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싸움 붙이기'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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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싸움 붙이기' 댓글 0건 조회 766회 작성일 07-05-0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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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이다. 2,3일전부터야 비로소 일부 언론들이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의 '정책' 자체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서울파이낸스포럼 초청강연에서 대기업 등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ㆍ경영을 제한해온 '금산(金産)분리'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노인들을 위해 3대(일자리 의료비 소득)정책을 각각 밝혔다고.

그러나 그 와중에도 둘의 싸움을 부추기는 질문과 대답, 신경전 이야기는 빼놓지 않았다. 번갈아가며 마치 월드컵 본선진출 '경우의 수'를 계산하듯 이런저런 가정아래 표 계산 해보고, 둘의 결별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대선정국을 제멋대로 분석하는 짓도 멈추지 않는다. 그 저의가 어디에 있건 보수와 진보 신문, 신문과 방송 구분이 없다.

이 지겨운 뉴스가 벌써 몇 달째인가. 나란히 두 사람의 굳은 표정의 얼굴에 상대를 '모욕'하는 듯한 제목이 지겹도록 반복되고 있는 것이. 그나마 국민적 관심사였던 한미FTA협상이 진행되던 때는 좀 나았다. 그것이 끝나자마자 모든 언론이 두 사람의 싸움에 목을 매기 시작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는 방문과 강연에서 두 사람이 하는 말이 '상대 헐뜯기, 공격하기'만은 아닐 터인데, 다 빼고 오직 그것만, 그것도 감정을 잔뜩 실어서 내보낸다.

그들이 말을 않으면 유도질문이라도 해서, 아니면 밑의 사람들을 찔러서라도 떠들어댄다. 앞뒤 다 자르고 상대가 모욕을 느낄 법한 단어만 고른다. 그래서 나온 것들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대운하는 사기극' '여자는 애를 낳아야 한다' 같은 인신공격성 발언들이다.

언론으로만 보면 지금까지 이명박 박근혜는 언제 어디서든 상대 비난에만 몰두하는 부도덕한 인간이며, 그러니 그 결과는 뻔하다는 것이다.

합리적 가치판단 보다는 센세이셔널리즘에 집착한 이같은 스포츠 중계식, 경마식 보도는 다분히 독자나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무책임하고 건방진 추측과 전망, 위기담론을 쏟아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언론학자들(김영찬 외대언론홍보학부 교수, 이현숙 동국대언론정보대학원 강사)도 "언론이 관심을 끌려고 필요이상 두 사람의 대립을 첨예화, 노골화하고 있다"는데 동의한다. 더구나 특정후보의 공개적 지지 표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이 관심을 끌려면 '싸움'을 붙이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일차 책임은 당사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입에 있다. 그들 스스로 상대의 몸짓 하나, 한마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 오직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내가 산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더 큰 잘못은 윤리강령도, 정치적 중립선언도 아랑곳 없이 마치 복싱 타이틀 매치 다루듯 유력 대선주자를 다루는 언론에 있다.

그 결과는 어떤가. 국민의 60%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고 바라는 정치인의 자질과 비전, 그것을 실현하는 구체적 정책들을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들은 여기저기 다니며 리더십에 관해, 경제에 관해, 과학에 대해, 복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내용을 아는 사람은 현장에 있던 극소수다.

이런 상황이라면 경선에 참여할 4만명도 그냥 감정적으로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겨운 싸움구경에 지친 국민들은 정치인과 정치를 더욱 혐오할 것이고, 설령 이들 중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한들 존경하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 정치시대에 언론이 정책의 장을 마련해주고, 그것을 통해 국민들의 이성적 판단을 도와주는 날은 언제 오려나. 제발 '싸움 붙이기' 좀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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