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자조의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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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방자치 댓글 2건 조회 1,173회 작성일 15-05-1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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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방자치는 언제쯤 홀로 설 수 있을까.
 
성년의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의 품에 갇혀 제 길을 가지 못하고 있으니 자치라는 말이 무색하다.
 
여당 소속의 3선 도지사가 “지방자치법이 불행한 지방자치의 원흉이다”라고 말하는 형편이다.
중앙정부가 시시콜콜 간섭하니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망하려고 해도 망할 수가 없다며 쓴웃음을 짓는 이도 있다.
 이쯤 되면 자치가 아니라
 ‘탁치’(託治)라는 말이 더 어울릴 법하다. 지방자치가 분노와 자조의 동의어가 돼선 안 된다.

지방자치법이 지방자치의 진정한 성장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면 바꿔야 한다.
 최근 지방자치법 개정 움직임이 부쩍 힘을 받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지방자치법 개정 논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지방의회 위상 재정립 문제다.
175개 조문의 지방자치법 중 지방의회와 직접 관련된 규정이 67개나 되니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지방자치의 중추기관이어야 할 지방의회는 상대적으로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방의원은 지방자치단체장과는 사뭇 결이 다른 애환을 겪고 있다. 자존감의 위기다.
분명한 것은 지방의회가 바로 서야 지방자치가 바로 선다는 점이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은 지방자치에도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 지방정부는 ‘극강(極强) 단체장-극약(極弱) 의회’의 형태를 띠고 있으니 지방의회가 비대해진 권력을 행사하는 단체장을 효율적으로 견제하고 주민 의사를 대변하는 기능을 다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지 모른다.
 
지방의회의 입법 기능을 제약하고 자치단체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어렵게 하는 지방자치법은 하루빨리 가다듬어야 한다.

지방의회의 숙원인 유급 정책보좌관제 문제도 조속히 매듭져야 한다.
최근 광역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방의원들에게는 무급 봉사직으로 출발해 유급 권력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숙명처럼 따라붙는다.
 
 ‘지방의원 자질론’, ‘지방의회 무용론’도 간단없이 등장한다. 그동안 지방의원이 과연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왔는가 하는 데서는 누구도 선뜻 그렇다고 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예산 심의, 행정사무 감사, 입법 활동 등 지방의원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책 보좌 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지방의회 역량 강화는 절박한 과제다.
 
 지방자치의 한 축인 지방의회를 아예 없애 버릴 요량이 아니라면 일단 일을 할 수 있는 바탕은 마련해 놓은 뒤에 비판을 해도 비판해야 할 것이다.
 
여론이나 국민정서법에 기대어 지방의원 정책보좌관 문제를 무작정 내칠 일은 아니다.
지방의회 사무기구 관련 인사권도 단체장으로부터 의회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자치 활성화라는 대의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이해가 맞닿아 있지 않는 한 누구도 자신의 일로 여기지 않는다는 데 지방자치의 딜레마가 있다.
 
 현장의 지방자치 실천 그룹은 중앙정부나 국회와는 대척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지방자치의 성공을 위해 함께 머리를 싸매야 할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와도 적잖은 인식의 괴리를 보인다. 대화와 설득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등 지방자치법 개정을 주도하는 단체들은 법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도 추진한다고 한다.
 
 ‘위력 시위’의 모양새는 피하는 것이 낫다.
자칫 정치 투쟁으로 비쳐 역작용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은 풀뿌리 민주주의, 현 단계 우리 지방자치의 숨은 실상에 대해 잘 모른다.
 
 지방자치는 일종의 경험재이자 감동재다.
지방자치 서비스라는 상품을 직접 이용한 후에야 비로소 그 가치를 평가하고 고마움도 느낄 수 있다.
 
정치적 이벤트보다는 내적인 자정 운동을 전개하며 한편으로 지방자치의 당위성을 널리 알려 나가는 것이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아닐까.
 
특정 지방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지방자치다.
중앙과 지방의 소통만이 살길이다.
우리 지방자치는 이제 행복해질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