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경상남도가 4월 1일 무상급식을 유상(有償)급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복지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무상급식은 그간 여야의 온갖 무상 약속 범람을 촉발한 복지 방만의 뇌관 같은 존재였다. 이번 경남도의 결단을 계기로 새로운 ‘이성적 복지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전국교직원노동
조합, 농민회 부산경남연맹 등 좌파 단체들은 홍준표 경남지사를 향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은 ‘무상급식을 촉구하는 경남교사 선언’을 하고, 하동 묵계초등학교 학부모들은 1주여 간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등교 거부에 들어간다. 쌍계초교 학부모들은 지난 27일 전교 아동 42명을 등교 거부시키고 거리시위를 했다. 어린 아이들 등에 ‘급식지원비 0원 경남뿐!!’이란 빨간 글자판을 붙이고 시위까지 했다.
그러나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 일반의 의사는 아니다. 지난해 말 한국갤럽은 ‘소득 상위계층을 제외한 선별적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국민이 66%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경남도의 선별적 무상급식 전환이 ‘잘한 것’이라는 답이 49%로 ‘잘못한 것’ 37%를 크게 앞질렀다. 우리 국민의 양식이 과거 경험을 통해 빠르게 깨어나는 좋은 징조다.
반면 무상급식 중지의 해당자인 초·중·고 학부모의 경우, 잘못한 일(55%)이란 응답이 잘한 일(34%)을 많이 앞질렀다. 이는 정치인들의 분별없는 무상공약이 어떻게 국민의식을 버려놓는지 보여주는 나쁜 결과다. 학부모들도 이제 눈앞의 작은 득실보다 장래 무분별한 복지로 망가지는 자식 세대의 대한민국을 걱정할 수준이 돼야 한다.
무상급식 예산은 2010년 5631억 원에서 지난해 2조6239억 원으로 무려 4.7배 늘어났다. 그만큼 다른
교육예산이 잘려 학교시설, 교사의 질, 교육의 질 등이 추락했다.
아마 저소득층 아이들을 보살필 예산은 이보다 더 빨리 축소됐을 것이다. 홍 지사는 과거 무상급식 예산이던 643억 원을 서민 자녀 교육 지원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현재 대상자 신청을 받고 있다. 도내 초·중·고생의 24%인 약 10만 명 서민 자녀에게 연간 50만 원 정도의 교육복지
카드를 지급해 수강료 교재비 등에 사용토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야당과 좌파 단체들은 노상 서민의 복지를 걱정해 왔으므로 이런 홍 지사의 처사를 적극 지지해야 맞다. 오히려 급식비를 물어야 하는 소득 상위계층이나 여당·보수 단체들이 소리 높여
저항해야 마땅하다. 그간 야당은 복지 재원이 필요하다면 ‘부자 증세’로 충당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야당이 지금 부자·서민을 전부 공짜로 먹이는 정책을 주장한다면, 세금도 부자·서민이 똑같이 내는 정책을 주장해야 마땅하고 논리적이지 않겠는가.
본시 무상급식처럼 모든 국민에게 무차별 배급하는 공공복지는 집단적 생산·분배 체제의 일부에 해당한다. 따라서 큰 정부와 국가계획을 좋아하는 좌파 세력이 이를 선호함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시장 체제와의 상충(相衝)을 피할 수 없으므로 개인의 자유·책임·효율 등의 덕목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옳다고 믿는 바를 실행케 하는 정치적 결단력이다. 홍 지사는 과거 거대하게 저항하는 진주의료원 폐쇄를 끝까지 관철한 전력이 있으며, 이제 무상복지 중단의 과업에 단연히 나섰다. 이번에 그의 뜻이 이뤄진다면 복지정책의 품질 개선과 함께 한국 정치의 기능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