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때 잘 합시다~!! 퇴직 후 욕 먹지 않으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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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헛되도다 댓글 0건 조회 3,751회 작성일 19-03-2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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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겪는 심리적 어려움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대통령의 조건]저자)


은퇴라고 하면 한가한 노후를 상상하던 시절이 한 때 있었다. 평생 일한 것에 대가로 퇴직금이 있고, 내 명의로 된 집도 있고, 자녀도 취직해서 자기 앞가림을 하고 있으면 불안하지 않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해고가 될지 모르고, 집은 모두 은행에 담보가 잡혀 있고, 자녀도 비정규직으로 불안한 생계를 이어간다. 과거에는 너무나 바쁘게 일을 하다가 은퇴 후 너무 무의미한 삶에 적응하는데 대한 어려움을 오소하는 분들이 많았다. 지금은 거기에 노후대책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진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과연 지금 가진 돈으로 몇 살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은퇴후 겪게 되는 가장 큰 두려움은 금전적 압박이다. 자식 키우고 먹고 살다 하다 보면 저축은 언강생심 빚만 잔뜩 진 상태에서 은퇴하는 것이 현실이다. 설마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한 해 한해 미루다 은퇴를 맞이하게 된다. 우물쭈물하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국민연금 빼면 소득원이 하나도 없는 상황을 접하게 되면 두려움이 커진다. 조금 모아 놓은 돈이 있어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임대수입이나 금융소득이 고정적으로 없는 경우 있는 돈을 까먹어야 한다. 정해진 돈을 곶감 빼먹듯이 쓰기 시작하면 줄어드는 은행잔고를 보면서 스트레스 받는다.

 

은퇴하고 돈을 벌지 못하면 심리적으로도 위축된다. 직장인들이 월급 몇 만원 더 받고 덜 받고 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자존심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남보다 더 받는 만큼 내 가치가 인정받는 것이고 남보다 덜 받는 만큼 무능력한 것이다. 그런데 은퇴를 하면서 돈을 벌지 못하게 되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자존심이 무너져 내린다. 특히 돈을 벌어오지 않으면 가족들이 자신을 무시할까 두렵다. 똑같은 말도 다르게 느껴진다. 돈 벌 때 신경도 쓰지 않던 가족들의 말 한 마디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자들은 식당 허드렛일이며, 청소며, 간병인이며 몸이 움직이는 한 자신의 일을 찾아 나선다. 서비스업 위주로 기업환경이 바뀌면서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들은 경비를 제외하면 막상 할 일이 분명하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더 하다.

 

돈은 없는데 시간이 너무나 많다는 것도 문제다. 돈도 많고 시간도 많으면 삶이 즐겁다. 매일 골프치고 여행 다니면서 살면 된다. 반면 돈은 없는데 시간이 많은 경우 삶이 갑갑하기 짝이 없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돈이 든다. 처음 한두 번은 친구에게 얻어먹을 수 있지만 나중에는 그것도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하루 종일 집에 있게 된다. 남편이 은퇴를 하고 전업주부인 아내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경우 집에 있으니까 아무래도 이것 저것 해달라고 주문하게 된다. 남편 입장에서는 별것 아니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안 하던 일을 하게 된 셈이다. 일이 늘어난 아내는 짜증을 내게 되고 남편은 서운해 한다. 여성이 은퇴를 한 경우 역시 갈등이 발생한다. 남편은 그 동안은 일한다는 핑계로 여자가 집안일을 소홀하게 대했다고 생각한다. 은퇴한 아내에게 이런 저런 주문을 한다. 아내는 과거에는 부탁하지 않던 것을 남편이 부탁하는 것이 기분 나쁘다. 다투게 된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소속된 집단이 있고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은퇴를 하면 소속 집단도 사라지고 매일 만나는 사람들도 사라진다. 은퇴할 정도 나이가 되면 회사에서 쉽게 무시당하지 않는 존재다. 직급이 있는 경우 내 말을 따라야 하는 부하직원들이 있다. 직급이 없더라도 경륜 때문에 어느 정도는 존중받는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 두면서 집단 내에서 당연히 받던 존중이 사라진다. 이러한 형태의 존중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보상받을 수 없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면 만날 사람도 사라진다.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집에서 위로를 받고자 한다. 반대로 가정에서 어려움이 있는 경우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지 못하게 되고 함께 일하면서 얘기하던 동료가 사라지면 인생의 고통이 더 심하게 느껴진다.

