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법치와 원칙 앞세워 노사문제 해결해야(박효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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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치와 원칙 댓글 0건 조회 1,388회 작성일 07-04-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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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사회로 가는 길] 박효종 서울대 교수
"법치와 원칙 앞세워 노사문제 해결해야"
5·16이 사회에 미친 영향 재평가 되길…무질서 속에선 사회협약 현실성 없어
비전 검증후 능력있는 지도자 뽑아야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인터뷰 내내 법치와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사회협약론(17일ㆍ14면)에 대해 “우리 사회에는 협약의 문화가 아직 없다”면서 법치의 확립을 우선적 과제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노사문제가 헝클어지면서 법치가 무너졌다”고 진단하면서 ‘법대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선진사회로 가는 길’ 2부 시리즈는 보수와 진보의 지식인들을 교대로 인터뷰, 서로 다른 시각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의 공통분모를 모색하고자 한다.
_교과서포럼이 지난해 말 4ㆍ19 혁명은 학생운동으로, 5ㆍ16 쿠데타는 혁명으로 규정한 대안교과서의 시안을 내놓아 큰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4ㆍ19는 관련 단체의 반발로 혁명으로 다시 정리됐지만 5.16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 없이 넘어 갔습니다.
“학문적 토론을 거쳐 확정될 사안입니다. 명칭보다 사회적 의미나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을 대폭 수술하겠다는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5ㆍ16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더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_박 교수께서는 당시 “5ㆍ16이 가난을 구제했고 이후 한국의 질이 달라졌기 때문에 혁명이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도 나라가 어려우면 쿠데타가 가능하다는 논리인지요.
“그건 비약입니다. 5ㆍ16 쿠데타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문제는 박정희 정부 전체를 쿠데타로 보는 시각만이 기존 교과서에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한국이 어디서 시작했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_쿠데타의 사전적 의미까지 외면하며 굳이 혁명으로 미화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5ㆍ16은 쿠데타였으나 주도세력이 산업화를 이루었다고 평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게 우리 생각입니다. 지난해 시안은 초안이었는데 언론에 보도되는 바람에 최종안으로 오해됐습니다. 누가 5ㆍ16이 쿠데타임을 부정하겠습니까. 금성교과서를 보면 박정희 정권과 유신은 독재라고만 기술돼 있습니다. 그 때 살았던 사람들은 다 죄인인 것처럼 돼있습니다. 그런 점을 고치자는 것이지요.”
_포럼이 5ㆍ16의 내용은 평가하지만 성격은 쿠데타로 규정한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그 때도 혁명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군사혁명으로 돼있었는데 ‘군사’가 빠졌어요. 그렇다고 오자가 났다고 얘기하기도 힘들었습니다. 포럼 멤버들이 상식에 어긋난 사람들은 아닙니다.”
_프랑스 역사는 나폴레옹 시대를 의미 있게 평가하지만 나폴레옹이 1799년 통령 체제를 집정체제로 바꾼 것은 쿠데타로 규정하지 않습니까.
“우리도 그럴 것입니다. 바로 잡을 것입니다.”
_일제 식민통치가 한국 근대화에 도움을 주었다는 안병직 교수의 식민지근대화론이 시안에 있던데요.
“일제시대를 객관적으로 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이론입니다. 포럼이 그 이론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학자들이 학문적 토론의 장에서는 자신의 입장을 얘기할 수 있지만 포럼은 후세대에게 쟁점을 던져주는 식으로 대안교과서를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제 시대는 아픔입니다. 어떻게 군국주의 치하의 삶을 보람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_그 연장선상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도 다룰 예정인지요.
“건국, 산업화, 민주화라는 세 흐름은 서로를 받치고 있는 삼각 편대와 같은 것입니다. 하나를 빼고 다른 것을 평가절상하면 한국 근ㆍ현대사는 절름발이가 됩니다. 산업화세력이 집권하면 그 위주로 담론을 형성하고 민주화세력이 잡으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자는 식으로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포럼은 세 흐름을 균형 있게 다뤄 지금의 한국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답을 주자는 입장입니다.”
_보수세력은 민주화세력 집권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회안전망 구축, 정경유착 근절, 깨끗한 정치, 정보산업과 중소기업 육성 등의 아젠다는 민주화세력이 제시한 것이 아닌지요. 보수세력이 내놓은 아젠다는 선진화 이전에는 별로 없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산업화 시기의 국제환경은 움치고 뛸 수 없었습니다. 냉전 구조에서 소련 붕괴, 중국 개방을 예측할 수 없었고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세계가 변한 이후 집권한 민주화세력이 새로운 아젠다를 내놓은 것은 인정합니다. 문제는 민주화세력이 민주화만 되면 모든 것이 풀린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_또 다른 혼돈은 민주화세력을 좌파적이라고 비난하는 점입니다. DJ 정부에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대외개방을 했고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체결, 출총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은 자유주의 정책에 가깝습니다.
