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제도 바람직한가; 창원대 교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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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퇴출 댓글 0건 조회 1,206회 작성일 07-06-2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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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능공무원 퇴출제도, 바람직한가 ; 오늘 경남신문 기사
         -- 서유석(창원대 건축학부 교수·지능형홈 건축사업단장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1일, 경남도가 공직 부적격 공무원 퇴출제도를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했다간 이젠 동료에게서 무능공무원으로 낙인찍혀 쫓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진작에 인간관계를 잘해 놓을 걸 후회하는 공무원들이 많겠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처럼 보인다.
  사실 공무원처럼 선망과 질시를 동시에 받는 직종도 드물 것이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많은 민간기업의 샐러리맨들에게 있어 공무원이란, 직장에서 쫓겨날 걱정없는, 그 때문에 철밥통이라 비난받는 질시의 대상이자 대한민국의 수많은 대학생들에겐 공무원 고시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선망하는 직종이기도 하다. 많은 공무원들에겐 억울한 일이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공무원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경남도의 무능공무원 퇴출제도 시행에 대해 무려 80%에 달하는 사람들이 잘한 것으로 응답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해 준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은 도입 차량이 선정되기도 전인 1992년 6월 30일, 기공식을 거쳐 1998년에 개통할 예정으로 시작되었으나 충분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공사기간의 연장과 막대한 공사비 증가를 초래하였다. 착공 6년만인 1998년에 완공예정이던 고속철도 건설사업은 2003년, 서울∼대구 구간을 먼저 개통하고 2010년에 전 구간을 개통하는 것으로 변경되면서 10년 이상 늦어지게 되었으며, 총 사업비 또한 5조8000억원에서 18조4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만일 이것이 민간사업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사업비와 사업기간을 엉터리로 추정했던 담당자는 벌써 쫓겨났을 것이고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했을 것이다. 이 사업을 맡은 회사 역시 막대한 부채를 지고 파산했을 것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국민들에게 막대한 부채만 안긴 채 아직도 공사 중에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공무원사회의 경쟁력은 민간기업의 그것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모델로 하여 중앙정부에서는 개방형 공모제를 시행 중이나 이 또한 낙하산 인사 등으로 많은 문제가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이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운영하는 사람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잘못하게 되면 소용이 없음을 지금까지의 경험들이 잘 보여준다. 물론 앞서 언급한 사례는 공무원들만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사업타당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한건주의의 개발정책들이 난무하는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잘못된 공약이나 선심성 행정에 대해 용기있게 지적하고 나선 공무원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그들 또한 능력보다는 정치판의 줄타기를 통해서 출세하려 하지 않았던가?
  경남도에서 시행하려는 공직 부적격 공무원 퇴출제도는 지금까지의 공무원들에 대한 도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기강을 쇄신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일지라도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고 긍정적인 면이 있으면 그에 따른 부정적인 면 또한 존재한다. 경남도의 이번 제도 도입이 한바탕 정치적인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고 지속가능한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운영의 공정성과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도 써내려 하지 않는다고 해서 5급 이하 공무원들에게 `함께 근무하기 부적합한 사람'의 이름을 1명 이상 강제로 써내게 하는 것이나 퇴출대상 인원을 실국별로 강제로 할당하는 것 등은 인민재판식과 다름없는 것으로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의 마음가짐과 자세이며, 밤늦게까지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의 불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근무시간에 열심히 하도록 하는 동기 부여가 더 중요하다. 모쪼록 이번 경남도의 시도가 도민들에게 사랑받는 공무원으로 거듭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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