 

회사라는 우산이 없어진 순간 우리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또다시 일할 곳을 찾게 된다. 은퇴를 앞두고 주위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든지 부탁만 하면 함께 일할 것처럼 공치사를 한다. 하지만 은퇴를 하고 막상 연락을 하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댄다. 혹시 월급 때문인가 생각이 들어서 자존심을 버리고 주는 대로 받겠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는다. 돈이 문제가 아닌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 늙은 나와 일하는 것 자체가 거북한 것이다. 일할 곳이 없다는 현실이 스스로에 대해서 무가치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우울하고 화가 난다.

 

하지만 화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 우울함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일단 뭐라도 일을 해야 한다. 은퇴를 하고 처음에는 뭔가를 배우러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돈이 벌리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서예를 배우건, 운동을 하건 생산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항상 2% 부족하다. 돈이 벌리지 않으니 그런 것이다. 아무리 회사에서 경력이 오래 되었더라도 이제 더 이상 쓰임이 없다. 특히 관리직이 문제다. 본인에게는 자랑스러운 경력일지 몰라도 새로운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경력일 뿐이다. 경비업무가 되었건 택시기사가 되었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한다.

 

나를 인정해주는 곳은 없고 그렇다고 아무 일이나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하다보면 장사라도 해야지 하고 생각이 든다. 한 달을 놀고, 두 달을 놀고, 반년을 놀고, 1년을 놀다보면 인생이 허전하다. 일을 하고 싶은데 일이 없다. 그러다가보니까 가게를 한다. 남이 할 때는 안 된다고 말렸지만 내가 하면 될 것 같다. 특히 좋은 직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던 분들의 경우 내가 하면 어떻게 되겠거니 생각을 한다. 겁이 나지만 설마 망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한다. 망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필요로 덕목과 장사에서 필요로 하는 덕목은 완전히 다르다. 몇 십 년을 회사를 등에 없고 일하던 분이 김밥 한 줄 먹고 이천 원 내는 고객을 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본인은 웃는다고 생각을 하지만 고객은 무뚝뚝하다고 생각을 한다.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나름 요리도 배웠지만 요리도 재능이다. 결국 다른 사람들을 채용해서 가게를 꾸려가게 된다. 그런데 회사에서 과거에 부하직원들 대하듯이 가게에서 직원들을 대하면 남아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손님도 없고 점원도 떠나면 가게는 망하게 마련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투자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젊었을 때부터 부동산에도 투자를 하고 주식도 하던 분은 모르겠지만 나이 들어서 처음 투자를 하면 망하기 십상이다. 부인은 남편의, 남편은 부인의 말이라도 들어야 한다. 흔히 은행이자보다야 낫겠거니 한다. 하지만 은행에 돈을 맡기면 원금을 손해 보는 일은 적어도 없다. 상가, 주식, 부동산 등등 원금을 손해 보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더군다나 은퇴를 하면 더 이상 들어오는 돈이 없다. 노인의 돈은 안 건드린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사기꾼이 있다고 한다. 일을 해서 다시 벌어서 돈을 모을 방도가 없기 때문에 노인이 가장 끈질기게 사기꾼을 추격한다는 것이다. 투자를 할 때는 아내는 남편이 말리면, 남편은 아내가 말리면, 부모는 자식이 말리면 하면 안 된다. 말리는데도 하다가 손해 보면 부부관계도 끝장이 난다. 그렇다고 몰래 하면 진짜 끝장이다. 부모가 돈을 날리면 자식들과도 소원해진다. 자식들은 어차피 날릴 돈이었다면 나한테나 물려주면 좋았지 않느냐고 하면서 부모를 원망한다.

