 농촌과 도시가 따로 나눠져 농사는 농촌에서만 짓는 것이라는 관념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도시는 어떤 지역이 발달하여 인구가 많아지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것으로 농촌과 도시를 따로 구분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농업이 먼저 발달한 것은 오히려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그러나 산업화가 급격히 이루어지고 개발위주로 도시가 팽창하면서 농촌은 점점 도시에서 멀어지게 된 것이다.

 오늘날 모든 권력은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해방 전 후 대부분이 농업인구였던 우리나라는 2006년 기준으로 전체의 3.5%정도로 미미하다. 농업이 저절로 전국민의 이해당사자일 수밖에 없었던 지난시대 구조에서 이제는 그렇지 않은 구조적 취약성이 어쩔 수 없게 생겨난 것이다. 여기에서 도시농업의 중요성을 찾아 볼 수 있다.

 키워보지 않은 사람이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알기란 쉽지 않지만, 직접 작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먹을거리의 소중함과 생명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특히 패스트푸드로 입맛이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먹을거리교육으로 직접 지은 작물은 몸으로 체득되는 살아있는 교육인 것이다.

 한마디로 도시인이 농사를 지어보면 농업이 전국민이 지켜야 될 이해 대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도시농업은 도시인들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자연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러면 단순히 농촌을 위한 도시농업인가? 그렇지 않다. 도시농업은 단순한 생산활동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8. 도시농업의 다양한 가치

 

 지금 전 세계는 기후변화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전 인류가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과밀화된 도시는 아스팔트와 건물벽에 포위되어 열섬화현상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안고 있다. 개발에 의해 녹지는 줄어들었고, 그나마 있던 농지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늦었지만 선국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다.

 도시농업은 도시의 녹지를 높이는 주목할 만한 대안이다. 공원과 옥상녹지 어느 곳이든 경작이 가능하다. 오늘 녹지의 개념이 경관과 휴식의 개념이라면 도시농업을 통한 녹지는 생산과 여가, 그리고 교류의 장이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생명의 교육이며 먹을거리교육에 있어 몸으로 체득하는 활동이 될 것이다.

 이렇게 경작경험을 한 도시농부들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로써의 경험을 통해 농촌과 농업에 대한 이해정도가 달라질 것이고, 여기에서 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먹을거리 새로운 대안으로 로컬푸드의 움직임이 활발해 질 것이다.

 이러한 도시농업은 식량자급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농촌의 밥그릇을 갉아먹는 것이 아니다. 도시에서 작물은 채소 등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주곡의 생산은 어렵다. 따라서 전체적인 식량자급을 높이면서, 역으로 인식이 향상된 도시민의 지역먹을거리 수요가 높아질 것이고, 이로인한 공급은 당연히 따라올 것으로 서로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또한 도시의 노인과 여성들에게는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오게 될 초고령 사회에 노인문제는 이제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은퇴한 노인들이 활동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며, 생산적이고, 공동체 형성에 도움이 되는 농사일 것이다.




9. 농업의 활로 도시농업




 예컨대 도시농업은 이미 일본의 시민농원, 영국의 얼랏먼트,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쿠바의 도시농업 등에서 증명되고 있듯이 여러 나라에서 행해지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이미 많은 부분 우리의 도시에서도 행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많은 도시민들의 수요도 있으며,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농업을 미래비전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정부는 도시농업활성화에 대한 논의조차 없을 정도로 의지가 없는 상태이다.

 도시민들이 경작을 하기 시작하면, 도시는 생명력을 얻을 것이다. 농촌이 다시 살아날 것이고, 우리농업은 이제 전 국민이 이해당사자로 함께 살려야하는 산업이 될 것이며, 이렇게 되었을 때 비로소 한국농업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