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직원 여러분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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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동근 댓글 16건 조회 11,460회 작성일 22-09-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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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근아, 앞도 안보이는데 도청 직원들이 만다고 이시간에 복무점검을 댕기노.“

어제밤 11시경 시군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받은 전화 통화 내용이다.

역대급 태풍이 온다해서 모든 시군에 비상 상황이 유지되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태풍을 대비하고 있던 시간이었다.
점점 바람이 거세지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몰아치는 그 시간에 비바람을 뚫고 나타난 도청 직원이 복무점검 차 방문했다는 얘기에 시군 직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에게 전화한 지인은 나보다 몇 살 위이며 막역하게 지내는 사이기 때문에 숨기지 않고 ”도청 직원 느그들 참 할 짓이 없나, 이 위험한 상황에 온 거 자체가 대단하다.“라며 속마음을 내비쳤지만, 업무적으로 점검받는 직원들은 과연 그런 말조차 할 수 있었을까?

도청은 시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평상시에도 그렇고 재난 상황에는 더 그러하다.
혹여라도 시군 현장에서 큰 문제나 피해가 없는 지 철저히 상황을 유지하고 중앙부처로 그 상황을 보고도 하고, 필요하다면 시군에 인력을 지원하여 피해를 최소화 해야한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거나 급한 경우에는 더 위험한 상황이라도 도청 직원들이 현장에 동원되어야 한다는데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도청 직원도 소중한 도민의 재산이며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시내에서 코앞에 운전해서 다니는 것도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군청 사업소를 찾아다니며 와이퍼 사이의 빛물 너머 어두운 시골길을 달려가야 했던 도청 감사관실 직원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우리를 믿지 못해 이 시간에 복무 점검을 왔냐며 의아해 하는 시군 직원들 앞에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해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시군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도청의 모든 직원들이 시군을 감시대상으로 또는 믿지 못해 점검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을 드린다.

지금 도청에는 그 누구도 말하지 못하는 절대 권력의 행정 전문가가 있어, 감히 현장 의견을 고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