 

버는 돈 없이 쓰기만 한다는 불안에 시달리게 되면 사업이 되었건 투자가 되었건 돈을 불려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돈이 줄여드는 것이 불안하다면 소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분명한 방법이다. 그런데 소비라는 것이 어느 하루에 줄어들지 않는다. 은퇴를 몇 년 앞두면서부터 서서히 소비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아프지 말아야 한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아서 병이 생겼다고들 한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몸이 아프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100% 확실하다. 몸이 없으면 마음도 없다. 따라서 건강검진은 필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삼분의 일 이상이 암에 걸린다. 1억을 모으기보다 중요한 것이 1억을 아끼는 것이다. 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완치하는 것만으로도 1억 이상을 아낄 수 있다. 그리고 술은 나이가 들수록 약해진다. 보약을 먹는 대신 술부터 끊어야 한다. 그리고 완치에 대한 환상 때문에 건강식품을 먹는 대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약을 매일 잘 먹어야 한다. 몸을 잘 간수하는 것이 마음을 잘 간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남자들은 이혼당하지 않게 아내에게 잘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여자는 남자 없이도 잘 산다. 오히려 더 편하게 산다. 그 동안은 돈 벌어 오니까 아내가 참고 살았던 경우 남편이 돈을 벌어오지 않으면 같이 살 이유도 줄어든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가 하루라도 없으면 당장 비상사태가 벌어진다. 빨래, 청소, 요리 뭐 하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런데 평생 싸우면서 산 부부가 은퇴한 후 사이좋게 되지 않는다. 더 이상 사이만 나빠지지 않으면 된다. 괜히 [달라졌어요] 같은 TV 프로 보면서 억지로 가까워지려고 하지 말자. 그러다 보면 사이만 더 멀어진다.

 

자식을 대할 때는 따뜻하게 대하자. 늙어서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자식 면회 오는 것만 기다리면서 살게 된다. 자식이 찾아와주지 않으면 서럽다. 만약에 살다가 자식과 멀어졌다면 자식과 화해하자. 자식과 화해하기 위해서는 말은 줄이고 가급적 자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식이 뭐라고 하면 무조건 잘했다고 칭찬을 하자. 내가 말려도 듣지 않는다. 이래도 하고 저래도 할 바에는 네가 맞다고 하고 의를 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증여는 하지 말자. 목돈도 주지 말자. 자식들이 부모 찾아오는 이유 중 상당수는 돈 때문이다. 증여를 해주고 줄 돈이 없으면 더 이상 자식들이 부모를 찾지 않는다. 그냥 볼 때마다 조금씩 돈을 집어주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면 크건 작건 돈 받는 맛에 자식들도, 손주도 더 자주 찾아온다.





은퇴 후에는 가능하면 살던 대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퇴를 하고 소비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분들이 있다. 귀농이 아닌 귀촌을 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곳에 살다가 보면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골인심이 생각 같지 않다. 텃밭 가꾸는 것도 엄청난 노동이다. 더군다나 자녀들이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 외롭다. 몸이라도 아프면 도시의 병원 다니는 것도 고역이다. 그런데 도시의 집을 팔아서 지방으로 완전히 거처를 옮긴 경우 다시 도시에서 살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한다. 만약에 전원생활이 꿈이라면 방 하나만 얻어서 일단 몇 달을 살아보자. 살만한지 아닌지 시험해봐야 한다. 그래도 살만하다면 도시의 집은 전세를 주고 지방에 전세를 얻어서 살아보자. 그래도 질리지 않으면 그 때는 그 지역에 집을 짓건 집을 사건 하자.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대통령의 조건]저자)

[출처] 은퇴 후 겪는 심리적 어려움 /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대통령의 조건]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