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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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출의 조건 댓글 0건 조회 1,068회 작성일 07-04-0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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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20%가 나머지 80%를 먹여살린다. ' 이탈리아 학자 빌프레도 파레토(1848~1923)의 '20 대 80의 법칙'은 개미 관찰을 토대로 한 것이다.
 
개미 사회를 들여다봤더니 20%만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는 어영부영하길래 부지런한 개미만 따로 모아놓자 다시 20%만 애쓰고 80%는 놀거나 대충 지내더라는 얘기다.
 
 

사람 세상 역시 다르지 않다는 걸 우리 조상들은 진작 알았던지 일찌감치 '우거지는 걷어내는 게 아니다'라고 일렀다.

 

우거지를 치우면 아래쪽 멀쩡한 이파리가 누렇게 되는 것처럼 조직에서도 말썽꾼이라고 해서 퇴출시키면 새로운 사고뭉치가 생겨나니 웬만하면 그냥 두고 모른 체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놀면서 눈치 보기에 능한 쪽이 앞뒤 안가리고 일하느라 실수도 하고 문제제기도 하는 쪽을 밀어낸다는 논리다.

 

캐나다 출신 로렌스 피터(1919~90)는 업적별 승진과 퇴출이 이뤄지지 않는 곳,폐쇄적이고 연공서열적인 곳에선 결국 조직 대부분이 무능한 자들로 채워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퇴출후보 선정 근거로 근무시간 중 음주와 주정,잦은 병·휴가,관련업체 사람에 대한 횡포,민원전화 안받고 공부하기 등을 꼽았다.

 

일반기업, 특히 서비스업 종사자로선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교대근무 업종의 경우 하도 힘들어 결혼까진 몰라도 출산은 엄두도 못 낸다는 마당이다.

 

시시각각 이뤄지는 평가 때문에 클레임이 발생하면 제 잘못이 아니어도 어떻게든 해결하려 애쓴다.

 

 서울시 퇴출후보들은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구제될 수 있다지만 일반 회사원에게 그런 기회는 없다. 무한경쟁 시대에 혁신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고 공무원이라고 해서 예외일 순 없다.

 

단 그 지경이 되도록 윗사람들과 감사 당국은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직무태만인가,관리능력 부재인가.

 

평가에 따른 적절한 조치는 조직의 하향평준화 내지 정체를 막는 필수요소다. 하지만 잘못 운영되면 본연의 업무보다 줄서기와 충성심 경쟁에 앞장서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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