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도지사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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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권 댓글 2건 조회 2,343회 작성일 14-12-0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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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신의 한수다. 정치인으로 이렇게 연달아 전국적인 이슈를 만들며 히트를 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임에도 홍준표 지사는 작년 진주의료원에 이어 이번에는 무상급식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에도 홍준표 지사는 무상급식 이슈 만들기로 상당한 성과를 얻은 것 같다.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수직상승하며 새누리당 내에서 유력주자로 언급되고 경남이라는 지방의 도지사로 있으면서 중앙 언론에 가장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정치인이 됐다.

 그렇다면 과연 홍준표 지사가 이번에도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작년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의 한가운데 있었던 사람으로서 이번 무상급식 이슈는 왠지 작년과는 여러모로 다르게 진행되고 있고 잘하면 홍준표 지사의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로 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진주의료원과 무상급식의 진행과정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볼까 한다. 우선 극단적인 폐업이나 중단이라는 조치를 취하는 방법에 있어 중간 협의 과정 없이 바로 발표부터 하고 논란을 만들었다는 점은 비슷해 보인다.

 상식적인 정치인이라면 하나의 정책적인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관련기관이나 단체들과 먼저 공론화의 장을 만들어 여론을 경청하는 게 우선이지만 정치적인 목적의 홍 지사에게 그러한 중간과정은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무상급식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조치의 이유에 있어서는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진주의료원은 만성적자라는 일반인들에게 어필할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무상급식은 이미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이 2010년 4월에 지원약속에 합의했었고 로드맵에 의해 지난 3년동안 지원이 잘 되어왔던 사안이다. 거기다 홍준표 지사 본인의 입으로 지난 2012년 공영방송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정책토론회에서 이미 지원을 약속해버린 원죄가 있었다.

 그리고 도민들의 반응도 진주의료원 때와는 많이 달라 보인다. 진주의료원 폐업 때는 애초 폐업목적을 만성적자로 시작했으나 그 근거가 약하니 강성노조를 다시 들고 나와 보수의 노조 혐오심리를 적절하게 잘 이용했다고 생각된다. 홍준표 지사의 계산대로 진주의료원 폐업반대의 전면에 보건노조 중심의 노조가 있었으니 그 효과는 배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무상급식 중단 반대의 전면에는 홍 지사가 기대했던 것처럼 좌파니 진보니 하는 세력이 나서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당연하다. 무상급식의 수혜를 받는 50만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당장 643억이라는 돈을 더 내야 되는 형편이니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학부모들을 홍 지사의 말대로 진보좌파로 몰아붙이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거기다 진주의료원 당시에는 진주라는 지역적인 한계가 있었고 진주의료원 폐업 대신 서부권 개발이라는 당근을 주어 지역민들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지만 이번 무상급식 중단은 경남 전체가 다 해당돼 특별한 당근을 내놓기도 힘들어 보인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도 있듯이 급식도 교육이다. 단순히 “학교에 공부하러 가지 밥 먹으로 가나”라는 식의 짧은 식견으로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홍준표 지사는 이번에 큰 실수를 한 듯하다. 본인의 정치적인 욕심이 앞서 큰 틀의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이번 사안으로 그는 보수의 대표주자가 아니라 거짓말 정치인의 대표주자라는 오명으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이들 밥그릇을 이용해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정치인에서 도민을 위하는 경남도지사로 빨리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