“동의합니다. 그러나 민주적 거버넌스가 과거 권위주의, 억압, 차별, 폐쇄성을 상당히 해결했지만 법치와 노사문제에서 결정적 약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사문제가 헝클어지면서 법치가 무너졌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사정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민노총이 거부,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영국의 대처 전 총리는 법치와 질서로 영국병을 해결했고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도 항공관제사 파업 때 법대로 처리했습니다. 지금 한국은 무질서 속에 있습니다. 이런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법치와 원칙을 중시하는 공화정의 원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법치가 없으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국회의원이 머리 깎고 단식하고…포퓰리즘 아닙니까.”
_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아일랜드 모델을 얘기하더군요. 서로 양보하는 사회협약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자는 것입니다.
“김 교수나 고려대 임혁백 교수 등 진보적 학자들을 만나보면 사회협약을 많이 얘기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협약 문화가 아직 없습니다. 말은 좋으나 현실성이 없지요. 노무현 정부도 몇 번 협약 만들었으나 실천되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나 아일랜드 모델이 좋지만 그런 문화가 축적되지 않았습니다.”
_최근 목소리를 높이는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도 맡고 계신데요.
“시민단체는 새로운 사회의 거버넌스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들이 그 동안 진보적 담론을 주로 쏟아냈습니다. 그래서 시민사회가 균형을 잃었습니다. 바른사회는 균형을 잡아야겠다는 취지에서 출범했습니다.”
_한나라당과 어떤 관계를 취할 것인지요.
“중립을 지켰고 앞으로도 감시자 역할을 하겠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한나라당 인사들과 자리를 같이 하겠지만 이기는 게임에 대한 어드바이스가 아니라 감시자로서의 조언을 하겠습니다. 신문기자가 정당을 바라볼 때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_한나라당은 아주 가깝게 생각하던데요.
“(웃음)지향성이 같아서 그런가요. 그러나 진보단체가 정치권과 가까운 것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_뉴라이트전국연합의 유석춘 대표가 한나라당으로 간 것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치참여 문제는 개개인에 맡길 일입니다. 시민단체가 정권이나 권력의 개념에서 출발하면 단명하다고 봅니다.”
_한나라당의 집권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보수단체나 보수지식인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의 속성상 대선이 있는 올해는 줄서기의 해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가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 안 됩니다. 비판의 목소리는 항상 있어야 합니다. 시민단체 사람들이 소금 역할을 해야 합니다.”
_어떤 리더십이 나와야 합니까.
“품격 있고 능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평등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아마추어 수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전에 비전을 검증해야 합니다.”
_검증에는 정책적 검증도 있고 도덕적 검증도 있는데, 이명박 전 서울시장 문제가 불거졌다가 일단 잠복했습니다.
“검증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당당하게 검증 받는 게 좋습니다. 조심할 점은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번 폭로는 검증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저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다 책임 있는 방식으로 문제제기가 되고 당사자가 당당하게 답했으면 합니다.”
_지난 번 폭로 전에 이 전 시장이 선거자금 초과사용 외에 범인도피로 유죄 받은 것을 알았습니까.
“몰랐습니다.”
_결론으로 한 말씀 해주시지요.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민주적 거버넌스가 모든 것을 해결된다는 안이한 생각은 수정돼야 합니다. 민주정에다 공화정, 귀족정이 혼합돼야 합니다. 엘리트주의에 반감이 크지만 일은 엘리트가 해야 합니다.”
박효종 교수는…
보수진영의 대표적 논객이자 뉴라이트 운동의 핵심 인사다. 엘리트 통치의 효율성을 인정하는 공화주의자로써 지금의 현실을 무질서로 인식, 법치와 원칙의 확립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아울러 중ㆍ고교 역사교과서가 근ㆍ현대사를 독재와 억압, 자본주의의 참담함이라는 주홍글씨로 낙인 찍었다며 피와 땀, 노력이라는 긍지의 자화상을 부각시키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보수적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교과서포럼에서 공동대표를 맡아 진보진영과 공세적 논쟁을 벌이고 있으며 언론에도 보수적 시각의 글을 자주 기고하고 있다.
1947년 서울생
카톨릭대 신학과, 미국 인디아나대 정치학 박사
1994년 경상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1995년 한국정치경제학회 연구이사
1999년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2003년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2005년 교과서포럼 공동대표
저서 <국가와 권위> <민주주의와 권위> <한국의 보수를 논한다> <빼앗긴 우리 역사 되찾기>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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