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근폐인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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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초근폐인 댓글 18건 조회 23,510회 작성일 21-03-2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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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근폐인(어원 편)
 
초과근무란,
근무시간내 업무가 너무 많아
일처리를 못해서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업무처리를  했으니
그 댓가로 수당을  주는 것인데
 
근무시간 중에는
꼼꼼히 일처리하고
이런저런 개인 일도 보고
야간 초과를 위해 체력보강도 하고
 
근무시간 외에는
초과근무수당을 벌 시간이다
사무실 내 자리는
돈을 버는 요술방망이
 
죽치고 시간만 지나가면
초근수당을  벌 수  있다
 
하지만 허무하게 흘러가는
이 시간들은 무얼까 ?
 
앗싸 ! 그래도 좋다.
수당을 받을 수 있으니까,
 
나는 초근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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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근폐인(새벽 편)
 
나는 오늘도 새벽 6시에 공장에 돈벌러 간다
하지만 고생스럽지  않게 일하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다.
 
현관 로비에서 출근 지문찍고
바로 돌아서서 나가서 내 개인일를
볼 수도 있지만 양심에 찔린다
 
일말의 양심때문에  사무실로 가서
컴퓨터  전원을 켜고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나  고민한다
 
정말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렇게  죽치고 사무실에 있으면
초과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왠지 폐인같은 생각이 든다.
 
초과근무수당을 받기 위해
유익하지  않는 시간을 낭비하는
내 자신이 가끔씩  초라해지니까.
 
오잉 !
초라함을 달래 줄 친구가 저기 있네
청소부아줌마가 새벽청소 한다고 왔다갔다 하네.
 
그래도 좋다.
봉급 받을때 수십만원의 두둑한 수당을
받으니까

나는 초근수당을 갈취할려는
외로운 늑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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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근폐인(야간 편)
 
오늘도 직원들과 공짜 저녁을  먹고
힌바퀴 공장 주변을 아주 느긋하게 산책하고
 
늘그막하게 사무실로 온다.
낮에  일하던 서류들을 뒤적이다가
잠시 세상이  어찌돌아가는지
인터넷 검색  등을  하고 나서
 
현관 로비에 가서 퇴근 지문을 찍고
집으로 향한다.
 
돈 벌기  정말  쉽다.
야간근무 한답시고 사무실에
있다가 나와도 초과근무했다고
수당을  주는데 
세상에 이런  천국이 또  어디에 있을까 !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나 할까.
감사부서나 초근담당부서나 같은
고양이라서 아무리 이 제도가 잘못됐다고
외쳐도 마이동풍이다.
 
나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공무원 중에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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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근폐인(휴일 편)
 
일요일인데 
집에서 쉬고 싶은데
잠시 갈등하다가 사무실로 향힌다.
 
평일보다 훨씬 돈벌기  쉬운데
그까짓거 사무실에서 쉬면 되잖아
 
과거 퇴직한 선배가 떠오른다.

그 분의  취미가 매일
사무실 좌석에 앉아있는 붙박이 였다.
매 휴일마다 사무실에 출근하더니
 
우습게도 퇴직하고 나서도 갈 곳이  없는지
우리 공장 행정자료실로 거의 매일
출퇴근하더니 행정자료실이 없어지니까
이제는  안 보인다.
 
이분은 초근폐인을 넘어서 인생폐인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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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근폐인(코로나19  편)
 
야호 ! 세상이 바뀌었다.
 
요즘 코로나19  땜에 마스크를
무조건 다 쓰고 다니니까
훨씬 초과 지문 찍기가 수월하다.
 
얼굴을  절반씩 가리고 다니니까
부끄러움도 절반씩 가려준다.
 
초과수당 공금횡령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하지만  자영업하는  내 친구들은
코로나19  땜에 수입이 없어 
한숨만 쉬는데 이런 공금횡령은
양심이 찔린다
 
누가 말했던가,
너도 공무원  하면 되지 않았냐고
 
마지막, 한마디 !
이런 공금횡령되는 예산을 전국으로 합치면
월 수천억원이 될건데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활용하면 정말 좋겠다.

나도 과거에 초근폐인이던 시절이  있었다.

2021. 3.  과거 초근폐인.  씀.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HQQpF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