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이 최고의 기반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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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따뜻한 마음 댓글 0건 조회 897회 작성일 07-04-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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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학교에 있다가 고향 군수로 일하게 되면서 지역경제의 침체 원인을 생각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일하면서 내린 결론은 강진의 불친절이 강진 낙후의 ‘주범’이라는 것이었다.
맑스같은 정치경제학자들은 의식주와 같은 경제적 토대(하부구조)가 친절·도덕 등과 같은 상부구조를 규정한다고 강변한다. 나의 결론은 그 정반대였다. 상부구조가 하부구조를 역규정한다는 것이었다.
쉽게 얘기하면 이런 말이다. 불친절한 식당은 손님이 뜸해질 것이기에 경제적으로 손해보며, 친절한 식당은 손님이 몰릴 것이기에 경제적으로 성공하게 된다는 말이다(식당 경영이 친절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친절이라는 기준으로 볼 때 위와 같다는 말이다).
근자에 이르러 사회 자본(social capital)의 경제적 중요성이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 그것은, 한 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것이 화폐·기계·토지와 같은 물질 자본(material capital)이라는 인식에 대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경제발전에 긴요한 것은 자본력이나 기술력같은 물질 자본도 있지만, 신뢰나 협동이나 공동체 의식과 같은 사회 자본도 아주 중요하다는 새 인식인 것이다.
나는 우리 군민들께 “친절하면 잘 살고, 불친절하면 못 살게 된다” 하고 강조해왔다. 친절은 하면 좋고, 안하면 나쁜 그런 도덕적 개념이 아니라 친절은 고도의 경제적 개념이라고 전하고 있다.

경제발전에 사회자본도 중요
강진군은 스포츠 마케팅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한 중앙지는 표제어를 ‘스포츠 주식회사 - 강진군’으로 달며 강진 사례를 보도해주었다. 이 보도는 강진군이 작년에 200억원의 경제효과를 냈다는 내용도 싣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을 전개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반시설(인프라)은 무엇일까? 각종 체육시설, 교통여건, 청결한 숙박시설 등이 기반시설이라는 것은 이제 상투적이다. 나는 대회 유치를 위해 가장 시급히 확충해야할 기반시설이 친절이라고 역설해왔다. “5만 군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최상의 기반시설(SOC)이라는 것이다.
지난주 중학축구 춘계연맹전이 이곳에서 개최되었다. 5천명 가까운 선수, 임원, 감독들이 강진을 찾았다. 이 기간 중 신풍마을 미담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서울의 석관중학 선수들이 마을회관에서 민박을 했는데, 주민들이 어찌나 따뜻하게 해주셨던지 감동한 학교 측에서 세탁기 1대를 기증했다는 것이다.
한두어 해 전 전국 축구대회를 유치했던 지자체를 경험하고 온 축구협회 지도자 한 분이 “다시는 거기서 대회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단언하면서 언성을 높였다. 그 지역 공무원과 관계자들의 무성의함 때문에 기분도 나빴을 뿐더러 운영도 졸작이었다는 얘기였다.
나는 동료 공직자들에게 ‘불친절한 유능’보다는 차라리 ‘친절한 무능’을 윗길의 공무원 윤리 강령으로 받아들이자고 얘기한다. ‘비굴해 보일 정도의 친절’을 실천해가자고 주문한다. 공무원들이 주민에게 친절이라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때 주민과 공직사회가 ‘화해’하게 되고, 이때 비로소 강진은 경제적 상승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스페인 같은 나라의 관광객 숫자는 연 1억명에 육박한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 숫자는 연 600만 명이다.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우리들 특유의 불친절함이 관광 진흥을 가로막고 있는 측면을 도외시해선 안될 것 같다.

친절이 경쟁력 확보하는 지름길
선진국들의 공통된 특징은 엄청 친절하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나라의 주민들도 엄청 친절하다. 우리 한국인들처럼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무례하고, 자기 자랑하고, 타 인종을 무시하고, 불친절한 국민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같은 한국인들끼리는 더 그런 것 같다.
경영학자들은 좋은 인상을 받으면 평균 5명에게, 나쁜 인상을 받으면 7명에게 소문을 낸다고 한다. 나쁜 소문이 나면 좋은 소문이 난 식당이나 지자체나 국가보다 평균 12명 정도 손해를 본다는 계산이다. 강진군이 잘 사는 길,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황 주 홍 (전남 강진군수,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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