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내부비리 고발자 보호는 커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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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겨레 댓글 11건 조회 6,371회 작성일 15-02-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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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경제자유구역청 내부 비리를 보고한 간부한테 상을 주기는커녕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해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4일 경남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경남도는 지난달 29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하동사무소 전 직원 김아무개(32·7급)씨를 파면하고 이아무개(56·4급)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하동사무소장과 전 회계책임자 김아무개(51·6급)씨의 강등을 결정했다.

김씨는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1차례에 걸쳐 공금 1105만4000원을 몰래 빼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의 상사였던 회계책임자 김씨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김씨가 떠난 이후 소장으로 발령난 이 소장은 김씨의 비리를 파악하고도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각 1계급 강등 처분됐다. 징계가 확정되면 이 소장은 5급, 김씨는 7급으로 내려간다.

지난해 7월14일 경제자유구역청으로 발령난 이 소장은 9월29일 경제자유구역청 감사를 앞두고 벌인 내부 점검에서 예전에 근무했던 김씨의 공금횡령 단서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이를 감사반에 알리지 않았고, 감사반도 공금횡령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소장은 11월 말 공금횡령의 실체를 확인하고 12월 중순 경남도 감사관실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남도 인사위원회는 이 소장이 공금횡령 사실을 알고도 즉시 보고하지 않은 것은 공금횡령을 은닉한 것이라며 ‘경상남도 지방공무원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의 성실의무 위반(직무태만) 조항을 적용해 강등이라는 중징계를 했다. 2009년 징계 종류에 ‘강등’이 생긴 뒤 경남도가 실제 강등 조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경남도청 공무원노조 누리집(ako.or.kr)에는 인사위원회 결과에 반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경남도의 한 공무원은 “이 소장이 신고하지 않았다면 경남도는 지금도 공금횡령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이 소장은 자신이 부임하기 전에 있었던 비리를 조사해 고발한 내부고발자이다. 그런데도 징계를 하면 앞으로 누가 내부 비리를 고발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경남도 인사과 관계자는 “이 소장의 행위가 내부고발인지, 비리 은닉인지는 판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청·행정소송 등 징계를 번복할 수 있는 절차가 남아 있으니, 그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