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도정 제대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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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동근 댓글 25건 조회 113,707회 작성일 20-04-29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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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행정공제회 회의가 있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세종에 들러 선거 낙선 후 마음을 잡지 못하고 지내는 노동운동 동지를 잠시 찾아 짧은 격려해주고 도청에 내려오니 거의 자정의 시간이 다 되었습디다.

혹시라도 하는 생각에 청내 잠시 들렀더니 이 시간까지 불을 훤히 켜고 있는 복지과에는 직원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저를 마주합니다. 미안한 마음에 말을 걸었더니 민생지원 콜센터 과중으로 결국 하루종일 과로 전화가 돌려져서 자기 뿐만 아니라 전 직원이 재난지원금 항의 전화 받아내기 바쁜 현 상황을 전해옵니다.

윗층에 있는 코로나 상황실에서는 일상이라 전혀 어색하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오히려 여직원 몇 명이 그 시간 방문한 내 걱정을 거꾸로 건네며 어서 귀가 하라고 권유를 해줍니다.

모두들 힘들지만 묵묵히 비상상황을 견뎌내게 해주는 분들인 거 같습니다.

계단을 내려오며 오늘 낮 서울 출장 중에 행정과장님께 전화로 항의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벌써 한참 전부터 노동절 휴무를 위한 특별휴가를 제안했었고, 코로나 등 상황으로 여의치 않다면 전체 휴무가 아니더라도 하루 빨리 현장에 공문을 내려주어 사전에 날짜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난 주까지도 몇 번을 행정과에 부탁드렸었는데, 결국 도지사 재판 일정 등을 얘기하며 시간만 채워와서 오늘 오후 겨우 문서가 발송되었고, 그 공문에는 노동절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언급해달라는 조합의 요구는 묵살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 사정이 한가하게 휴가갈 때냐고 시군과 읍면동에서는 전쟁통을 방불캐하는 재난지원금 민원 응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시군 직원들은 민원 응대에 지쳐가며 도청 직원에 대한 원망감과 비효율적인 재난지원금 업무에 대한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시민과 도민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금 행해져왔던 재난지원금 업무가 과연 현장의 인력 상황을 고려한 결정인지 정치적 맥락과 생색내기의 추진이었는지 이견이 있는 공무원이 훨씬 많다는 측면에서 지금이라도 처음부터 잘 못 끼워진 단추가 아니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군 직원들은 도청을 원망하고 도청 직원들은 또 윗선을 원망하고, 그렇다고 도민들과 시민들이 크게 만족하는 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모두들 고생한 보람은 어디로 간 것인지 아이러니한 수수께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혁신. 홍보 이런 분야에는 임기제를 비롯한 공무원이 늘어갑니다. 사업부서에 있는 인력 수는 줄어만 갑니다. 업무가 줄기는 커녕 늘어난 지원부서 인력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더 만들어 내야 합니다. 전체 파이가 정해져 있는 것이 인력의 출발이라면 지금쯤은 인력 구조가 적당한지도 점검이 필요합니다. 민주적인 도정, 다 같이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 이런 구호들이 긍정적이고 선순환적이 되려면 중간중간에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전자결재에 꼼꼼히 흔적을 남기고 결재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지사는 도지사대로 실국장과 과장은 부서장대로 실무자는 실무자대로 제 역할에 맞는 일을 수행해내고 그것들이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 돌아갈 때 도정은 소리 없이 잘 돌아가는 것일겁니다. 제가 이번 선거에 즈음해서 모든 실과와 사업소 현장을 돌아볼 때에 느꼈던 건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바쁘고 정신 없다고 여기저기서 인원만 차출할 것이 아니라 당장 덜 시급하거나 조금 미뤄도 되는 조직이나 업무를 과감하게 줄여서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다에서 조난당해서 하나씩 버려야 한다면 의식주에 해당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지 금덩이가 우선일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자꾸 혁신 같은 새로운 영역에 임기제를 투입시킬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은 줄였다가 상황이 호전되면 그 때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5월부터 바뀌게 될 소폭의 조직개편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지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위주로 반영이 되다고 알고 있습니다.
7월이후 조직개편 시에는 보다 현장 중심으로 재조정이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말을 못해서 그렇지 제대로 들어보면 공통적인 개선 방법이 있을 듯 합니다.

요즘 애들 버릇 없다는 말이 아주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고 합니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늘상 쉽지 않고 힘든 것들이 있다는 것도 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과연 지금 청우들이 생각하는 것들이 고민하는 것들이 행정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인지 꼭 점검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들만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도민을 위해 신명나게 일할 환경을 만들기 위함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에도 김경수 도정의 내부 직원 만족도 조사를 해볼까 합니다. 지사님의 행보를 막기 위함이 아니라 더 잘되길 기원하는 마음에서입니다. 도청 직원들에게 약속만 하고 지키지 못한 것도 있으실텐데 바쁘시더라도 지사님도 한 번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특별한 주제가 없이 글을 쓰다보니 글만 길어졌네요.

아.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너무나 고생하시는 시군.읍면동 직원분들께도 죄송하고 고생이 많으시다는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단추가 잘 못 끼워졌다는 의견 저는 동의합니다. 도청 직원들도 나름 고충이 있으니 너무 미워하지만 마셨으면 하는 부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