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공직 적폐 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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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향 댓글 0건 조회 954회 작성일 14-12-0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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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정윤회 문건’ 유출 계기 부패한 공직사회 고질적 증상 드러내
ㆍ‘국가개조’ 국정 화두 무색… “공공성 붕괴, 청와대 개조부터”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 유출을 계기로 청와대 내부의 온갖 ‘적폐(積弊)’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건 유출과 도난, 비선(秘線) 실세들 간의 권력암투, 인사전횡, 복지부동등 공직사회의 온갖 고질적 적폐증상들이 청와대에서 그대로 벌어진 사실이 각종 증언들을 통해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 적폐 및 부정부패 청산을 통한 국가개조’를 국정 화두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공직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청와대가 공직 적폐의 ‘총본산’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적폐 정부’로 매김될 판이다.

각종 내부 문건의 무분별한 유출 및 도난, 허위 보고서 작성 의혹 등은 일부 부패한 공직사회에서 목격되곤 하는 사례들이다.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모 경정 등이 청와대 문건 두 박스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3일엔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주변 인물 비위 의혹을 담은 문건이 다량 유출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박 경정이 청와대 행정관 근무 시절 인사검증과 관련한 허위 보고서 작성에 관여했다는 말도 들린다. 문건이 ‘제3의 인물’에 의해 유출됐다는 이야기와 함께 문건 도난설도 흘러나왔다.

실세 간 알력, 내부 암투도 부패한 공직사회에서 발견되는 증상이다.

‘국정농단’ 논란 이후 정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이 ‘박지만 사람’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서로 ‘비선’ ‘조작’ ‘음모’라고 비난하는 등 충돌하면서 상황은 전형적인 진흙탕 권력암투 양상을 띠고 있다.
 
정씨와 박 회장이 자신을 ‘음해’한 청와대 문건에 대해 따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는데, 청와대 내부 인사들이 양측 실세들에게 문건과 동향을 보고했다는 증거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쪽이 반대쪽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에 문건을 흘렸다는 ‘정치공작설’까지 제기된다.

실세들의 인사전횡 논란도 이런 사례다. 청와대 문건은 정씨 등이 김기춘 비서실장 사퇴를 모의했다고 했으며,
 
조 전 비서관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경찰 인사는 2부속실에서 다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면서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지목하기도 했다.

청와대 내에서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선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연상시킨다.
 
특히 김기춘 실장은 문건 내용을 보고받고 유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문고리 3인방’에게 사실 여부를 한 차례 물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김기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김 실장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 내부에선 “1주일이면 잠잠해질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청와대가 각종 의혹을 두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하거나, “정윤회씨 해명 그대로”라고 답하는 것도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다보니, 공직사회의 온갖 난맥상을 노출한 청와대가 과연 공직 적폐 해소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전원책 변호사는 “문건 내용이 사실이라면 공직사회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국가운영 기본인 공공성이 청와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 국가개조를 하기 전에 청와대 개조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