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님께 신동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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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동근 댓글 14건 조회 12,038회 작성일 17-12-0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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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권한대행님!
간부회의 때 좋은 말씀을 올리지 못하고 비판적인 말씀을 드렸던 것이 서운하셨습니까?
남들이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내부에서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안팎을 다 챙기기 어렵겠지만 내부 직원들의 고충 또한 대행님께서 아실 필요가 있고, 장기적인 안목의 행정을 위해서는 내부 피로도 또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여기저기서 노조를 인용하고 권한대행님 행보에 노조가 부담으로 다가왔을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직원들이 보기에도 밤낮없이 뛰어다니시는 그 열정은 존경스런 부분이 있었으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도민을 위해서라는 선량함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행정이란 열심히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대행님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직원이 다 똑같을 수 없기에 두 발짝 가야할 것을 한 발짝 밖에 못가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바쁜데 언제 기다리냐고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며, 하루 스무네시간이 모자란 대행님 눈에 다소 안위스러운 직원들이 개탄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저도 노조를 몇 년 해오며 조직운영을 간접적으로 느껴보았습니다. 다양한 의견들을 모두 들으며 할 수 없으며 때로는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깊이 고민하고 있는데 왜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은 내 마음을 몰라주나 속도 상했습니다.
어떤 날은 잠을 설치며 새벽을 맞은 적도 있습니다.

노조 운영도 이정도 고민이 드는데 권한대행께서 안고 가는 무거운 짐은 과연 어떠실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건강이 걱정되었습니다.

무게를 견디시는 것이 힘드실꺼라 감히 생각합니다. 조금  세상을 뒤집어 보시는 것도 그 무게를 가벼이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을 조심스레 올려봅니다.

저는 제가 없으면 노조가 굴러가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당장 큰 일 날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그것을 저 혼자만 해결할 수 있다는 중압감을 가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제가 자리를 비우거나 제 역할을 살짝 비껴나 있었더니 사무총장이 하기도 했고, 다른 노조간부가 일을 해결하기도 했었습니다. 그것이 조직의 힘이라 느꼈고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조금 떨어져서 보니 제가 똑똑했던 게 아니라 제가 가진 직책이 있었을 뿐입니다.

권한대행께서도 혼자 무거운 짐을 모두 지려 하시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게으름 아닌 게으름으로 실국장과 과장님들께 역량을 맡겨 보시는 것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도 애플의 스티브잡스도 자기가 다 하진 않을 것입니다. 아래 직원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고, 권한대행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 할 수 있도록 큰 틀만 관리를 해주시면 그것이 대행께서 도청을 물러나신 후에도 대행님의 정신이 깊이깊이 자랄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남는 시간에는 노조위원장도 만나서 현장 고충도 들어보시고 다른 시도에는 어떻게 하는지 비교도 해보시고, 꼭 만나서 격려해야 할 어려운 곳도 살펴보실 수가 있지 않습니까.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시며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왜 도청 직원들이 대행님을 썩 좋아하지 않는걸까요? 일을 많이 시켜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나태함이 몸에 베여 잔소리 하는 대행님이 무서운 것일까요.

아주 천천히 대행님의 인자함과 열정을 전파시킨다면 직원들은 천천히 달아오르며 열정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루 아침에 모든것을 바꾸려하는 대행님의 조급함이 오히려 일부 직원들에게는 반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세세한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까 싶어서 생략하겠습니다. 노동조합에서 오늘 저녁 권한대행님 내부소통 강화하라고 플래카드를 하나 붙였습니다.

아, 노동조합이 나와 이야기를 하고싶어서 투정을 부리는구나 이렇게 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늘 대행님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공인이기 때문입니다. 잘 하시면 플래카드 떼어내고 한경호 최고라는 문구로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어지간히 하셔서는 떼어드리지 않겠습니다.

앞전에 계시던 류순현 대행께서는 나가실 때 감사패를 받고 나가신 거 알고 계시죠? 한경호 대행께서는 감사패에다가 꽃다발까지 받고 나가시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내일은 해가 뜰테니 각오 단단히 하시길 바랍니다. 건승을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