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사님, 편히 잠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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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동근 댓글 8건 조회 3,967회 작성일 15-06-1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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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사님!

뭐가 그리도 바빴는지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그렇게 가셨소.

피곤한 몸 이끌고 집에 와서 초등4학년 큰놈을 쳐다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큰 놈 조금 아픈 데가 있어 와이프가 이리저리 신경 쓰는 모습 보면서도 가슴이 짠할 때가 있는데, 오늘 낮 안주사님 가족들이 도청에서 오열하는 모습을 본 게 눈 앞에 밟혀 손톱 밑 가시가지고 엄살떠는 내 형편이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마음이 복잡하오.

살아있어야 아웅다웅 싸우기도 하고 이것저것 재보기도 하고 니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하며 온갖 소리들을 낼 수 있는 것인데, 왜 안주사님은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가족들을 져버렸소. 나는 안주사님과 그렇게 격없이 지내지도 못했고 속에 있는 따스한 말 한 번 제대로 나누지도 못했지만 아직도 청우들은 안주사님의 쾌활함을 못잊어 여기저기서 괴로워들 하고 있소.

노조위원장이랍시고 온갖 욕을 다 들어 먹고 있는 내가 안주사님보다 더 잘 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아무 말 없이 입을 닫고 있어도 청우들이 아직도 당신을 그리워 하고 있는 것을보며, 당신이 더 잘 살은 것인지... 모든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기만 하오.

조금 늦게 가더라도 조금 더 챙기고 갔어야지 왜 그리 서둘러야 했는지, 또 할 말은 없었는지 이토록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소.

안주사님, 많은 이들이 아직도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고 이제 남은 일은 누구를 원망하거나 누구를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닌, 다시는 안주사님처럼 서둘러 먼저 가는 이가 없도록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라 생각하오. 또한 안주사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그 의미를 함께 모아 남은 가족을 돕은 일이라 생각하오.

많은 짐 다 내려놓고,,남아있는 청우들 한 명 한 명 생각하며 좋은 일들만 기억하고 편히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