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발전을 위한 3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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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학 발전 댓글 0건 조회 968회 작성일 07-04-06 14:17본문
며칠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 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을 만들어 한국이 지식산업 사회로 전환하는 데 크게 기여하겠다”며 “1000억원을 빌려 학교에 투자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오죽하면 명문대 총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돈을 빌릴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할까. 외국 대학에선 도저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세계 100대 글로벌 대학’의 1, 2, 3위는 미국 대학이 차지했다.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예일대다. 이들 대학의 공통점은 대학법인의 충분한 재정과 훌륭한 교수진, 그리고 총장의 강력한 리더십이다. 대학이 발전하려면 적어도 이들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이 셋만 맞으면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될 수 있다.
우선, 법인의 충분한 재정은 대학 발전에 ‘필수’ 조건이다. 돈이 없으면 대학은 발전할 수 없다. 성균관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법인전입금 1000억원을 돌파했다. 사립대학 법인전입금 평균이 36억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기록적인 액수다. 불과 10년 전 삼성이 인수하여 과감한 투자로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훌륭한 교수진이다. 이것이 대학 발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훌륭한 교수진은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고,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한다. 또한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학교로 끌어들일 수 있다. 하버드대 문리과대학장을 지낸 로조프스키 교수는 “대학의 명성을 높이고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훌륭한 교수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원대 이길여 총장이 세계적인 과학자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백지 수표’를 내민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총장의 리더십이다. 세계 최고 대학에는 반드시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총장이 있기 마련이다. 하버드대 전 총장 데릭 복의 리더십은 참으로 유명하다. 취임 당시 하버드의 위상은 예일, 프린스턴과 비슷했으나 단기간 내에 격차를 현격히 벌려 놓아 이들 대학이 따라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대학 실정은 어떠한가. 대학 발전의 3박자를 잘 맞춘 대학은 과거엔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양대, 성균관대를 비롯해 적지 않은 대학이 3박자를 맞춰 발돋움하며 다른 대학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최근 이들 대학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무척 높아졌다. 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 일간지에서 실시하는 대학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발휘하고 있는 사실만으로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대학법인은 대학이 기댈 수 없을 정도로 영세하다. 따라서 대학 운영은 거의 학생들이 낸 등록금에 의존하다시피 한다. 또한 학생 자원이 부족해 학생 정원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솔루션은 무엇일까. 바로 총장의 강력한 리더십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지 않은 대학에서 정부 부처의 장관을 지낸 사람,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사람, 노벨상을 수상한 외국 교수를 모셔와 대학의 운명을 맡기고 있다. 이들 총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대학 발전기금 모금과 우수 교수 초빙, 그리고 우수 학생 유치다. 가히 목숨을 걸 정도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 이장무 총장, 고려대 한승주 총장서리, 연세대 정창영 총장이 한목소리로 현 정부의 이른바 ‘교육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선 것도 결국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돈과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진정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정·열정·리더십’ 이 3박자가 맞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