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학.과학교육 이래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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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된다 댓글 0건 조회 747회 작성일 07-06-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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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6일 대학화학회 회의실에서는 대한수학회, 한국물리학회, 대한화학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초과학학회 협의체’가 결성됐다.

협의체 회장을 맡은 김정구 한국물리학회장(서울대 교수, 물리학)은 “지난 10년간 시행된 현 교육과정이 중등교육의 다양화와 자율적 선택권 확대란 허상 아래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입시제도에 좌우되는 중등교육의 현실에서 점수 따기 어려운 수학과 과학과목이 기피되고, 그 결과 미.적분도 모르는 이공계 대학생들을 양산하고 있다”며 “앞으로 협의체 공조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기초과학계에서 사회운동을 위해 길거리로 나선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 최근 수학 및 과학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양상을 보고 기초과학계는 물론 과학기술계 전반에 어느 정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지를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장면이다.


협의체에서 설명하고 있는 과학교육의 상황은 위기라는 표현을 써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지난해 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은 재학생 39만9천251명, 재수생은 15만2천633명을 합쳐 모두 55만1천884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수험생 가운데 "물리II"를 선택한 학생은 불과 3.3%.

학생들로부터 물리 교육이 외면을 받으면서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아예 물리반 학급이 편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리 교사의 수도 급격히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중등교사 임용고사에서 선발된 물리교사의 수는 서울 지역이 1명, 부산, 울산 지역에서는 아예 1명도 뽑지 않았다.


김도한 대학수학회 회장(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은 이 같은 현상이 “과학교육을 경시하는 잘못된 교육과정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현행 7차 교육과정에 따르면 고교 3학년 자연계열 학생의 경우 2과목만 배우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대다수 학생들이 골치 아픈 물리를 기피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물리 교육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개탄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의 수학, 과학교육에 대한 기피현상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수학교과에 대한 한 연구결과(2000년, 김영국)에 따르면 학생들의 수학, 과학교육 기피현상은 초등학교 시절에서부터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학교 수학에 대한 선호도는 1학년 때 50%, 2학년 때 47%, 3학년 때 40%로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점차 낮아지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는 27%로 현격하게 낮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곧 대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오세정 전국자연대학장협의회 회장(서울대 자연대학장)은 “전국 9개 대학 이공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중.고 교과서 문제로 수학. 과학 학력을 테스트한 결과, 평균 점수가 30점이 채 안됐다”고 지적했다. 오원근 충북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이공계 신입생의 60%가 물리와 미적분을 안 배운 학생들이었다”며 대학에서 중등교육을 재교육해야 하는 대학교육의 현실을 우려했다.

현재 각 대학들은 수학, 과학 분야의 낮은 기초학력을 보충하기 위해 기초과목을 새로 도입하고, 이공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수학, 과학 시험을 거쳐 수준별 시험을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면서 비싼 비용을 통해 중등 교육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김채옥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대학을 6년제로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과학기술계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올초부터 적극적인 대응책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10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전국자연대학장협의회,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실연) 등 한국 과학기술계를 대변하고 있는 6개 과학기술 관련단체의 공동 기자회견이 대표적인 사례.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처럼 계속 가다가는 과학교육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정부 등 관련기관에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지난 4월 6일 대학수학회, 한국물리학회, 대한화학회 등 기초과학 관련 3대 학회가 주축이 돼 ‘기초과학협의체’를 결성한 것은 중등 수학 및 과학교육 정상화 등 풀뿌리 기초과학을 살리려는 적극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김도한 대한수학회장은 “고등교육의 글로벌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가까운 미래에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미래 국가적 수요를 준비하는 수학 및 과학교육, 그리고 기초과학 연구인력 전체의 잠재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백가쟁명식의 분야 이기주의와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붕괴되고 있는 수학 및 과학교육을 하루빨리 정상화시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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